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색으로 익어가는 곡식, 화려한 색상의 단풍이 만들어내는 탐스러운 풍경. 해외 리조트로 떠나는 낭만 가득한 가을 여행.
Hoshinoya Karuizawa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가루이자와는 예부터 귀족과 부호들의 별장지로 사랑받은 일본의 대표적 휴양지다. ‘호시노야 가루이자와’ 리조트는 110년 동안 역사를 이어온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다. 특히 가을에 방문하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데,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리조트는 온통 붉은색과 황금빛으로 물든다. 시끌벅적한 도심을 떠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여행지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가루이자와 숲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단풍과 강물 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져 깊은 휴식을 선사한다. 객실에는 TV도 없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한 리조트의 작은 배려다. 대신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리조트 곳곳을 걷거나 1915년부터 이어져온 천연 온천을 즐기면 된다. 분당 400L가 솟는 탄산수와 염화물 온천수는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몸을 정화한다. 미식 경험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메인 다이닝 ‘가스케(Kasuke)’에서는 2025년 9월 1일부터 송이버섯과 샤인머스캣, 제철 산나물이 어우러진 한정 ‘산 가이세키’를 선보인다.
Castelfalfi
멀리 유럽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이탈리아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나라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토스카나의 가을은 찬란하고 감미롭다. 부드러운 곡선의 낮은 구릉 사이로 사이프러스나무가 줄지어 있고,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드넓은 올리브밭과 포도밭은 자연이 빚어낸 계절의 교향곡처럼 특별한 낭만을 선사한다. ‘카스텔팔피’는 토스카나의 ‘진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리조트다. 1100헥타르(약 330만 평)에 이르는 광대한 부지에 중세 마을과 유기농 포도밭, 전통 농가, 호텔, 빌라, 스파,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실제 8세기에 형성된 마을로, 이후 전체를 리조트로 레노베이션했지만 구조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고성(古城)에서 보내는 휴가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객실은 지역 장인이 제작한 목제 가구와 자연 소재로 꾸몄다. 옛 담배 창고를 개조한 ‘타바카이아’ 객실은 농가 고유의 감성을 담았고, 프라이빗 빌라에는 야외 수영장과 테라스를 갖춰 독립적이고 여유로운 휴식을 제공한다. 카스텔팔피 리조트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리조트 내 포도밭과 올리브 농장에서 직접 포도를 따고 올리브 오일을 테이스팅하는 등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 레스토랑에서는 현지 식재료와 와인을 중심으로 구성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Garrya Mù Cang Chai
베트남 북부 옌바이성 무 캉 차이는 베트남 소수민족인 몽(H’Mong)족과 타이(Thai)족이 수백 년에 걸쳐 산비탈에 빚어낸 계단식 다랑논이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지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50곳’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벼를 갈무리할 시기인 9월과 10월에는 주변 산세의 능선을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른 유선형 접시를 쌓아놓은 듯한 논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지난 8월 이곳에 ‘가리야 무 캉 차이’ 리조트가 오픈했다. 무 캉 차이 지역에 처음 들어선 글로벌 럭셔리 리조트다. 해발 1000m, 6.5헥타르(약 2만 평) 규모의 부지에 30m²(약 9평)에서 154m²(약 47평) 크기의 객실 110개를 갖췄는데, 스위트와 빌라 객실에는 테라스와 프라이빗 수영장을 갖춰 다랑논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베트남 전통 대나무 건축과 몽족의 전통 문양을 반영한 객실 인테리어도 특별하기는 마찬가지. 6개 레스토랑에서는 현지 소수민족의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작 요리 등 독특한 건강식을 맛볼 수 있다.
Amanfayun
중국의 7대 고도 중 하나이자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 북송 시대 대문장가 소동파가 “물빛 반짝이는 청명한 날도 좋고 비 오는 날의 안개 낀 산빛도 좋은 천하 명승”이라고 칭송할 만큼 절경이 펼쳐진다. 가을은 항저우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도시와 들판, 호수와 강가 어디에서나 붉은 단풍이 물결을 이룬다. 중국 10대 명승지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호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 숲이 우거진 계곡 옆 고요한 불교 사원으로 둘러싸인 ‘아만파윤’이 자리한다. 파윤(法云)은 과거 서호 뒷산에서 용정차밭을 터전 삼아 살아가던 농부들의 마을이었다. 현재 그 집을 리모델링해 객실로 사용한다. 아만파윤에서 맞는 휴가는 고요하다. 사색을 원한다면 정처 없이 걸어도 좋다.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7개의 불교 사찰이 고대 순례길을 이룬다. 그중 영은사(靈隱寺)는 가히 압도적이다. 중국 내 가장 크고 부유한 불교 사원으로, 무려 326년 인도 고승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각각의 사찰은 웅장한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어스름이 내려앉으면 가을의 낭만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아만파윤의 중심에 위치한 ‘파윤 플레이스’ 2층에는 도서관이 자리한다. 1층에서는 아만에서 엄선한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는데 서예와 다도, 태극권은 물론 중국 악기도 다뤄볼 수 있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