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 달 살기, 아직도 안 해 봤어?” 대학생이 다녀온 제주도·호치민·부다페스트 ‘한 달 살기’ 여행기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정미 대학생 기자] 한 달 살기는 최근 새로운 여행 문화로 자리잡았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무르며 현지의 삶을 체험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한 달 살기 프로그램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어떻게 한 달 살기를 즐기고 있을까.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한 달 살기를 경험한 3명의 대학생을 만났다.대한민국 제주도, 32일간 살기 (2019년 8월26일 ~ 9월26일)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한 달간의 ‘힐링’ 여행
△ 제주도 한 달 살기 당시 장민수씨 (사진제공=장민수)
“군 전역을 하고 스물넷에 2학년 1학기로 복학을 했어요. 그리고서 세 학기를 연달아 다녔는데 3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쉬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장민수(한양대 정치외교학)씨의 한 달 살기 모토는 ‘힐링’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학교생활 등 자신을 얽매던 것들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안 할 계획으로 한 달 살기를 결정했다. 해외여행에 비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국내여행을 더 선호해 제주도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 제주환상종주자전거길 완주 증서 (사진제공=장민수)
제주도에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일하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장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을 이용해 제주 곳곳을 누비며 한 달 살기를 즐겼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 종주를 꼽았다. 평소 자전거 국토종주에 관심이 있었던 장 씨는 2박 3일동안 총 234km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찬 경험이었다고 말했다.“말 그대로 한 달 ‘살기’이기 때문에, 잠깐 놀다 가는 게 아닌 내 집처럼 편안한 장소가 하나 더 생겨서 좋았어요”장씨는 한 달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만족스러운 한 달 살기를 보냈다. 힘들고 지칠 때 반드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 장씨는 “한 달 살기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칭찬해 주는 법,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했다.베트남 호치민, 83일간 살기 (2019년 2월18일 ~ 5월11일)해외에서 영어 공부하기 위해 선택한 곳, 베트남
△ 베트남 RMIT 대학 교내 국제 행사 (사진제공=이현주)
이현주(경일대 간호학과)씨는 버킷리스트인 ‘해외에서 영어 배우기’를 실천하기 위해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베트남 대학 내 어학원에서 공부하는게 어떻겠냐는 친척의 권유가 계기였다. 이를 위해 출국 한 달 전부터 베트남어 및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현지에서는 이씨가 다닌 RMIT대학 내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다. “국제 페스티벌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계 각국의 부스가 있었는데, 한국 부스에서 제가 아는 것을 전해줄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했다”며 “특별한 곳에 가지 않아도 학교 생활과 친구들과 지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언어 외에 한 달 살기를 하며 이씨가 알게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향후 해외에서 거주하며 직장을 다니길 꿈꿨지만 막상 해외에 홀로 있으니 이 생활이 맞지 않다고 느꼈다. 다행히 일시적인 외로움이었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성향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서 거주할 계획이 있다면 한 달 살기를 통해 내 성향이 해외 거주와 맞는지, 그 나라가 나와 맞는지 등을 알아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라 말했다.
△ 베트남 한 달 살기 당시 이현주씨 (사진제공=이현주)
이씨는 “한 달 살기의 목적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왜 가는지’를 분명히 정하고 가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씨 역시 목표의식이 없었던 탓에 초기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베트남에 온 목적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고 극복할 수 있었다. “공부를 위해서든 오로지 쉬기 위함이든 목표의식을 가지면 한 달 살기를 잘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예요.”헝가리 부다페스트, 31일간의 한 달 살기 (2019년 7월22일 ~ 8월23일)다이내믹한 한 달 살기 후, 본격 교환학생 준비 중
△ 헝가리 한 달 살기 당시 엄신호씨 (사진제공=엄신호)
‘대학생 또는 20대 때 꼭 해야할 일‘과 같은 설문조사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다. 직장인이 되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엄신호(동아대 패션디자인학과)씨도 그러한 이유로 지금 한 달 살기를 경험하기로 결심했다.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기대를 안고 떠난 한 달 살기는 순탄치 않았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사기를 당한 것이다. 미리 예약했던 숙소의 호스트와 연락이 닿지않아 현지에서 급하게 숙소를 찾아다녔다.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졌고 돌발 상황에 대한 나름의 처세술이 생겼다.엄씨에게 한 달 살기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유럽 여행 중 겪을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인종차별이다. 엄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달 살기를 떠나기 전 망설인 이유이기도 했다. 걱정과는 달리 현지에 도착해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했다. 오히려 인종차별이나 안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막아주고 지켜주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평소 패션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았던 엄 씨는 헝가리에서 지내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만났다. 한의학 전공자, 스튜어디스 등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웠을 사람들과 교류했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들으며 소위 말하는 ‘인생공부’를 할 수 있었다. 현재 엄 씨는 한 달 살기를 다녀온 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중이다.한 달 살기를 경험한 세 사람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 것”. 물론 낯선 곳에 장기간 체류하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세 사람은 한 달 살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물론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한 달 살기는 성공과 실패로 단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험 자체만으로 당신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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