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암흑의 긴 터널을 지나,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움츠러들었던 해외 부동산 투자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2024년부터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자산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에 대해 짚어본다.
[해외 부동산]서울 강남의 아파트나 꼬마빌딩에만 머물지 않고, 재테크에 남다른 관심과 정보력을 지닌 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으로 시선을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별 상황에 따라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크게 두 가지 배경을 들 수 있다.
첫째, 절세 전략이다. 양도소득세, 상속세·증여세 등 국내 세제 환경이 갈수록 강화되는 가운데, 해외 부동산은 효과적인 절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정부의 규제 기조 속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해외 주택은 양도세 계산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낮아 고액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이다.
주택 수에 포함 안 돼…절세 효과 매력
10억 원 이상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개인은 이미 국내에서 30억 원대 주택에 거주하거나 100억 원 이상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절세는 단순히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다. 나아가 상속·증여 시에도 법적·세제상 이점이 있어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부모 세대가 사랑하는 자녀·손주에게 재산을 온전히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해외 부동산 투자 세미나 현장의 열기로 드러난다.
둘째, 자가 사용 목적이다. 주재원으로 체류하거나, 자녀의 유학·취업 등을 계기로 현지에서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X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즐기기 위한 세컨드 하우스 수요도 뚜렷하다. 특히 골프장 페어웨이뷰, 오션뷰 등 특정 입지와 조망을 갖춘 주택 단지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다. 단순 수익을 넘어 ‘삶의 안식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투자는 라이프스타일 자산으로 기능한다.
해외 부동산은 국내 투자와 달리 단순 수익률보다 투자자의 만족감과 사용 가치(value-in-use)가 높을 때 장기적으로 기대수익률에 도달하기 쉽다. 따라서 정보의 비대칭과 투자 손실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투자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선택해야 할 국가나 도시, 부동산 유형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투자 측면에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 여기서 잠시 투자 이론을 살펴보자. ‘총투자수익률(total return)’은 보유 기간 동안의 ‘임대수익률(rental yield: 일명 소득수익률)’과 매각 시 얻게 되는 ‘자본수익률(capital gain)’의 합으로 산출된다.
예컨대 노후 아파트 재건축 투자는 임대수익률은 낮지만 재건축 이후 자산 가치 상승으로 자본수익률이 클 수 있다. 반면 신축 아파트는 임대수익률은 높지만 중·단기적으로 매각 차익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자본수익률은 제한적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두 경우의 ‘총 투자수익률’은 유사해질 수 있다.
아파트나 상가와 같이 개인이 세대별로 소유하는 ‘소유형(for-sale)’ 부동산이 발달한 한국 시장과 달리 해외는 흔히 ‘수익형 부동산’이라 부르는 ‘임대형’(for-rent)’ 부동산을 중심으로 시장 데이터가 구축된다. 국가별 자본수익률을 정량적으로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수익률이 합리적인 투자 판단 지표로 활용된다.
임대수익률 1위 몽골, 투자해도 될까
실제 글로벌 부동산 조사기관인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의 2025년 8월 조사에 따르면, 몽골(11.07%)이 임대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카자흐스탄(10.72%), 남아프리카(10.55%), 몰도바(8.65%), 조지아(7.9%)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미국의 수익률은 6.51%, 캐나다 5.55%, 영국 7.03%로 선진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해볼 때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경제 규모가 큰 국가임에도 안정적 수요와 제도적 신뢰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 부동산의 투자 매력이 여기에 있다.
주요 관심국인 일본(4.22%), 싱가포르(3.36%), 베트남(3.26%)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다만 아쉽게도 한국은 글로벌 통계에서 임대주택 수익률 지표가 집계되지 못했다. 이는 국내 시장이 임대형보다 소유형 부동산을 중심으로 구조화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단순히 임대수익률이나 가격변동률만 본다면 다소 낯선 국가, 예컨대 몽골이나 몰도바가 투자처로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수익률 지표만으로 국가별·지역별 부동산의 리스크와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결국 시장 데이터와 추세는 참고하되, 단순한 숫자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의 투자 목적과 시장 특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재택근무로 오피스 수요 둔화된 미국·유럽
국가별 임대수익률을 살펴본 데 이어, 대륙별로 투자자들이 어떤 부동산 유형을 선호하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최근 1년간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호도를 살펴보면, 미국, 캐나다, 유럽 국가들은 주거용 임대주택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어 물류창고, 오피스, 리테일, 호텔 순으로 투자 관심이 이어졌다.
북미와 유럽에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수요가 둔화되면서 이들의 투자 선호도가 급격히 하락한 반면, 아시아는 오피스 부동산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는 아시아 특유의 높은 기업 충성도와 근무 문화로 인해 팬데믹 종식 이후 직원들이 빠르게 사무실로 복귀한 데다, 공사비 상승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되면서 A급 오피스 임대료가 오르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결과다. 특히 일본은 낮아진 대출금리와 임대료 상승, 낮은 공실률이 맞물리며 오피스 시장이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해외 부동산은 지정학적·경제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환경에서도 국가나 도시, 부동산 유형에 따라 투자 매력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획일적인 상품과 달리, 부동산이 지닌 고유한 ‘개별성’에서 비롯된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인한다. 결국 이러한 차이를 읽어내고 메가트렌드를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투자자만이 시장의 과실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 본연의 매력이 존재한다.
유현선 로완 대표·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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