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에 낮은 투표율···'대학 총학생회 선거' 학생들의 외면받는 이유는?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상현 대학생 기자] 대학 총학생회 선거는 통상적으로 11월을 전후로 진행된다. 기말고사 기간보다 조금 일찍 시행되는 이유는 차기 임원진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서다. 대학마다 이르면 10월 말부터 11월 중 투표 기간까지 선거 운동 또한 활발하게 이뤄진다. 열띤 선거운동과는 별개로, 일부 대학들에서는 투표율 하락이 해마다 문제가 되고 있다.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는 대학가 선거를 들여다봤다.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가 투표율 미달에 따른 총학생회 선거 무산을 공표했다. (사진=고려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양대 총학생회)

다양한 원인이 동시에 투표율 하락시켜2017년, 2018년 연세대가 총학생회 구성에 실패한 데 이어, 올해 고려대와 한양대의 총학 선거도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이 때문에 고려대와 한양대는 선거시행세칙과 학생회칙 등에 의거, 내년 3월에 재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두 대학 모두 총학 선거를 다시 치르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경희대도 선거 마감일까지 투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해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투표일을 하루 연장했다.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미진한 데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이유는 기존 총학생회에 대한 실망감이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A(23) 씨는 “총학이 재학생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총학 선거와 관련해 “학생들이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해마다 억지로 구성하는 느낌”이라며 “총학에 대해 무관심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A 씨가 이야기한 총학에 대한 실망감과 무관심이 선거 홍보 과정에서 비롯한다는 입장도 일부 존재한다. 국민대 재학생 B(23) 씨는 “수업 중인 강의실에 찾아와 투표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거나 지나가는 학생들까지 붙잡고 홍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투표를) 하려던 마음이 있다가도 없어질 노릇”이라며 “호객행위 같은 홍보 실태에 오히려 반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경기도 성남 가천대학교에 부착된 선거 공약 게시물.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과 더불어 일부 대학에서는 선거 관리 방침 또한 문제로 제기됐다. 한국교통대 재학생 C(25) 씨는 “캠퍼스가 세 곳이라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투표율이 과반을 못 넘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 씨는 이어 “재학생이 만 명이 넘는데 투표가 가능한 장소는 단 한 곳, 투표일도 딱 하루뿐이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단과대 선거운동본부 공약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다. (사진=모 대학교 에브리타임)

투표율 낮으면 재학생 의사 반영 어려워투표율이 저조하면 재학생들이 어느 후보자의 선거 공약에 관심을 많이 두는지 판별하기가 어렵다. 고려대의 경우, 재학생의 최소 3분의 1(약 33.3%) 이상만 투표해도 개표 요건이 충족되는 까닭에 재학생의 최대 60% 이상의 의견이 선거에서 배제될 수 있다. 새롭게 총학이 구성돼도, 재학생들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잘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하면 차기 선거 입후보자들의 공약도 기존과 대동소이한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한편 충북대는 투표율 증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해 실시 중이다. 재학생들이 휴대전화 메시지로 URL 주소를 전달받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는 일 없이 투표하는 방식이다. 충북대 관계자는 “기존에는 단일 후보가 출마한 경우에 투표율이 과반수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작년과 올해 모두 재학생 과반수가 총학 선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충북대학교의 올해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59.70%(1만 2822명 중 7655명)에 달한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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