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무의 취업드림] 삼성도 상시채용 도입하면 고스펙 지원자들만의 경쟁된다

[한경 잡앤조이=나상무 취업드림연구소] 이제 삼성의 선택만 남았다. 정기공채를 유지할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 삼성의 결정은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학생 취업시장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이 상시채용을 도입할 경우, 대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저스펙 지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다. 서류통과선이 상승하게 되면서 고스펙 지원자들에게만 적성검사, 면접의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 정기공채는 회사의 8개 사업부(S사 사례)가 동시에 채용하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분산 지원을 하면서 저스펙 지원자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상시채용이 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취준생들은 이미 2019년 2월부터 시행된 현대자동차 상시채용에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해오고 있다.


1) A사업부 서류경쟁률이 Up : 8개 사업부로 분산되지 않음 A사업부의 3월 채용에 지원자가 몰리게 된다. 정기공채처럼 지원자들이 8개 사업부로 분산되지 않기 때문에 A사업부에 훨씬 많은 지원자가 몰릴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A사업부의 서류경쟁률이 대폭 상승하게 되고 서류통과비율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
2) B사업부 서류경쟁률도 Up : A사업부 탈락자들이 B사업부에 재도전 B사업부의 6월 채용에도 지원자가 몰리게 된다. A사업부 탈락자들이 대부분 B사업부에도 지원하기 때문이다. 요구하는 직무역량이 차이가 적을수록 재도전 지원자가 많아질 것이다. 결국 B사업부의 서류경쟁률도 A사업부처럼 크게 상승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C사업부, D사업부 채용에서도 연쇄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3) 고스펙 지원자들만의 경쟁: 고스펙 탈락자들의 재도전 ▶ 재재도전 특히 탈락을 경험한 고스펙 지원자들의 선택이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A사업부에서 서류는 통과했지만, 적성검사와 면접에서 탈락한 고스펙 지원자들도 역시 B사업부에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사업부간 또는 직무간 시차를 두고 채용이 진행되면, 고스펙 지원자들만의 경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차·SK·LG 차례로 상시채용 도입… 진짜 속내는?대기업의 상시채용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4대 그룹 가운데 현대차, SK, LG가 정기공채 폐지를 선언했다. 여기에 대기업들은 마치 빅스비처럼 똑같은 이유를 늘어놓는다.
핵심은 ‘직무중심 상시공채’로의 전환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제너럴리스트’를 뽑는 기존의 대규모 공채 방식은 우수 인재 선발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에 상시채용은 연중 상시로 지원할 수 있어 채용기회가 넓어졌고 회사와 지원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효과가 있다.
정말 기사화된 이유가 다일까. 다른 속내는 없을까. 오랫동안 인사 실무를 경험한 전문가라면, 다음과 같은 대기업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채용규모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일 년 내내 상시채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정기공채를 할 때처럼 연간 채용규모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대기업이 솔선해서 채용을 많이 하라는 정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든 직무에서 고스펙 지원자를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앞에서 분석한대로 지원횟수가 크게 확대되면서 고스펙 지원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채용 환경의 변화도 있다.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질수록 신입사원 채용은 보수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더구나 비대면 채용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규모로 여러 번 진행하는 상시채용이 효율적이다.
상시채용에 걸맞는 책임감 있는 조치 필요 ‘채용규모, 평가기준, JD’그러면 상시채용을 도입하면, 정말 지원자들은 지원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데 집중하고, 불필요한 스펙을 쌓는데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대기업의 주장처럼 회사와 지원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효과를 거두려면 선행되어야 하는 조치가 있다. 상시채용을 적용하는 대기업은 그에 걸맞는 조치를 해주어야 한다. 다음 3가지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블라인드 채용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 채용규모를 과감하게 공개하자. 공기업처럼 최종 채용규모가 몇 명인지 공개하자. 정확히 공개하기 어려우면 ‘채용규모구간’이라도 제시하자. 10∼20명 혹은 100∼120명처럼 참고할 수 있는 숫자를 제공하자. 00명 혹은 000명은 의미가 없다.
2)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밝히자. 공기업은 채용 단계별로 평가요소, 경쟁률, 배점 등을 공개한다. 공기업만큼은 어렵겠지만 대기업이 서류전형 및 면접의 평가기준 정도만 공개해도 대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3) 보다 구체적인 직무소개(Job Description ; 이하 JD)를 제공하자. 삼성전자의 JD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부 직무별로 Role(역할), Recommended Subject(추천과목), Requirements(요구역량), Pluses(기타) 등이 설명되어 있다. 대학생들은 이를 참고하여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사업부 및 직무를 선택할 수 있다. 다른 회사들도 삼성전자처럼 JD를 대학생 관점에서 제공해주면 좋겠다.
삼성에게 부탁한다 ‘정기공채 유지를’… 대학생을 위해나는 대학생/취준생의 관점에서 상시채용보다 정기공채가 장점이 많다고 확신한다. ‘도전 기회의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에 관계없이 자신이 노력한 만큼, 학점과 활동에 의해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름대로 노력한 대학생들에게 서류전형 통과를 맛보게 하고, 적성검사를 치르게 하고, 나아가 면접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곧 대학생들의 공통된 바램이다.
아마도 삼성이 상시채용을 도입하면, 수만 명의 저스펙 지원자들이 적성검사 및 면접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2014년에 삼성이 깐깐한 직무적합성평가(서류전형)를 도입했을 때처럼.
나상무1986~2002년 삼성전기 기획팀2003~2006년 삼성전기 인사기획부장(채용교육부장 겸직)2007~2012년 삼성전기 인재개발센터장(상무)2013~2015년 현대종합금속 인사팀장(상무)2015년~ 렛유인 취업 강사 및 나상무 취업드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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