서울 한강변 핵심지역인 반포, 용산의 신규 아파트 청약 일정은 청약 가점과 현금 동원력을 갖춘 무주택자들이 큰 관심을 쏟는 대상이다. 이른바 '분양 대어'로 불리는 신규 아파트가 올해 청약시장에 등장할 수 있을까.
[부동산 이슈]“당첨되면 대박”이라던 서울 한강변 핵심 지역 ‘분양 대어’들의 청약 소식이 오랫동안 들리지 않고 있다. 매년 분양 예정 단지에 포함된 것이 벌써 2년째다. 서울 내 신규 아파트 대부분은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공급된다. 이에 따라 한 단지에서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은 많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들 단지는 서울 최고 ‘노른자 땅’이라는 입지를 자랑할 뿐 아니라, 일반분양 가구 수도 많다. 이로 인해 청약 가점과 현금 동원력을 모두 갖춘 ‘슈퍼 무주택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 왔다.
대표적인 곳은 강남권과 용산에 위치하고 있다. 서초구에선 ‘반포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를 필두로 반포동 소재 새 아파트는 3.3㎡당 2억 원 시세를 육박한다. 그 외에도 반포1·2·4주구 길 건너편에는 형제 단지인 반포3주구가 있다.
‘로또 분양’에 쏠린 관심, 역대급 경쟁률
강북 대장 역할을 하는 용산에선 아세아아파트 특별계획구역이 인기다. 5800가구 규모의 한남뉴타운 3구역도 워낙 규모가 커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공급 대부분을 책임지는 재건축·재개발은 조합원 간 갈등 등의 문제로 사업 진행이 늦춰지는 경우가 흔하다. 비싼 땅값을 지불한 사업자들은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택하기도 한다. 최근 2~3년 사이 공사비와 금융 조달 비용 등도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아파트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는 ‘2024년 인기 아파트 랭킹 결산 결과’를 집계해 공개했다. 호갱노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이용자가 방문한 아파트 단지 1~10위까지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다.
서울에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성동·용산) 중 마포, 경기도에선 유일하게 화성시 동탄신도시 아파트가 포함됐다. 1위는 ‘동탄역 롯데캐슬’, 2위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차지했다.
이 중 마포의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와 ‘둔촌주공 재건축’으로 유명한 강동구 소재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제외한 모든 아파트가 ‘로또 청약’이라는 키워드에 속했다. 모두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강동을 제외한 강남3구와 용산구는 전국에서 유일한 투기과열지구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2기 신도시인 동탄은 공공택지에 조성돼 역시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다.
이들 지역은 정부에 의해 ‘집값이 오르기 쉬운 지역’으로 공공연히 찍힌 곳이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 거래량과 분양가 상승률, 서울 집값 상승에 끼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되기 때문이다.
자꾸 나오는 변수, 미뤄진 일정
이처럼 입지적 가치와 ‘로또 분양’ 가능성을 두루 갖춘 지역에서 공급될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컸다.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와 ‘메이플자이’는 각각 1순위 일반공급에서 평균 527.3대1과 442.3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방배6구역 주택재건축 사업 단지인 ‘래미안원페를라’가 151.6대1로 세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반포에 위치한 래미안원펜타스는 178가구 입주자를 모집하는 데 9만3964명이 청약 신청을 했다.
이 같은 수요자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신규 청약 단지들의 분양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일명 ‘구반포’에 속한 반포1단지의 일반분양은 2023년에서 2024년, 2025년으로 계속 시장 예상보다 지체됐다.
반포1단지 중 한강변에 위치한 1·2·4주구는 기존 2120가구에서 5000가구가 넘는 초 거대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기존 5층짜리 저층 아파트를 최고 35층으로 신축하면서 규모가 크게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약 2450가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물론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대상으로도 낙점된 상태다.
반포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유예 기간이 만료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2017년 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뒤, 2018년 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 간 분양 신청을 둘러싼 소송전과 이주 지연 등을 거치며 착공이 1년가량 밀렸다. 특히 2023년에는 조합에서 제안한 49층 설계변경안이 ‘빠른 사업 진행’을 원하는 조합원 반대로 무산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드디어, 연내 분양 기대감↑
지난해 말에는 서울시 허가를 받아 건립하기로 한 한강 덮개공원에 대해 한강청이 불허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이 잠시 위기에 처했다. 결국 강경했던 한강청장이 올해 2월 사퇴하면서 반포1·2·4주구는 공사에 다시 박차를 가하게 된 분위기다.
