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기폭제일 뿐…기업 실적 뒷받침 돼야 코스피 5000 가능”

2025년 하반기 한국 증시는 ‘변곡점’ 그 자체다.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수급 전환, 이재명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이라는 삼박자가 코스피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게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진단이다

[리서치센터장]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승택 센터장. 사진 서범세 기자

‘이번에는 정말 다를까?’

국내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코스피 3700’, 더 나아가 ‘코스피 5000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 중심에는 유동성, 환율, 정책이라는 세 가지 강력한 모멘텀이 있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며 시중 유동성이 풀리고, 원화 강세 흐름은 외국인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증시를 통한 자산 형성’을 국정 과제로 삼은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이 더해지며 증시에 대한 구조적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상승장의 본질은 실적이다. 정부 정책이 불씨를 지피더라도, 결국 기업 실적이 뒷받침돼야 진정한 ‘레벨업 장세’가 완성된다. 이런 가운데 7~8월 실적 시즌이 하반기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장세는 테마 장세가 아니라 실적 기반의 구조적 상승”이라며, “외국인 수급, 정책 기조, 업종별 이익 사이클까지 모두 맞물리고 있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전망하는 하반기 증시의 핵심 변수와 포트폴리오 전략을 들어봤다.

국내 증시가 뜨겁습니다. 하반기까지 상승장이 이어질까요.
“네, 그렇습니다. 코스피는 유동성 확장, 원화 강세, 그리고 정책 모멘텀이라는 3대 상승 요인이 함께 작동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테마성 랠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먼저 유동성 측면에서는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 정책이 확연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둘째, 환율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실제로 10원 하락 시 평균 9600억 원, 20원 하락 시 1조 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됩니다. 현재 원화는 실질실효환율(REER) 기준으로 약 9%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셋째, 정책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규제 완화와 주주 친화 정책을 핵심 국정 어젠다로 내세우고 있어요. 2025년 코스피 기업의 예상 순이익 210조 원에 과거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12.3배를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약 2600조 원, 지수 상단은 3240포인트로 전망됩니다. 베스트 시나리오인 PER 고점 14.2배를 적용할 경우 시가총액은 약 2980조 원, 지수 상단은 3710포인트까지도 가능합니다. 단, 코스피는 과거 강세장에서도 평균 10% 정도의 지수 조정이 있었던 만큼 유의가 필요하죠.”

사진 서범세 기자

수급 측면에서 각 투자자의 흐름은 어떤가요.
“외국인 자금은 환율과 연동돼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전월 대비 하락할 경우, 외국인은 평균적으로 8000억 원가량 순매수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했을 때에는 평균 954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특히 환율이 10원 이상 하락하면 순매수 규모는 9619억 원, 20원 이상 하락 시에는 1조982억 원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원화는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약 9% 저평가된 상황으로, 향후 평가 절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국인의 순매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시에 국내 증시 내 유동성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환차손 부담을 고려해 국내 증시로의 자금 재유입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시장에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맞습니다. 이번 정부는 ‘증시를 통한 자산 형성’이라는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어요. 자산 축적 수단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상법 개정, 지배구조 개선, 주주 환원 확대 등 과거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 시장 투자를 꺼렸던 요인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제는 한국 시장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어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분명히 왔습니다.”

정책이 강하더라도 결국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정책은 ‘기폭제’일 뿐, 결국은 실적이 본질입니다.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되고 그에 따른 PER 리레이팅이 가능해야만 코스피는 4000, 5000포인트로 레벨업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7~8월 실적 시즌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들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보여줄 경우, 지금까지 말로만 존재했던 ‘코스피 5000 시대’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겠죠.”

