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 소프트 웨어 기반 에너지 관리 기술 도전…한국 IT 기업들에도 기회
[테크 트렌드] 인공지능(AI)으로 산업의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고 일부 성공하기도 했다. 제조 현장에서 불량품을 탐지하거나 의료 분야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암을 진단하거나 자율 주행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그것이다. 이처럼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자동화와 품질 향상을 위해 AI가 활약하고 있다. AI가 정말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탁월한 재능이 있다면 인류는 AI에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맡겨야 할까.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겠지만 ‘인류의 번영과 성장’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문제를 AI가 풀어내도록 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에너지 절감, 탄소 중립, 온실가스 감축과 같이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푸는 데 AI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전 지구적인 움직임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에너지는 경제 활동의 필수 요소이자 문명화된 우리의 생활을 이어 가게 해 주는 핵심 요소다. 거시적으로 보면 산업이나 개인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 대비 에너지 공급을 적정하게 맞춰 초과 생산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총수요의 수준을 낮출 필요도 있다.
알아서 척척, IoT 통한 에너지 관리
에너지 수요를 줄이려는 시도는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불 끄고 다녀라”, “너무 더운데 보일러 온도 좀 낮춰라”라는 말을 들으며 숱하게 경험해 오던 일이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만큼이나 생산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낭비를 10% 줄일 수 있다면 에너지 생산량을 10% 만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더 생산하기 위해 발전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요 감축이 그만큼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동일한 에너지원을 투입해 생산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 역시 이해관계인들이 꾸준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현재 생산돼 사용 중인 에너지를 더 높은 효율로 사용되도록 하는 관리의 기술이 중요한 시점이다. 관리 기술을 만드는 일은 정보기술(IT)의 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생산된 에너지가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관리할 수 있다면 윈-윈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를 관리하는 일의 실체는 에너지의 사용과 흐름을 데이터로 변환해 기록, 관리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또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계와 인간이 함께 최적화된 운영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는 것이다.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다양한 규모의 건축물에서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에너지 사용과 흐름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AI에 의해 에너지 최적화를 실현하는 기술로 이것이 가능하다.
그러면 어떤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을까. 구글은 알파고로 유명한 AI 전문 기업 딥마인드를 통해 구글이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을 큰 폭으로 줄이는 AI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성과 측면에서 기존의 데이터센터 대비 냉각 비용을 40% 절감했다. 또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과거에 비해 3.5배 정도나 되는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사례는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야말로 지구의 자원 소비를 절감하는 최신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면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비재무적 관점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서 강조하는 환경 관점에서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구글은 전력 생산 분야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해 풍력 발전소의 에너지 생산 효율을 20% 향상시키기도 했다.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에너지 분야에서 AI 기술을 도입하려고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르투갈의 스타트업 와트이즈(Watt-is)를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적정 수준을 진단하는 스마트 미터링 기술을 서비스형 에너지(EaaS : Energy-as-a-Service) 방식의 데이터 애널리틱스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에너지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해 주면서 운영 관점에서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90%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이 현재 지불하고 있는 에너지 비용이 적정한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점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이 회사는 해당 기업의 적정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해 주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알려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 스타트업들도 속속 관련 시장 진출
한국의 벤처기업 중에도 이러한 도전을 하는 곳이 있다. 한국그린데이터는 가평에 있는 아난티코드 리조트에 IoT 기반의 에너지 모니터링 기술을 제공했다. 현장에 있는 시설 운영자들에게 정량화된 형태의 에너지 관리 지표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게 된 것만으로도 사업장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수준을 절감시켰다.
이 솔루션은 전기·가스수도 미터기에서 실시간 사용 데이터, 시설에 대한 정보, 객실 예약 현황 정보, 날씨와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를 통합 수집한다. 이후 AI가 예측한 에너지 수요량 대비 이상 징후가 있는지 감지하고 대응 조치를 권고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사업장 내의 여러 공간에 대해 면적당 에너지 사용률을 실시간으로 비교한다. 효율이 떨어지는 공간에 대해 운영 담당자에게 사유와 함께 주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빠른 조치가 이뤄져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어떤 날씨일 때, 객실 예약률과 실제 방문 고객 수를 고려해 실내 밝기나 온도가 몇 도가 돼야 적정한지 예측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리조트가 운영되도록 하는 일은 AI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어렵다,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이 전무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점을 살려 소프트웨어 기반의 에너지 관리 기술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회다. 기름과 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원만 없다뿐이지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전송되며 소비되는 전체 여정에 대해 빠짐없이 기록하고 분석해 최적화된 에너지 효율을 낼 수 있는 모든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노하우와 인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IoT 센서와 네트워크 시설 그리고 클라우드 서버 인프라를 통한 정보의 축적과 분석이 충분히 진행된다면 에너지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AI의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사용자 역시 노하우를 꾸준히 쌓아 가면 에너지 소비 최적화를 수행할 수 있는 궁극의 자동 제어 기술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AI 기술의 선한 영향력으로 탄소 중립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하루라도 더 빠르게 가능하게 하는 날이 올 것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더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고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는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성혁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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