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를 보면 성장 산업이 보인다…1등주가 손실 최소화 해법”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증시가 3분기 보다 더 긍정적이라며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증권·지주 업종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 개편이 가시화되면 이들이 시장에서 그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업종이라는 분석이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지난 9월 10일 코스피가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과 미국 증시 강세, 그리고 국내 정책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투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된 결과다. 그러나 시장 안팎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속도, 그리고 국내 세법·상법 개정안 논의가 증시의 향방을 가를 핵심 요소로 지목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과 정책의 힘을 따라간다. 정책 기대감과 유동성 회복이 맞물릴 경우, 코스피가 연말에는 3550선을 바라볼 수 있다”고 강조하며 4분기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증권·지주, K-콘텐츠, 반도체·인공지능(AI) 밸류체인 등을 주목해야 할 투자 섹터로 꼽았다.

코스피가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아니면 추세적 흐름일까요.
“최근 신고점을 경신한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주주 양도소득세 완화 가능성 발언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가 경신,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개선됐죠. 저희 하우스뷰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3000~3550포인트로 보고 있습니다. 정책 모멘텀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이어진다면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합니다. 다만 3분기보다는 4분기를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3분기는 수출과 기업 실적 불확실성을 확인해야 하는 구간이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4분기에는 한층 가벼운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입니다.”

4분기 투자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변수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세법·상법 개정안 논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주주환원율 제고, 지배구조 개선 관련 제도가 합리적으로 추진되는지가 관건이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금리 인하 횟수가 시장을 좌우할 것입니다. 아직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물가 지표 역시 면밀히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무역 문제를 넘어 글로벌 물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세법·상법 개정안이 지연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결국 4분기에는 국내 제도의 합리적 진전과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 해소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미국 금리 인하를 몇 차례로 예상하시나요.
“저희는 9월과 10월, 총 2회 인하를 전망합니다. 중립금리(3% 초중반)를 고려할 때 Fed는 정상화 차원의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부양책이라기보다, 지난 몇 년간 누적된 긴축 효과를 되돌리는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하 폭과 속도는 CPI, 고용 지표, 관세 정책 등과 맞물려 조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은 단순히 횟수에만 집중하기보다 인하 기조의 방향성과 정책 일관성을 함께 살펴야 할 것입니다.”

금리 인하 기대 속에서 향후 주목할 섹터는요.
“이번 사이클에서 저는 증권주와 지주사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증권·지주 업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주 환원 확대’라는 정책적 흐름과 맞물리며 구조적으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제도 개편이 가시화되면, 시장에서 그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업종이 바로 증권과 지주사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한한령 해제 기대감과 K-콘텐츠 확산입니다. 최근 K-팝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산업 전반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금 부각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의 빗장이 열릴 경우, 엔터주와 콘텐츠주는 수요 급증에 따른 실적 개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소프트파워’ 산업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 차원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기술 섹터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 양산 여부가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최근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쥐고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HBM4를 성공적으로 양산한다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입니다. 내년 양산이 예정돼 있는데, 애플은 전략적으로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부품·소재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가 국내 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폴더블 관련 밸류체인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쏠림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저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AI 시대라고 봅니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의 거의 모든 테마가 AI로 귀결되고 있고, 이 흐름이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낮습니다. 실제로 시장의 주도권은 엔비디아 같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과,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쥐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버블이 아니냐’는 지적을 합니다. 하지만 버블 여부는 항상 지나고 나서야 판명되는 법입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AI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버블인지 아닌지를 따지기보다는, AI가 이끄는 구조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금융위기급 충격이 온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유지되는 한, 투자자금은 AI 중심의 빅테크로 계속 쏠릴 것입니다.”

AI와 로봇 관련, 우리나라 경쟁력은 어떤가요.
“AI 산업은 크게 소프트웨어 모델 부문과 피지컬 AI(로봇)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AI 소프트웨어 모델 부문은 미국 기업들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습니다. 막대한 자본력과 데이터, 기술 생태계가 결합돼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경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미국 모델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특화 영역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퓨리오사AI처럼 특화된 반도체 설계 역량이나 특정 알고리즘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대표적입니다.

