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클라만이 이끄는 바우포스트 그룹은 올해 1분기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을 더 담고, 일부 헬스케어 주식들도 새롭게 매수했다. 클라만은 가치 투자 중심이지만 높은 현금 보유와 밸류에이션에 따른 투자 기회 포착에 초점을 맞춘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세스 클라만은 ‘가치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월가의 큰손이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그의 헤지펀드 바우포스트 그룹은 약 28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클라만은 ‘보스턴의 현인’으로도 불리며, <안전마진>이란 서적으로 유명하다. 안전마진이란 기업 펀더멘털과 주가 간 차이가 벌어진 경우 투자자의 기회비용을 고려해 세운 최소 기대수익을 말한다. 투자 종목의 수익률이 대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높아야 한다는 논리로, 안전마진은 가치투자와 연관된 투자 전략으로 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우포스트 그룹의 투자 성과는 2014년 이후 연평균 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10년간 기술주 주도로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가치주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나타낸 결과다.
가치주 위주로 저가 매수 노려
가치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바우포스트는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성장주(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에도 일부 투자하고 있다. 클라만이 내세우는 가치투자는 전통적인 지표에 기반한 가치주 선별과는 다른 점이 있다. 그는 “가치투자는 유연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식 비중은 운용자산(AUM)의 2.4~15%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 10년간 평균 현금 보유 비중은 약 25%에 이른다.
클라만이 이끄는 바우포스트 그룹은 올해 1분기(1~3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GOOGL)을 더 담고, 일부 헬스케어 주식들도 새롭게 매수했다. 클라만의 투자 방식은 위험 회피적이고, 가치투자 중심이지만 높은 현금 보유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따른 투자 기회를 포착해 포트폴리오를 꾸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 1분기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컸던 기간으로 클라만은 가치주 위주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렸다.
바우포스트 그룹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3월 말 기준) 공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약 35억 달러로, 전 분기(34억3000만달러)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윌리스타워스왓슨(WTW·편입 비중 14.75%), 알파벳(9.29%), 산업 유통 업체 웨스코인터내셔널(8.91%), 미디어 기업 리버티글로벌(LBTYK·8.44%), 금융 서비스 업체 피델리티 내셔널 인포메이션 서비스(FIS·7.46%) 등 상위 5개 종목이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약 48%를 차지할 정도로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상위 10개 편입 종목 비중이 79.29%에 이른다.
금융·헬스케어 등 4개 종목 신규 편입
올해 1분기에 클라만이 신규 편입한 종목은 FIS, 건강보험 업체 엘레번스헬스(ELV), 아일랜드 임상연구기관 아이콘(ICLR), 침구 업체 솜니그룹 인터내셔널(SGI) 등 4개 종목이다.
이 중 FIS는 지난해 4분기 비워냈다가 1분기에 다시 사들여 단숨에 보유종목 상위 5위에 올랐다. 평균 매수단가는 77달러 수준에서 349만2947주를 집중 매수해 포트폴리오의 7.46%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주가는 약 71달러 수준으로 클라만은 가치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FIS 주가는 올들어 현재(8월12일 기준)까지 10.4% 하락한 상태다.
ELV도 올 1분기 1억700만 달러어치를 사들여 포트폴리오 내 약 3%를 담았다. 해당 기간 평균 매수단가는 주당 약 395달러 수준이다. 1분기 말 434달러까지 올랐지만 현재 300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ICLR은 7087만 달러어치를 투자해 포트폴리오 내 2%까지 담았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임상 연구기관으로, 지난 1년간 49.17% 하락했다.
두 종목 모두 올 들어 20% 이상 빠졌을 정도로 주가수익률(PER)은 부진한 편이다. 또한 SGI 주식은 평균 59달러 수준으로 4211만달러 어치를 사들였다. 이 종목은 올 들어 견고한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이 40%가 넘는다. 현재 주가는 78달러 수준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목표주가를 91달러까지 높였다.
반면 스위스통신사 선라이즈 커뮤니케이션(SNRE), 의료보험사 휴매나, 부품유통업체 제뉴인 파츠 등 3개 종목은 전량 매도하며, 포트폴리오에서 모두 비워냈다.
M7 중 알파벳 ‘비중 확대’ 눈길
올해 1분기에도 바우포트스 그룹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꾸준히 늘린 종목들도 있다. 알파벳(GOOGL), 웨스코(WCC), 레스토랑 브랜즈(QSR), 이글 머티리얼즈(EXP), 허벌라이프(HLF)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 증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던 M7 중 유일하게 담고 있는 종목이 바로 알파벳이다. 앞서 2024년 2분기에는 구글 지분을 63.84% 줄였으며, 2023년 4분기에도 23.02%를 축소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보유 주식 수가 전 분기 대비 무려 46%가량 증가했다. M7 종목은 성장주로 고평가 상태이지만 가치투자를 내세우는 클라만은 알파벳 주식 비중을 크게 늘렸다.
7종목 중 밸류에이션이 가장 낮다는 판단에 3억2464만 달러를 투자해 65만2000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상위 편입 종목 2위로 올라섰다. 알파벳은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독점 관련 규제로 여러 소송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규제 리스크에도 클라만은 꾸준한 실적 성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오랜 기간 대량 보유하고 있던 WTW와 LBTYK는 비중을 상당 부분 줄였다. WTW는 바우포스트 그룹 포트폴리오 내 14.75%의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편입 종목이다. 이번 분기 303~344달러 구간에서 17%가량을 포트폴리오에서 비워냈다. 전 분기 상위 2위 편입종목인 LBTYK는 11~14달러 구간에서 보유지분의 37.5%가량을 매도했다. 이 밖에 헬스케어 업체 솔벤트럼(SOLV) 정보서비스 업체 클라리베이트(CLVT), 배관자재 전문 업체 퍼거슨 엔터프라이즈(FERG), 중국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 GDS 홀딩스(GDS) 등도 상당 부분을 덜어냈다.
안상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