과거에도 상승장 기조는 있었지만, 결국 고점(3300~3500)에서 저항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과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 금리 인상,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상승 동력이 분산됐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으로 유동성이 확대되고, 자금 흐름도 외국인 순매수로 바뀌었으며,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도 뚜렷합니다. 특히 ‘3%룰’ 같은 주주 환원 정책은 증시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하반기 주목할 만한 섹터는요.
“과거 코스피가 고점을 경신했던 국면에서는 공통적으로 주도 업종이 바뀌지 않는다는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코스피의 레벨업 장세에서는 이익 사이클이 주도 업종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합니다. 이에 따라 최근 순이익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2025년 상반기 주도 업종이었던 기계·방산 및 조선을 중심으로 한 산업재 섹터는 2026년까지도 이익 사이클 확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외에도 소프트웨어, 건설, 미디어 업종 역시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코스피 내 순이익 비중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섹터 투자는 어떻게 옥석을 가려야 할까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고성장 섹터에 투자할 때는 경쟁 우위가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자체 플랫폼인 ‘쿠다(CUDA)’를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진입장벽을 구축했기 때문에 AMD 같은 후발주자들과 명확히 차별화됩니다. 동시에 고성장 섹터인 만큼 외형 성장과 이익 증가율도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성장률은 둔화되기 마련이지만, 주가의 우상향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률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밸류에이션(PER 등) 역시 참고 요소지만, 고성장주는 초기에 고PER로 시작해 실적이 따라오며 저PER로 전환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PER에만 집착하면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AI는 인프라 레벨의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가령, 챗GPT를 한 번 검색하는 데 드는 전력이 네이버 검색의 10배 이상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 말은 전력, 반도체,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수요가 동시에 커진다는 뜻입니다. 결국 AI는 단순히 한두 개 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 생태계 전체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전력 인프라, 재생에너지, 반도체 후방산업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구성도 고려할 만합니다.”

2차전지는 계속 조정 중입니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2차전지 섹터는 조정과 회복을 반복하고 있으며, 현시점에서 비중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배터리 기업들의 EPS 추정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고, 2분기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전기차 판매 증가율 둔화, 유럽 배터리 출하 감소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추가 하향 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적 반등 시점이 확인되면 ‘빈집’ 섹터로서 수급 우위가 부각되며 빠르고 강한 반등이 나타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조방원(조선·방산·원전) 같은 정책 수혜주 또는 경기방어형 섹터는 중장기 보유 관점에서 어떻게 보시나요.
“조선·방산·원전 등 정책 수혜 및 경기방어형 섹터는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여전히 유효합니다. 조선 업종은 원·달러 환율 강세가 부담 요인이지만, 넉넉한 수주잔고와 고가 선박 비중 증가로 향후 2년간 실적 우상향이 예상됩니다. 방산은 유럽 중심의 재무장을 넘어, 글로벌 군비 확장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 실적 부진에 따른 조정은 중장기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원전은 미국의 원전 부활 정책에 따라 기대감은 높지만, 소형모듈원자로(SMR)·대형 원전 모두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실적 가시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주도주 역할을 할 수 있는 구간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실적 확인이 뒷받침돼야 지속적인 상승이 가능합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어떤 영향을 줄까요.
“시장은 25% 전면 관세를 우려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관세는 ‘목표를 위한 수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때도 그랬고, 현재 미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내 생산 확대나 국방비 협력 등에서 일부 양보하면 협상은 스무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의 전략산업에서 미국 내 투자 확대는 이미 어느 정도 예정된 일입니다. 가격 전가가 가능한 업종은 충격이 작고, 전가가 어려운 일부 소비재만 제한적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관세 외에도 중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을 위협할 리스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오히려 리스크보다는 타이밍과 모멘텀의 조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금리 인하와 실적 개선이 동시에 맞물려야 합니다. 금리가 인하되는데 기업 실적이 부진하면 유동성만으로는 증시가 오래 가지 못하고, 반대로 실적이 좋아도 금리 불확실성이 크면 수급이 꼬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9월 미국 금리 인하 시점과 7~8월 한국 기업 실적 발표를 가장 중요한 이중 변곡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하반기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안해주신다면.
“하반기 투자 전략은 세 가지 축으로 제안드립니다. 첫째, 글로벌 금리 인하와 경기 연착륙 기대 속에서 미국 중소형주 비중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IBM,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디어 등은 실적 기반이 탄탄하고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대표 종목들입니다. 둘째, 국내에서는 실적 개선이 뚜렷한 종목 위주로 대응해야 합니다. 반도체 소부장(한미반도체·이오테크닉스·솔브레인 등), 조선·방산(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플랫폼 및 콘텐츠(네이버·카카오·하이브·LG CNS 등) 중심의 리레이팅 기대주에 주목하길 권합니다. 셋째, 배당과 주주 환원 확대에 따른 수혜 종목 편입입니다. 현대모비스, 한국전력, 대한항공처럼 배당 확대 가능성이 큰 종목뿐 아니라 두산, HD현대, 한화처럼 EPS 대비 주당배당금(DPS)이 낮아 향후 배당 상향 여지가 있는 기업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이외에도 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 배당 상장지수펀드(ETF)나 장기채 자산을 일부 편입하고, 환율 흐름에 따라 원화 환노출 조정과 내수·금융주 비중 관리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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