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500원, 성균관대 배달 음식 플랫폼 ‘TakeEATeasy’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강민우 대학생 기자] 성균관대 기숙사에 사는 학생이라면 배달 수수료 단돈 500원으로 음식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재학생 하길우(26) 씨가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 ‘TakeEATeasy’ 덕분이다.
만 원어치 음식을 주문하려면 수수료만 3000원을 부담해야 하는 기존 배달 앱을 생각하면 ‘500원’은 파격적이다. 현재 성균관대 율전 캠퍼스 내 5곳 기숙사 학생들이 TakeEATeasy를 이용하고 있다. TakeEATeasy는 성균관대 혁신센터가 주관하는 2020년 대학융합기초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다.
△TakeEATeasy 서비스 화면.

TakeEATeasy는 기존 배달 앱과 달리 사전예약을 바탕으로 한 대량배달을 통해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전날 저녁에 예악을 하면 다음 날 아침에 음식을 받는 식이다. 기숙사 학생 대상이라는 특성 덕분에 가능한 구조다. 한 번에 많은 양을 팔 수 있는 자영업자는 그만큼 저렴하게 음식을 제공한다. 플랫폼은 할인차액만큼 수입을 얻는다. 수수료가 500원뿐이어도 사업 모델이 유지되는 이유다. 10월 14일 화상으로 만난 하길우 TakeEATeasy 대표는 “코로나19가 사업 아이템을 개발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기숙사 식당이 닫아 끼니를 거르는 친구를 보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저렴한 배달료로 음식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 대표는 “특정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를 먼저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길우 TakeEATeasy 대표. (사진 제공=하길우)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 대표는 주변 식당을 섭외하는 일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학생이 하는 일에 처음부터 관심을 보인 사업주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믿고 차분히 설득했다”며 “아침 7시부터 대량으로 음식을 준비해야 해서 주저하던 사장님들도 계획을 다 듣고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평소 단골집 사장님들과 친분을 쌓아둔 점도 긍정적이었다”고 웃었다.
하 대표와 계약을 맺은 음식점들은 흔히 말하는 ‘로컬’ 식당들이다. 지역과 상생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코로나19로 학교 주변 식당들이 배달 전문 음식점에 수요를 뺏겨 결국 문을 닫고 마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봤다”며 “돈을 버는 방법은 많다. 다만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순 없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선한 영향력’하 대표의 MBTI는 ‘ENFJ(정의로운 사회운동가)’ 형이다. ‘돈이 되겠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직접 킥보드를 타고 배달하러 다니면서까지 하 대표가 사업 유지를 위해 애쓰는 것도 선한 영향력이 가진 힘을 믿어서다. 그는 “독과점 플랫폼이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지우고 있다.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는 시도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학생들의 응원이 정말 힘이 된다”고 말한다. 이용 후기를 남긴 이들 중엔 ‘형 천원까지는 봐줄게’ 같은 재치있는 응원부터 ‘이대로 쭉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바람까지 TakeEATeasy의 취지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 대표는 “문제의식을 알아줘서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앞으로 사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매 순간, 과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노력하려 한다.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다”고 다짐했다.
웹페이지 구성부터 재무, 마케팅 기획까지 TakeEATeasy엔 하 대표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5일 동안 5시간밖에 못 잘 만큼 ‘구르는 돌’을 자처하는 하 대표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다.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이 하 대표의 최종 꿈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공장일을 하시는 어머니 곁에서 자란 하 대표는 “장학재단의 지원 등 사회가 뻗는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라며 “훗날 내가 받은 도움을 장학재단 설립으로 보답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jinho2323@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