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핑계 대신 방법을 찾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정규 앨범 낸 래퍼 '오도마'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박성균 대학생 기자] 성공하려는 자는 방법을 찾고, 실패한 자는 핑계를 찾는다. 한 해에만 약 만 명의 래퍼가 오디션을 보는 현재, 핑계 대신 방법을 찾은 래퍼가 있다. 바로 오사마리 크루 소속 래퍼 오도마다.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만든 첫 정규 앨범과 더 콰이엇, 염따 등 선배들의 지원 사격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 후원까지. 가을과 겨울이 겹치는 11월, 그가 거둔 수확물들을 직접 만나봤다.
△정규 앨범 ‘밭’에 들어간 오도마의 프로필 사진.(사진제공=오도마)자기소개 부탁 한다“오사마리 크루 소속 래퍼 오도마라고 한다. 올 7월에 방영된 ‘쇼 미 더 머니 8’까지 ‘슬릭 오도마(Slick O’Domar)’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가 10월 첫 정규 앨범을 내고 지금은 ‘오도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랩 네임을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나“더 쉽게 기억되고 싶어서다. ‘슬릭 오도마’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지난 4년 동안, 이름이 너무 어렵다는 분들이 많았다. 이번 첫 정규앨범을 내며 더 쉽게 기억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바꾸게 됐다.”‘오도마’의 뜻이 뭔가“사실 ‘슬릭 오도마(Slick O’Domar)’라는 이름에서 ‘슬릭(Slick)’은 별다른 뜻이 없다. 처음 활동할 당시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의 팬이라 똑같이 다섯 글자로 된 이름을 짓고 싶었다. 그러던 중 같이 작업했던 프로듀서 얼라이브 펑크(Alive funk)에게 추천 받은 단어다. ‘널 보면 슬릭(Slick)이라는 단어가 떠올라’라고 하면서.(웃음) 그래서 ‘나 자신’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었다. 도마(Domar)는 스페인어로 ‘길들이다’는 뜻이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단어를 찾다 알게 됐다.(웃음) ‘슬릭 오도마’라는 이름의 풀이를 해보자면 ‘나 자신을 길들이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꿈보다 해몽이다.(웃음)”‘쇼 미 더 머니 8’부터 앨범 발매까지, 올 한 해를 바쁘게 보낸 것 같다.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정말 정신없이 살고 있다. 10월 생애 첫 정규앨범 ‘밭’을 발매한 이후 ‘오사마리 크루’ 이름으로 싱글 ‘Journey’도 냈다. 실물 앨범 제작비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도 종료되어 앨범과 굿즈 제작도 준비 중이다. 특히 앨범 속지 ‘씨앗’에 후원해준 분들 이름을 모두 실을 예정이다. 앨범 ‘밭’에 씨앗을 심어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정규 앨범 ‘밭’의 전면 사진.(사진제공=오도마)첫 정규 앨범 제목을 ‘밭’으로 지었다. 어떤 의미인가“‘밭’은 각자가 사는 세상 또는 삶의 터전을 빗대어 표현했다. 농부가 자신의 밭을 일궈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 모두 자신의 터전을 개척하며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힙합 씬(Scene) 또는 20대의 삶이 ‘밭’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내 본명의 성 ‘밭 전(田)’과도 일치한다. 나를 온전히 대표하는 앨범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 앨범을 만들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사실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다.(웃음) 가사면 가사, 소리면 소리, 모두 신경 많이 썼다. 특히 내 삶과 주변 사회가 온전히 담긴 앨범을 만들고자 했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공들이다 보니 완성하는데 약 3년 정도 걸렸다. 중간에 작업을 엎어버린 적도 있다. 아마 혼자서 앨범을 만들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다. 앨범의 총괄 감독을 맡은 건배형, 프로듀서 웅희형, 그리고 참여해준 모든 분들이 같이 고생한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 세대 래퍼들에 대한 존경도 담고자 했다. 한국어로 랩 가사를 썼던 분들이 없었다면, 나도 한국어로 랩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용했던 가사들의 출처를 모두 SNS에 밝혔다.”
