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중국 주식이 주는 투자 기회

중국 주식이 정부 정책, 기업 혁신,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차별화된 강세를 보이고 있다. AI·첨단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매력이 회복되며 장기적 기회로 다시 주목할 만하다

[투자 인사이트]

2025년 4월 베이징에서 한 남성이 주식 거래 화면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AFP


한국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중국 주식은 좋은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보다는 미움과 실망감이 먼저 떠오르는 자산이다. 오랜 주가 부진, 고질적인 정치적 불확실성, 구조화 상품 사태 등으로 여전히 중장기 투자처로서 중국 주식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주식은 정부의 부동산 구조조정, 플랫폼 기업 규제, 코로나19 봉쇄, 미국과의 지정학적 갈등 등의 악재가 중첩되며 2023년 이후 글로벌 주식의 강세 국면에서 소외됐다. 그러나 최근 달라진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중국 주식은 올해 글로벌 주식과의 동조화를 넘어 차별화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 자립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이는 정부 정책, 기업 혁신, 풍부한 유동성의 삼박자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보인다. 중국 주식이 오랜 기간 부진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현시점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 중국 주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첨단 제조업 육성과 과학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하는 ‘제조 2025’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기술 혁신은 고속 성장이 마무리되고 저속 성장으로 접어든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001년 무역 개방 이후 지속돼 온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기를 지탱했던 것은 저임금·노동집약형 산업에 기반한 수출과 투자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은 과잉 생산과 산업의 기술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낳았고,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높였다.

그리고 ‘제조 2025’ 전략이 발표된 후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또 한 번 중대한 경제 정책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5년마다 공식적인 경제 계획을 발표하며 이는 향후 경제 정책의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올해 중국 정부는 ‘제15차 5개년 경제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서 과거 10년간 이어져 온 기술 자립화와 질적 성장의 메시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중국 지도부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신질(新質)생산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정책 변화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기술 자립화를 우선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혁신과 기술력 증명하는 기업들

정부의 중장기 정책 방향이 명확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서구권이 주도하는 기술 혁신이 이어지면서 혁신은 개방과 자유라는 키워드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지난 2월 중국이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인 ‘딥시크(DeepSeek)’의 출시는 글로벌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중국이 자국 중심의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시에 세계 선두권의 기술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8년 무역분쟁 이후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외부와의 기술 교류가 제약됐고, 이는 기술 개발의 절실함과 정부 자원의 집중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부가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면서, 첨단 기술 발전이 공공 부문이 아닌 민간 영역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 주식의 재평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체 AI 칩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밝혔고, 딥시크 또한 차세대 중국산 칩과 호환되는 언어 모델을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화웨이와 SMIC는 중국 정부의 지원하에 엔비디아와 TSMC의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력 향상을 지속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에서 경험했듯, AI 관련 산업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이고 확고한 육성 의지와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혁신은 중국 주식 내 강력한 투자 테마가 될 수 있다.

중국 남동부 푸젠성 닝더시에 위치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CATL 본사 전경. 사진=연합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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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기업들이 기술력을 증명하면서 중국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도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주식 시장 활성화 정책과 맞물리며 증시 유동성 확장으로 이어졌다. 무역분쟁, 코로나19 팬데믹,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누적된 악재로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가계 저축이 빠르게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가계의 초과 저축을 해소하고, 가계 자산의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주식 시장 활성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유 자본과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의 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증시의 수급 안정성을 높여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를 유도했다.

주식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정책 효과는 본토와 홍콩 증시 모두에서 확인되고 있다. 중국 본토의 올해 1~7월 누적 신규 증권 계좌 개설 건수는 전년 대비 37% 증가했고, 2024년 9월 이후 중국 본토 증시의 일간 거래액은 호황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1조 위안을 상회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본토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남향 자금의 순유입액 또한 8월 말 기준 9785억 홍콩달러로 이미 지난해 8079억 홍콩달러를 상회했다. 0%대에 진입한 예금 금리, 부동산 불황으로 인한 임대수익 감소 등으로 중국 자산 시장 내 주식의 매력이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증시의 풍부한 유동성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주식은 정부 정책, 기업 혁신, 유동성 확장을 통해 오랜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제는 실물 경기와 기업 이익 성장의 확인을 통해 구조적 강세 가능성을 증명할 시간이다. 중국 주식은 2022년 이후 3년여 간의 약세장에서도 정책 기대감으로 반등을 보이다 펀더멘털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단발적 상승에 그친 바 있다.

긍정적인 점은 중국 내수 경기와 AI 관련 정책 지원 수혜의 교집합에 있는 플랫폼 및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이익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주식의 이익 성장률은 2025년 무역 분쟁의 여파로 전년 대비 2.9%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이나, 2026년에는 AI 산업 성장과 정책 지원에 힘입어 15%의 증가 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주식은 펀더멘털 검증의 시간을 거치며 중장기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할 것으로 본다.

2024년 말 기준 중국과 홍콩 주식의 시가총액 규모 합계는 약 16.3조 달러로 미국 주식(62.2조 달러) 다음으로 크다. 이런 큰 시가총액을 보유한 중국 주식의 체질 개선은 투자의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미국 기술주 비중이 높은 투자자의 경우 중국 기술주를 대체재이자 보완재로 활용할 수 있다. 기술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중 간의 경쟁이 중국 기업의 혁신과 성장의 촉매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주식에 느꼈던 실망감과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은 시점이다. 중국 주식이 주는 기회에 주목하면서 투자의 범위를 넓혀볼 것을 권한다.



김종국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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