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 탈북민 인싸 팟캐스트 ‘사부작’
입력 2020-01-15 13:54:00
수정 2020-01-15 13:54:00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박지연 대학생 기자] “우리 오늘 뭐 먹을까? 뜨끈한 보쌈밥에다가 얼벌얼벌한(맛이나 느낌이 얼얼하고 뻐근하다) 명태식해 어떻니. 후식으로 밀크티도 마시자. 우리랑 같이 먹을래?”팟캐스트 ‘사부작은’ ‘사이좋게 부칸(북한)친구와 함께하는 작은 밥상’의 줄임말답게, 밥상에 둘러앉듯 북한 친구와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다. 연세대 사회적 기업 동아리 인액터스(기업가 정신 실천 대학생 공동체) 내 프로젝트로 출발한 이 팟캐스트는 어느새 시작한 지 햇수로 3년이 되었다. △팟캐스트 '사부작' 시즌3을 이끌고 있는 사부작 팀.(북한 출신 팀원은 보안상 모자이크)
탈북민들의 진짜 목소리 들려주고 싶어 시작한 ‘사부작’그동안 ‘사부작’을 찾은 북한 출신 게스트는 50여명이나 된다. 현재 시즌 3를 방송 중인 ‘사부작’은 이번 시즌부터 남·북한 MC가 두 명씩 팀을 이뤄 방송을 진행한다. 김성원 제작팀장(연세대·26)은 본인 역시 ‘연희동 칼국수’라는 별명의 MC로 활동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탈북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여러 영상 매체에서 탈북민들은 너무나 자극적으로 다뤄지곤 하잖아요.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어요. 또한 많은 탈북민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문제 등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목소리만 나올 수 있는 라디오 매체였죠. 이름을 부르는 대신 고향 음식 관련 별명을 짓고요. 때문에 자연스럽고 소소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부작’ 팀에는 7명의 남·북한 출신 연세대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다. 그들은 각 회 마다 돌아가며 섭외, MC, 편집, PD의 업무를 맡고 있다. 역할에 구분이 없는 셈이다. 초대 손님을 섭외하면, 미리 사전 인터뷰를 진행해 팟캐스트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지에 대해 구상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MC와 미리 친해지는 시간도 갖는다. 그 후 녹음에 편집을 거치면 하나의 팟캐스트 에피소드가 완성된다. ‘사부작’은 한 초대 손님 당 4부의 이야기로 나눠 방송된다. 월요일에는 초대 손님의 별명에 얽힌 이야기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북한과 남한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목요일에는 현재,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많은 방송을 했고, 또 여러 북한 출신 초대 손님 분들을 만나며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점차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이전까지는 탈북민들의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를 전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공동체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마음으로 이 활동에 임하고 있어요. ‘너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된 것이죠.” (김성원 제작팀장)△북한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와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 공개방송 현장.
소소함과 진솔함이 있는 팟캐스트 사부작실제로 ‘사부작’을 듣다보면 북한 출신 게스트와 남·북한 출신 MC들 간에 오고가는 평범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한다.“어느 주말에 혼자 채널을 돌려보는데 푸드덕-하며 무언가 신호가 잡히는 거예요. 그래서 조절을 해봤더니 북한에는 채널(조선중앙TV)이 하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것 외에 무언가 (신호가) 있다는 게 신기했던 거예요. 그 후로 못 쓰는 배선을 가져다 연결을 해보니 전파가 잡히고 소리가 나왔어요.”게스트 신포 명태식해가 북한에서 처음으로 남한의 채널을 접하게 됐을 때의 이야기를 꺼내자 두 MC인 무산 보쌈밥, 해운대 새우깡의 반응이 이어졌다.“오 정말요? 와 대-박!” (무산 보쌈밥, 해운대 새우깡)“처음에는 어떤 채널인지 몰랐어요. 처음에 들으면요. 알아듣질 못해요. 억양이 틀리니까. 자막을 보고나서야 알았죠. 강릉 KBS 채널이었어요.” (신포 명태식해)신포 명태식해는 ‘사부작’ 시즌3의 북한 출신 MC이자 팟캐스트 12월 넷째주의 특별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는 “팟캐스트를 통해 의미와 재미를 모두 추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팟캐스트 사부작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또한 “한명 한명의 탈북민은 자신만의 스토리와 개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MC 활동을 하며 알리고자 한다”며 자신의 가치관을 밝혔다.“평소 제가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항상 추구하는 것은 남한 사회에 퍼져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노력하는 것은 스토리를 전하는 MC로서, 탈북민을 하나로 묶어서 판단하고 그들에 특정 이미지를 대입시켜 보는 현재의 관행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탈북민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신포 명태식해)△춘천평화지기와 함께 춘천에서 팟캐스트 오픈방송을 진행했던 현장.유튜브로의 확대 꿈꿔… 탈북민들 사이 ‘인싸방송’ 되고파팟캐스트 사부작은 유튜브로의 범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팟캐스트를 통해서는 탈북민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전했다면 유튜브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제 주변에 많은 탈북민들이 ‘사부작’을 즐겨 듣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부작’을 통해 본인들의 과거 추억을 소환해보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해요. 한 친구는 북한에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서 북한에서 있었던 기억은 그 친구에겐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팟캐스트를 들으며 북한에 대한 기억이 따뜻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말해주었던 것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신포 명태식해)“탈북민들 사이에서 ‘인싸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저희끼리 얘기해요. 향후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투브 콘텐츠가 확대된다고 해도, 팟캐스트 사부작은 아카이빙으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탈북민들의 가장 평범하고, 보통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고, 아카이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후대에 봤을 때에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원 제작팀장)khm@hankyung.com