△정규 앨범 ‘밭’의 트랙 리스트.(사진제공=오도마)신경 쓴 만큼 새 앨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특히 더 콰이엇(The Quiett)이 직접 타이틀 곡 ‘범인’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더 콰이엇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작년 여름 ‘쇼 미 더 머니 777’을 촬영할 때 처음 뵀다. 당시 내 무대를 보신 후 ‘같이 공연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평소에 워낙 존경하는 분이라 기쁘게 받아들였고 같은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었다. 피처링도 공연 당일에 부탁드렸다. 꽤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는데도 흔쾌히 수락하셔서 놀랐다.(웃음) 단순히 한 곡에 참여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앨범의 방향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해주셨다. 무려 1년 동안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 같이 작업한 인연이 더 콰이엇의 네이버 라디오 ‘랩 하우스 온 에어(Rap house on air)’에 게스트로 출연한 계기가 됐나 “맞다. 완성된 앨범을 들려드리니까 ‘이제 활동도 해야지? 라디오 같이 할래?’라고 먼저 출연 제의를 하셨다. 내 앨범을 알릴 기회라고 생각해서 덥석 수락했다.” 라디오에서 래퍼 염따의 즉석 기부도 화제였다.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나“사건은 라디오 방송 녹화 쉬는 시간에 일어났다. 당시 크라우드 펀딩으로 실물 앨범 제작비를 모을 계획 얘기를 듣고 염따 형이 먼저 얘기를 꺼내셨다. ‘야. 그래서 얼마 필요한데? 까짓것, 내가 줄게’라고.(웃음) 라디오 녹화일이 크라우드 펀딩 시작 하루 전이었는데, 최소 목표 금액 330만원을 미리 확보한 순간이었다.” 예전에도 염따와 친한 사이였나? 친해도 그렇게 즉흥적으로 큰 돈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사실 그 전까지 접점이 별로 없었다. 가끔 클럽 공연에서 마주치는 정도였다. 정식으로 인사드린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도움 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 라디오 녹화 끝나고 ‘갚을 생각은 하지도 마라. 네 음악이 듣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라고 하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음악 해야겠다고 느낀 계기가 됐다.”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하지 않았다면 그런 사건도 없었을 것 같다.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실물 앨범과 굿즈 제작비용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했다. 사실 첫 정규 앨범인 만큼 꼭 실물 앨범으로 내고 싶었고 뮤직 비디오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제작비가 부족했다. 내가 원하는 뮤직 비디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큰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돈을 쓸 수 없다보니 뮤직 비디오는 포기하고, 실물 앨범과 굿즈 제작을 결정했다. 여러 방법을 알아보던 중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추천 받았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앨범을 냈던 큐엠(QM)형이 추천해줬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정규 앨범 ‘밭’의 굿즈.(사진제공=오도마) 크라우드 펀딩은 어떤 절차로 진행됐나“먼저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기획해야한다. 무엇을 제작하고 싶은지, 목표 금액은 얼마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한다. 그리고 펀딩 사이트에 프로젝트를 제출하면 사이트 측에서 피드백을 준다. 검토가 끝나고 나면 특정 기간 동안 후원을 받는다. 다행스럽게도 사이트에서 내 프로젝트를 좋게 봐줘 홍보도 해줬다.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도 큐엠(QM)형의 도움이 컸다. 앨범 제목이 ‘밭’이니까, ‘씨앗’이라는 속지를 만들어 후원해준 분들의 이름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해줬다. 결과적으로 목표 금액의 두 배가 넘게 되어 기쁘다.”
△앨범 ‘밭’의 크라우드 펀딩 금액.(사진=텀블벅 사이트)크라우드 펀딩이 회사의 자본 없이 활동하는 아티스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나“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직 학생 신분이라 큰돈을 작품에 투자하기 어려운 아티스트에게는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물론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준비해야할 서류도 많고 번거롭다. 하지만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다. 나도 처음에는 반신반의였다. ‘사람들이 내 음악과 노력을 알아줄까?’ 싶었다. 그런데 알아봐주시더라.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 그 자체에 관심 있는 분들도 후원해주셨다. 작업물만 좋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따라오는 것 같다. 음악을 하기 위해 돈을 모으던 알바생에서 정규 앨범을 낸 아티스트가 됐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만큼, 연말 단독 공연을 준비 중이다. 앨범 출시와 단독 공연을 준비할 수 있도록 후원해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리고 다음 앨범도 구상 중이다. 아마 EP가 될 것 같다. 제목도 어느 정도 결정했지만 말하지는 않겠다. 앨범 제목을 공개했던 분들이 ‘더 잘 만들어야한다’는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아서.(웃음) 오사마리 크루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첫 정규앨범을 만들던 마음을 잊지 않고 활동하는게 목표다. 작업 방식은 변해도 태도는 변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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