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국내 40대 그룹 총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베스트 오너십’ 조사를 커버스토리로 싣습니다. 한경머니가 2013년 처음 시작한 연례 평가입니다. 매년 결과가 쌓이다 보니 이제는 내로라하는 그룹 ‘회장님’의 부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료가 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역량과 시야가 얼마나 성장했고, 이들이 기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 하는지를 읽어낼 수 있는 좋은 투자 참고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경영 전문성과 자질,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성, 이해관계자 경영, 오너리스크 증감, 지배구조 개선 등 5항목이 평가 잣대입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은 1위를 탈환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입니다. 2022년 이후 3년 만입니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난 7월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것에 하나같이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회장의 1위 탈환은 그에게 쏟아지는 높은 기대감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가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여 있는 사이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장에서 몰아친 밸류업의 거센 물결은 상법 개정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지배구조 개선을 견인했다면 이번에는 시장의 힘이 주도한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만큼 강력하고 전면적입니다. 새 정부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낮추려다 투자자의 반발에 없던 일이 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인구 고령화 시대의 국민 노후를 위한 주식 투자 확대를 위해서도, 우리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장기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과 기업 가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제 오너십의 진화가 필요합니다. 밸류업 시대에 맞는 오너십을 찾아야 합니다. 소위 그룹 ‘오너’, 밸류업 시대의 용어로는 ‘지배주주’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밸류업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일치해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합니다. 밸류업 시대에 어떻게 그룹을 이끌고 성장 동력을 만들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