반포3주구도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데다, 2021년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미뤄지며 사업이 지체됐다. 그럼에도 1·2·4주구보다 사업 진행이 빨라 지난해 하반기 20% 공정률을 넘긴 상태다. 이 단지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래미안트리니원’으로 조성되며 2091가구 중 506가구가 일반공급 될 예정이다.
현재 분양 업계에선 두 단지가 연내 일반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반포1·2·4주구가 빠르면 상반기 내 분양을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포1·2·4주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조합원 분양 신청을 마친 상태로 조합원 상당수가 ‘1+1’ 대신 펜트하우스와 대형 타입을 선택했다. 조합원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인해 일반분양 물량은 예상보다 중소형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래미안트리니원은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빠르면 하반기 청약 시장에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처분계획에 따르면 전용면적 59㎡ 타입 가구 수가 456가구로 일반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두 단지 모두 분양 가격은 다른 반포 재건축 단지보다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매년 10%가량 상승했는데, 반포에서 가장 최근인 지난해 7월 공급된 래미안 원펜타스는 분양가격이 3.3㎡(평) 당 6736만 원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같은 반포 아파트 분양 가격은 최소 3.3㎡당 7000만 원 후반에서 8000만 원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후분양도 시세보단 저렴해
강북에선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사업도 아현동성당을 상대로 한 소송전과 조합원 분양을 둘러싼 갈등으로 계획보다 지체됐다. 북아현2구역 조합은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냈지만 이주 및 철거 진행이 남아 빠른 시일 안에 일반분양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용산구에선 상대적으로 이 같은 분쟁이 없는 시행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일레븐건설이 1조552억 원에 매입한 이태원 일대 유엔사 부지에 조성하는 복합개발사업이 곧 오피스텔부터 분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이름은 ‘더파크사이드 서울’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있다. 일각에선 최근 한강변 신축 아파트 시세에 맞춰 분양 가격이 3.3㎡당 1억7000만 원 선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의 관심 대상인 아파트는 후분양으로 나온다. 또 다른 대형 시행사인 신영이 여의도 MBC 부지를 사들여 지은 주상복합 단지 ‘브라이튼 여의도’ 사례와 같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2019년 3.3㎡당 4000만 원에 오피스텔을 선분양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위해 후분양하게 됐다. 비싼 택지 확보 비용과 공사비, 금융 조달 비용을 분양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려 한 것이다.
아세아아파트 특별계획구역도 비슷한 사례다. 부영은 2014년 이 부지를 국방부로부터 약 3260억 원에 사들였다. 그 후 최고 20층 규모로 아파트를 조성하기로 돼 있던 개발 계획은 기부채납을 통해 36층 규모 아파트 건설로 확대됐다.
용산구에서는 용산공원 내에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를 짓는 대신, 부영 측에 아세아아파트 부지에 지어지는 단지 내에 150가구를 숙소로 기부채납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지는 1000가구에 가까운 997가구로 조성되며 일반분양분은 847가구에 달한다. 아세아아파트 부지는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앞 호텔부지, ‘나인원 한남’과 인접한 한남동 부지와 함께 부영이 서울 핵심 지역에 보유한 ‘알짜 땅’으로 유명하다.
아세아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조합사업에 비해 이후 사업 진행은 빠를 수 있으나, 아파트는 당장 공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더파크사이드 서울 아파트와 함께 아세아아파트 부지 아파트도 공급 가격을 높이기 위해 후분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파트를 후분양하더라도 분양가상한제는 그대로 적용된다. 그럼에도 시세보다는 저렴하게 나올 수 있다. 반포 래미안원펜타스도 후분양으로 공급됐지만 주변 시세 대비 20억 원가량 저렴한 공급 가격에 청약 시장에 나왔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0만 명에 가까운 청약신청자가 몰린 것이었다. 다만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 비용을 더하는 분양가 심의 방식에 따라 선분양보다는 비쌀 수밖에 없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투기과열지구에선 분양가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후분양으로 나온 아파트도 분양 가격이 20%가량 저렴하게 책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서울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후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포 같은 인기 지역은 선분양을 하더라도 당첨 가능한 청약 가점이 높다”면서 “5인 가족에 해당하는 70점대부터 당첨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한경비즈니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