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마윈’…AI·클라우드에 미래 건다

알리바바는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린다. 창립 이후 26년 동안 전자상거래, 핀테크, 물류,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알리바바 주가는 클라우드 실적 개선, 애플과의 협력,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 개선, 새 AI 모델 발표 등에 힘입어 급등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커버스토리] 중국판 M7 – 알리바바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 기업 좌담회에는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 회장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은 은둔 생활을 마치고 다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였다.

그는 중국 정부의 빅테크 지원 기조에 화답하며, 3800억 위안(76조 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알리바바가 지난 10년간 투자한 금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 투자금은 향후 3년 동안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집중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열풍을 이어받아 AI 분야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며 인프라 수요가 분명해지고 있다”며 “향후 3년 동안 AI를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AI 혁신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된 마윈의 비전



알리바바는 시작은 1999년 중국 항저우의 작은 아파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어 교사였던 마윈은 17명의 동료와 함께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그의 목표는 중국 공장에서 나온 물건들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중국에는 온라인 쇼핑 개념이 전무했고, 인터넷 보급률도 낮았다. 하지만 마윈은 인터넷이 미래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기업 간 거래(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했다. 자본금 50위안으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80%를 차지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윈은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기업가 중 한 명이 됐다.

창업 26년을 맞는 동안, 알리바바는 다방면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2003년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2004년에는 중국 최초의 전자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도입해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끌었다. 또한 2009년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에도 진출했다. 현재 알리바바는 지주사인 알리바바 그룹을 필두로 전자상거래, 핀테크, 물류, 클라우드, AI, 엔터테인먼트 등 6개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성장 스토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제리 양 야후 창업주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알리바바 창업 전, 마윈은 중국 정부기관 관광가이드로 일하며 관광 차 방문한 제리 양 창업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마윈은 제리 양 창업주의 소개를 받아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손 회장이 마윈의 발표를 듣고 단 5분 만에 20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한 사건은 역사적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마윈은 2014년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금액인 1667억 달러로 뉴욕 증권거래소에 알리바바를 상장시키게 된다.

클라우드 매출 두 자릿수 성장률 기록

알리바바 주가는 올해 초 대비 3월 18일까지 76% 치솟으며 중국 대형 기술주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미래 산업 분야인 클라우드 부문에서 AI 거대언어모델(LLM)을 이용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액은 전년보다 13% 오른 317억 위안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1월 말 자체 개발한 AI 모델 ‘큐원(Qwen)2.5-맥스’를 발표하며, ‘제2의 딥시크’를 자처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알리바바의 AI 기술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월 6일에는 '저비용·고성능' AI 딥시크를 겨냥한 자체 AI 모델, 'QwQ-32B'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증권가에서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성장성을 되찾아 가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기대되는 만큼 투자 매력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알리바바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알리바바의 목표가를 기존 125달러에서 170달러로 올려, 21%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티은행은 알리바바의 목표가를 179달러(기존 138달러)로, HSBC는 목표가를 156달러(기존 125달러)로 상향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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