동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맞물려 지속적인 주목이 필요합니다. 반면 피지컬 AI, 즉 로봇 분야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영역에서 중국과 격차는 상당히 크고, 단기간 내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도 포기하기보다 방위산업과 접목이라는 틈새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과 협력도 활발합니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무인전투 시스템, 지능형 무기, 군수 지원 로봇 등으로 확장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크게 두 가지 과제를 꼽고 싶습니다. 첫째는 주주환원율 제고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총주주환원율은 아직 20~3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이미 50% 수준에 올라섰고, 미국은 80% 이상입니다. 결국 ‘주식에 투자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외국인이나 국내 장기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려야 하고, 이재명 대통령도 이러한 부분을 잘 인식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주 권리 강화와 환원 확대가 본격화된다면, 한국 증시는 지금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한 단계 레벨업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는 수급 구조 개선입니다. 현재 한국 주식 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60~70%로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반면 미국은 20~30%, 일본도 30~40% 수준에 불과합니다. 개인 중심 시장의 특징은 변동성이 크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장기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보험사 같은 기관투자가가 시장의 기반을 튼튼히 받쳐줘야 하는데, 한국은 이 부분이 취약합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원인은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직접 주식 투자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제약이 많고,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제한돼 있습니다. 실제로 퇴직연금 자금의 70~80%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죠. 개인형퇴직연금(IRP)만 보더라도 대부분 안전자산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결국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장기 자금이 차단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비중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연금자금이 주식 시장에 유입된다면 기관투자가 비중이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개인 위주로 기울어진 수급 구조도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증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더 안정적이고 성숙한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최근 다시 뜨거운 중국 증시는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몇 년간은 ‘돈을 푼다’고 발표만 했지 실제로는 크게 늘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지표로 확인될 정도로 자금을 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협의통화(M1) 증가율이 7월 기준 전년 대비 6% 늘어났습니다. 증가 속도도 점차 가팔라지고 있고, 이는 시장 유동성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근거입니다. 이러한 자금 공급 확대는 중국 증시, 특히 빅테크 기업 주가 상승의 중요한 배경이 됐습니다. 둘째 요인은 기술력 있는 기업의 부상입니다. 최근 중국 테크 업계는 딥시크 같은 AI 기업을 필두로, 로봇(피지컬 AI) 분야의 유니트리, 그리고 전기차의 BYD, 태양광·반도체 장비 기업 등 신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동성만으로 주가를 띄웠다면, 지금은 실제 기술 경쟁력까지 결합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상하이종합지수 같은 레거시 시장이 아닌, 빅테크 기업 위주로 증시 상승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보다 나스닥이 더 강세를 보이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경기 지표 자체는 여전히 약한 모습이지만, 유동성 확대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까지는 중국 증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순간부터는 유동성 정책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점까지가 투자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자산가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시한다면요.
“저는 국내 주식 30%, 미국 주식 30%, 금 20%, 암호화폐 10%, 현금 10% 정도를 권하겠습니다. 먼저 금은 지금 같은 글로벌 환경에서 반드시 필요한 자산입니다. 전쟁 리스크, 지정학적 갈등,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방향까지 맞물리면서, 시장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금 가격은 미국 국채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2022년 이후부터는 금리가 올라가도 금값이 오르는 새로운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금이 단순한 금리 헤지 수단을 넘어, ‘불확실성의 거울’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비중을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암호화폐입니다.

과거에는 ‘투기적 자산’으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금융 시스템 속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 온라인 브로커 ‘로빈후드’는 모든 금융 상품을 토큰화해 온라인에서 거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존 전통 금융이 블록체인 기반의 온체인 금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 역시 토큰 증권(증권형 토큰) 도입을 논의하고 있어, 이 흐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서 암호화폐를 일정 비중 포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현금은 단순히 수익률이 낮은 자산이 아니라, 투자 기회가 왔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아무리 좋은 투자처가 눈앞에 있어도 현금이 없다면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현금 보유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필수적입니다.”

센터장님의 투자 원칙을 꼽는다면요.
“저는 두 가지 원칙을 강조합니다. 첫째는 인구구조에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인구만큼 산업 성장을 설명해주는 확실한 지표는 없습니다. 산업을 분석할 때 1인당 소비 지표와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보면, 어느 시점에 어떤 산업이 성장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인도는 아직 구조적으로 소비 여력이 커지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ETF 투자만으로도 장기 성장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은 제조업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롭게 부각되는 것도 인구구조와 소득 수준의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처럼 인구는 산업 사이클을 이해하고 미래 성장 업종을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1등주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밸류에이션이 다소 비싸더라도 시장에서 1등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승장에서 가장 먼저 오르는 것도 1등주이고, 하락장에서 가장 늦게 빠지는 것도 1등주입니다. 즉, 수익 극대화뿐 아니라 손실 최소화 측면에서도 1등주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투자에서 중요한 건 ‘얼마를 버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손실을 줄이느냐’인데, 1등주 투자는 바로 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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