탈북민들의 진짜 목소리 들려주고 싶어 시작한 ‘사부작’그동안 ‘사부작’을 찾은 북한 출신 게스트는 50여명이나 된다. 현재 시즌 3를 방송 중인 ‘사부작’은 이번 시즌부터 남·북한 MC가 두 명씩 팀을 이뤄 방송을 진행한다. 김성원 제작팀장(연세대·26)은 본인 역시 ‘연희동 칼국수’라는 별명의 MC로 활동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탈북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여러 영상 매체에서 탈북민들은 너무나 자극적으로 다뤄지곤 하잖아요.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어요. 또한 많은 탈북민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문제 등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목소리만 나올 수 있는 라디오 매체였죠. 이름을 부르는 대신 고향 음식 관련 별명을 짓고요. 때문에 자연스럽고 소소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부작’ 팀에는 7명의 남·북한 출신 연세대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다. 그들은 각 회 마다 돌아가며 섭외, MC, 편집, PD의 업무를 맡고 있다. 역할에 구분이 없는 셈이다. 초대 손님을 섭외하면, 미리 사전 인터뷰를 진행해 팟캐스트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지에 대해 구상한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MC와 미리 친해지는 시간도 갖는다. 그 후 녹음에 편집을 거치면 하나의 팟캐스트 에피소드가 완성된다. ‘사부작’은 한 초대 손님 당 4부의 이야기로 나눠 방송된다. 월요일에는 초대 손님의 별명에 얽힌 이야기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북한과 남한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목요일에는 현재,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많은 방송을 했고, 또 여러 북한 출신 초대 손님 분들을 만나며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점차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이전까지는 탈북민들의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를 전한다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공동체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마음으로 이 활동에 임하고 있어요. ‘너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된 것이죠.” (김성원 제작팀장)△북한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와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 공개방송 현장.
소소함과 진솔함이 있는 팟캐스트 사부작실제로 ‘사부작’을 듣다보면 북한 출신 게스트와 남·북한 출신 MC들 간에 오고가는 평범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한다.“어느 주말에 혼자 채널을 돌려보는데 푸드덕-하며 무언가 신호가 잡히는 거예요. 그래서 조절을 해봤더니 북한에는 채널(조선중앙TV)이 하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것 외에 무언가 (신호가) 있다는 게 신기했던 거예요. 그 후로 못 쓰는 배선을 가져다 연결을 해보니 전파가 잡히고 소리가 나왔어요.”게스트 신포 명태식해가 북한에서 처음으로 남한의 채널을 접하게 됐을 때의 이야기를 꺼내자 두 MC인 무산 보쌈밥, 해운대 새우깡의 반응이 이어졌다.“오 정말요? 와 대-박!” (무산 보쌈밥, 해운대 새우깡)“처음에는 어떤 채널인지 몰랐어요. 처음에 들으면요. 알아듣질 못해요. 억양이 틀리니까. 자막을 보고나서야 알았죠. 강릉 KBS 채널이었어요.” (신포 명태식해)신포 명태식해는 ‘사부작’ 시즌3의 북한 출신 MC이자 팟캐스트 12월 넷째주의 특별게스트로 출연했다. 그는 “팟캐스트를 통해 의미와 재미를 모두 추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팟캐스트 사부작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또한 “한명 한명의 탈북민은 자신만의 스토리와 개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MC 활동을 하며 알리고자 한다”며 자신의 가치관을 밝혔다.“평소 제가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항상 추구하는 것은 남한 사회에 퍼져있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노력하는 것은 스토리를 전하는 MC로서, 탈북민을 하나로 묶어서 판단하고 그들에 특정 이미지를 대입시켜 보는 현재의 관행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탈북민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신포 명태식해)△춘천평화지기와 함께 춘천에서 팟캐스트 오픈방송을 진행했던 현장.유튜브로의 확대 꿈꿔… 탈북민들 사이 ‘인싸방송’ 되고파팟캐스트 사부작은 유튜브로의 범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팟캐스트를 통해서는 탈북민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전했다면 유튜브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제 주변에 많은 탈북민들이 ‘사부작’을 즐겨 듣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부작’을 통해 본인들의 과거 추억을 소환해보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해요. 한 친구는 북한에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어서 북한에서 있었던 기억은 그 친구에겐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팟캐스트를 들으며 북한에 대한 기억이 따뜻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말해주었던 것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신포 명태식해)“탈북민들 사이에서 ‘인싸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저희끼리 얘기해요. 향후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투브 콘텐츠가 확대된다고 해도, 팟캐스트 사부작은 아카이빙으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탈북민들의 가장 평범하고, 보통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고, 아카이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후대에 봤을 때에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원 제작팀장)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