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진화하는 화분 디자인…‘셀프 워터링’도 인기 끌어
‘플랜테리어’, 유럽 인테리어의 큰 화두
(사진)네덜란드 디자인회사 피카플란트가 유리병 안에 작은 식물을 넣어 재배하는 화분 '잘'을 출시했다.

[김민주 객원기자]초록 식물로 실내를 꾸미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가 보편화된 유럽에선 보다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화분을 만들며 그린 비즈니스계를 선도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물 필요 없는 화분, ‘인기 폭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디자인 회사 피카플란트(Pikaplant)는 소비자가 식물을 쉽게 키울 수 있는 셀프 워터링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론칭 초기 피카플란트는 후트스폿(Hutspot, 네덜란드 로테르담), 쿠레(Kure, 벨기에 브뤼셀) 등 트렌디한 패션을 선보이는 대도시 편집숍에 제품을 넣는 전략을 취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젊은 고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주 언급되며 인기를 모았다.

현재까지 출시된 피카플란트의 화분은 세 종류다. 테라리움(유리병 안에 작은 식물을 넣어 재배하는 것)을 연상시키는 잘(Jar)과 자체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화분 장식장인 원(One), 자동 물 공급 쟁반인 타블로(Tableau)로 구성돼 있다. 잘과 원은 판매가 한창이며 타블로는 시범 제품의 실험을 마치고 올해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피카플란트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잘은 물이 필요 없는 화분이다. 식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키우는 데는 소질이 없는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다. 잘의 밀폐된 유리 용기 속에는 식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담긴 생태 공간(비오톱)이 조성돼 있다.

이 속에 있는 식물이 알아서 물과 공기를 재활용한다. 이 때문에 별도로 물을 공급하지 않더라도 1년 이상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

또 다른 제품인 원은 3층으로 구성된 선반에 물이 자동으로 공급되도록 설계돼 있다. 선반의 맨 위층에 투명 탱크가 있는데 선반 위에 놓인 식물에 물이 필요할 때 자동으로 이를 감지하고 알아서 필요한 층에 물을 흘려보내는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선반에 물이 이미 있다면 물의 흐름을 차단하며 식물이 모든 물을 다 흡수하고 선반이 건조해지면 다시 밸브가 열리는 식이다.

2015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은 8만 유로(9870만원)로 제작된 타블로는 실내 식물에 자동으로 물을 공급해 주는 스마트 쟁반이다. 타블로는 직사각형의 쟁반 위에 화분 서너 개와 저수지 역할을 하는 투명 유리병을 나란히 올려놓으면 쟁반 아래쪽의 펠트 패브릭을 통해 저수지의 물이 화분으로 공급되는 기술을 갖췄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다.

현재 피카플란트의 화분들은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영국·일본 등 11개국 100개 이상의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린 비즈니스가 메가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와 중동 지역 등을 공략해 올해 말까지 20개국 이상으로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디자인 스튜디오 플리트(Flyte, ‘날다’라는 뜻의 스웨덴어)는 공중 부양 화분인 라이프(Lyfe)를 제작하고 있다. 이 스튜디오는 일찍이 자기부상 전구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기술을 화분에 접목해 실내에 식물을 쉽게 들여놓고 키울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라이프는 회전식 화분으로 자기부상 기술을 이용했다. 바닥에 둔 오크나무 위에 화분을 올려두면 화분이 그 자리에 둥둥 떠서 부드럽게 도는 형태로 제작됐다. 스튜디오 플리트 관계자는 “1년 내내 식물 전체가 햇볕에 골고루 노출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다가 라이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플랜테리어’, 유럽 인테리어의 큰 화두
(사진)스웨덴의 디자인 스튜디오 플리트가 출시한 공중 부양 화분 '라이프'

◆공중 부양하는 ‘화분계의 애플’

전체적인 디자인과 제품 포장에도 세련미를 더해 눈길을 끈다. 플리트는 2016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을 당시 “북유럽의 우아함과 미니멀리즘을 겸비한 스웨덴 팀이 제작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화분계의 애플’로 불리기도 한다.

화분은 하얀 색상에 정 12면체 모양이며 실리콘으로 제작돼있다. 한쪽 면에는 특수 배수 시스템이 내장돼 있는데 만약 화분에 물이 많으면 화분 내의 숨은 저수지 공간으로 물을 보내 식물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

가장 아래 쪽에는 자석이 들어 있어 화분이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도록 한다. 이 화분을 전기 코드가 연결된 냄비 받침대 모양의 오크나무 판 위에 놓기만 하면 공중에서 저절로 회전하게 된다.

스튜디오 측은 라이프에서 이상적으로 키울 수 있는 식물로 흙 없이도 자라는 틸란드시아를 꼽는다. 남미 등 사막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틸란드시아는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잎을 통해 공기 중의 먼지와 수분을 섭취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 식물은 생존을 위해 밝은 빛도 필요한데, 공중에 떠서 360도 회전하는 라이프의 기술이 틸란드시아의 성장을 더욱 돕는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라이프를 부엌 식탁에 올려두고 허브나무를 키우면서 파스타를 먹을 때 잎을 바로 뜯어 먹는 식으로 공중 부양 화분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플리트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기장이
과일의 숙성을 촉진하고 식물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