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취득세 도입·공제 확대…상속세 개편 급물살

정부가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며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자녀 공제 확대, 배우자 상속세 비과세 등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과연 이번에는 상속세 개정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상속 플래닝]

지난 3월 11일 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왼쪽 세 번째)이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상속세 개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상속세 개정이 논의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세법개정안의 일환으로 상속세 감세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내리는 한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30억 원 초과’에서 ‘10억 원 초과’로 확대하고, 최저세율 과세표준 구간(10% 세율 적용 구간)을 현행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확대하며, 자녀공제 금액을 1인당 현행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했다.

당시 정부 개정안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많았는데, 주된 내용은 정부 개정안이 ‘부자 감세’라는 것이었다. 정부 개정안 중 저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확대하는 것 외에 나머지 내용은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보다는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야 상속세 개정안 합의 공감대

실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및 과세표준 구간 확대는 부유층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비판 속에 정부 개정안은 결국 국회의 문 턱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정치권은 계엄의 소용돌이에 빠져 버렸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정부는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개정하는 것을 꾸준히 추진했고, 최근 여야가 상속세 개정안 중 일부 내용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합의를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속세 개정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상속세제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유산세 방식은 사망한 자, 즉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상속인들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서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부에 대해 상속세를 계산하고, 이 상속세를 상속인들이 나누어 부담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으로 상속세를 산출하면 실제 상속인들이 개별적으로 상속받은 상속재산과 무관하게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가 계산되는데, 상속세제는 누진세율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현행법상 상속세 과세표준이 30억 원을 초과하면 50% 세율이 적용), 상속재산의 절대 금액이 커질수록 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결국 상속인들 입장에서는 실제 상속받은 재산을 고려할 때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수준의 세금을 부담하게 돼 과세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

유산취득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부가 아니라, 상속인이 각자 상속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상속인들이 실제 상속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고,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과세형평에도 부합한다.

자녀 상속공제 5억 원으로 상향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현금 35억 원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는데, 자녀만 3명이 있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현행 유산취득세 방식에 의하면 일괄공제 5억 원이 적용될 경우 과세표준은 30억 원이 되고, 산출세액은 10억4000만 원이 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에 의하면, 자녀 중 한 명이 15억 원, 나머지 두 명이 10억 원씩 물려받을 경우 공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15억 원에 대해서는 4억4000만 원, 10억원에 대해서는 2억4000만 원씩 산출세액이 계산돼, 총 산출세액이 9억2000만 원이 된다.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공제 금액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

현행법에 의하면 상속재산이 있다고 무조건 상속세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상속재산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서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상속공제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상속공제’란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상속재산의 가액에서 일정한 금액을 빼서 상속세 과세표준을 낮춤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를 말한다. 상속공제 제도가 있는 이유는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성격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했을 때 상속세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 금액을 과세표준에서 제해 과세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상속공제 제도의 일환으로 상속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상속재산에서 피상속인의 자녀 1인당 5000만 원이 공제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상속세 개정 내용에 이 같은 공제액을 확대하자는 것이 포함돼 있다. 실제 정부가 3월 11일 발표한 개정안에는 직계존비속에 대한 공제액을 5억 원으로 상향하고, 그 외 나머지 상속인에 대한 공제액을 2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인 공제 금액은 추후 논의를 거쳐 결정되겠지만, 공제 금액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공제 금액이 상향되면 이는 추후 상속세 과세 방식이 유산취득세로 바뀌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배우자 상속세 과세 없앤다

현행법에 의하면, 배우자에 대해서는 다른 상속인들보다 높은 금액의 공제가 적용된다.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재산이 없거나 상속재산이 5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5억 원이 공제되고,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재산가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에는 30억 원을 한도로 실제 상속받은 재산(금액)만큼 공제된다. 배우자의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재산 증식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으리라는 점을 감안해 배우자가 상당히 큰 금액을 공제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3월 11일 발표한 개정안에는 배우자에 대한 공제액을 5억 원만큼 상향해서 배우자에 대해서는 최소한 10억 원까지 공제해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재산의 금액과 무관하게 10억 원까지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배우자에 대해서는 공제를 많이 해주는 것을 뛰어넘어서 상속세 부담 자체가 없도록 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추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유산세 방식에서는 배우자공제의 한도를 두지 않고 배우자가 상속받는 재산에 대해서는 전액 공제해주는 방식이 가능하다. 향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 과세 방식이 변경되면, 상속인들이 각자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므로, 배우자에 대해서는 상속세 납세의무 자체를 없애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배우자에 대해서는 상속세 자체를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속세제의 관점에서도 부부가 재산을 공동으로 형성한 것을 전제로 같은 세대에 속하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법제화하는 것이니, 상속세제의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7년 만의 상속세 현실화

지금까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속세 개정 내용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현행법상 상속세율은 1997년 상속세법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으로 전면 개정될 때 기본적인 틀이 결정됐다. 1999년 상증세법이 개정됐으나 최고세율을 5% 상향한 것 외에 나머지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행법상 상속세율은 1997년 이후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542조 원(1997년)에서 2549조 원(2024년)으로 4배 넘게 증가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만1176달러(1997년)에서 3만6624달러(2024년)로 역시 3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2.62%였는데 집값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다시 말해 지난 27년간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계속 성장했고 국민 소득 수준도 증가했으며 물가가 상승해 화폐 가치는 떨어지는 큰 변화를 겪었음에도 상속세율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상속세 부담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여러 가지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개정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니 추후 어떤 내용으로 개정안이 결정될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허시원 법무법인 화우 자산관리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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