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구분 무너뜨리는 '보깅 댄스'④] “AOA 무대 후. 보깅의 화제성은 실감, 대중화는 아직” 홍성범, 김유정 보깅·왁킹 댄서

[캠퍼스 잡앤조이 강홍민 기자/박희은 대학생 기자] 걸그룹 AOA가 무대 위에서 딱 달라붙는 원피스와 구두를 벗어던졌다. 그들은 ‘섹시하지 않은 모습으로’ 개성을 살렸고 대중은 반응했다. LGBT 문화에서 나온 보깅 댄스가 대중매체를 통해 양지로 나왔다. 이는 사회가 부여한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인 테두리 밖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고 싶은 대중의 새로운 욕구 아니었을까.
홍성범(24) 씨와 김유정(34) 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두 사람은 ‘편견’이라는 기획 의도에 대해 “할 말은 많다”며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얼마 전까지 대만에서 댄서로 활동하며 바쁘게 보낸 두 사람을 경기도의 한 댄스 학원에서 만났다.[PROFILE]"보깅과 왁킹, 두 장르 모두 성소수자 문화에서 출발한 '나'를 표현하는 댄스“
△홍성범 씨.(24세, 빛고을 댄스 소속. 왁킹댄서)

“중요한 건 사람들의 LGBT에 대한 시선”
△김유정 씨.(34세, 활동명 UU. 제 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총 안무감독, 삼성 갤럭시 워치 액티브 CF 출현, 호서전문학교 실용무용예술계열 교수)

두 분 다 10년 넘게 보깅과 왁킹을 해왔다. 보깅과 왁킹을 대중이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홍성범 : 왁킹에서 “왁”은 동작·포즈·연기 등 다양한 요소로 자신이나 음악을 표현하는 춤을 말한다. 왁킹은 게이 문화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게이들도 ‘여성스럽다’는 행위에 집중하고 춤을 췄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여성스럽다’는 것도 어떤 성 역할을 구분 짓는 표현이다. 왁킹은 자기 자신을 ‘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김유정 : 보깅은 다양한 문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우선 미국 언더그라운드 라틴계 LGBT 씬에서 시작됐다. 보그 같은 매거진의 모델이나, 셀럽이 되고 싶어 포즈를 따라하다가 생겨난 춤이다. 또 소외받던 흑인들에게도 영향을 받았다. 백인들이 카바레에 모여 춤을 ‘볼룸’이라고 한다. 보깅에는 백인들이 다 같이 큰 강당에 모여 좋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걸 보고 동경하는 흑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실제로 포즈 중에 옷을 훔쳐서 입는 동작도 있다. 이 춤 자체가 계급 사회 내에 다양한 문화들의 영향을 받고 나온 댄스 장르다.
보깅과 왁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김유정 : 장르 상관없이 춤을 추던 시절에 팀원들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아무도 보깅을 모를 때 춤과 잘 어울린다는 팀원들의 말로 처음 시작했다. 처음에는 춤에 조금씩 보깅 동작을 가미해서 추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에 보깅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영상을 보고 공부했다.
홍성범 : 학원 선생님이 독일에 방문해 춤 영상을 찍어왔었다. 그 춤은 무엇일까 찾아보다가 왁킹이란 걸 알게 됐다. 처음에는 춤이나 동작 위주로 연습했다. 부족한 점은 영상으로 많이 찾아보며 연습했다.
방송 이후, 보깅과 왁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진 것을 체감하나김유정 : 화제성이 되다보니까 많이 실감한다. 제일 크게 느낀 점은 유투브에서도 보깅을 부각해준다는 것이다. 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기도 한다.
홍성범 : 최근 다녀온 클럽에서는 보깅 포즈를 조금씩 가미해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어느 정도 보깅에 대한 지식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AOA의 무대를 어떻게 봤나홍성범 : 현직 예술가나 댄서들에게 파격적인 무대는 아니었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다르다. 대중들 입장에선 '저렇게 입고, 저런 춤을 출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였을 것이다. 저런 방식으로 무대를 표현 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생각을 열었다.
김유정 : 무대는 좋았다.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긴 한데 이 무대로 보깅이 대중화가 됐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 무대가 방송을 통해 나올만큼 시대가 많이 바뀌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보깅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시대와 만났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 뒤에는 받아들여줄 수 있는 시기에 무대가 생기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않을까 싶다 .
홍성범 : AOA가 이 무대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준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본다. 보깅이라는 걸 알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보였다. 시대가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시도야, 그전에도 계속 있었다. 엄정화씨도 그렇고 매체에 보깅을 알리려고 노력 했는데 아예 여장까지 하고 나오는 건 처음이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다.
무대에 아쉬운 점은 없었나홍성범 : 무대에서 여성들이 정장을 입고 남자가 힐을 신는다.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의 프레임을 바꿨을 뿐이지 두 성별을 평준화를 시킨 건 아니었다. 여자가 입는 걸 남자들이 입었다는 자체도 고정관념처럼 느껴지긴 한다.
김유정 : 방송에 나온 백댄서들이 하는 것 말고도. 보깅이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사람들이 그런 옷을 입고, 힐을 신고 춤을 추는 것만이 보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보깅과 왁킹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실제로 느끼나김유정 : 보깅에 대한 성적 편견을 주로 외부 공연에서 느껴왔다. 주최 측에서 ‘이 공연에서 남자애들은 좀 빼달라’, ‘남자가 힐은 신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부딪힐 때도 많다. 최근까지도 겪었던 일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홍성범 : 사실 댄스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보다 ‘성소수자와, 성평등’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게 먼저다. 최근에 아시아 최초로 대만이 동성혼을 합법화 시킨 대만에 다녀왔다. 대만에서 LGBT 문화를 수용하는 자세를 느꼈다. 태국에서는 아예 길에서 부스를 만들고 공연을 하고, 왁킹이나 보깅 하는 친구들이 길에서 공연을 한다. 왁킹이나 보깅이 대중문화로 자리잡으려면 아무래도 사회적인 위치에서 동성애와 같은 문제에 사람들이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보깅의 인기를 실감하나김유정 : 지금 한국의 보깅은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보깅이나 왁킹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질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보깅 댄스 경연을 하러 해외로 나갔지만 불과 몇 년 안에 실제로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오고 있다.
댄서로서 목표가 있다면홍성범 : 크루까지는 아니지만 팀을 만들고 싶다. 그 팀으로 쇼케이스를 선보여 작품을 만들고 세계투어를 하며 장르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다. 유명세에 그치지 않고 옳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웃음)
김유정 : 평생 보깅을 할거다. 활동을 통해 아시아에서는 알려졌지만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댄서가 되고 싶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공부를 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 보깅에 대해 논문을 쓰고 싶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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