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기말고사 앞두고 또 우왕좌왕…'이번엔 다를까 했는데...학생들 불만폭주'

[한경잡앤조이=장예림 인턴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대학들의 기말고사 시험 방침이 코로나 초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학생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달 27일 ‘기말시험 시행 및 시험윤리 준수 안내’ 공문을 발표했다. 공문에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2020학년도 2학기 기말시험을 비대면 시험 실시 원칙으로 변경한다”라는 내용과 함께 ‘온라인 시험윤리 준수 사항’이 실렸다. 지난 1학기 시험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이다.

△11월 27일자 경희대학교 기말시험 시행 및 시험윤리 준수 안내 공문.(사진 제공=경희대학교 교무처)

시험윤리 준수 사항에는 ‘시험 부정행위를 한 학생은 총장 직위의 징계처분을 받거나 당해 학기 취득한 성적이 무효처리 될 수 있다’는 변경된 학사 규칙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정작 시험을 치른 경희대 재학생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경희대 정경대학에 재학 중인 김 모(25) 씨는 “(공문에는) 온라인 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온데간데 없고, 부정행위 발생했을 때 어떻게 징계를 내릴지에 대한 내용만 실려 있었다”며 “내년까지 비대면 체제가 이어질 수도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교수 재량에 맡긴다는 공지를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희대 재학생 전 모(23) 씨는 “대면 시험이 예정돼 있던 교양 과목 담당 교수님께서 아직도 비대면 시험으로 볼지, 대면 시험으로 볼지 공지를 안 내려 주셨다”면서 “학교 측이 비대면 기말고사 규정을 새로 만들어 발표해도 교수님들 별로 대응이 다 다르니 개선된 점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7일 감염병관리위원회 공지를 통해 남은 2학기 학사운영 방침을 비대면 원칙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학생들은 두루뭉술한 ‘비대면 전환 공지’에 날 선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한양대 재학생 박 모(24) 씨는 “비대면 시험의 명확한 기준도 없고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공지도 없었다”며 “비대면 시험 공정성 논란에 대한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은 언제 들을 수 있을까”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공개 질의서를 통해 비대면 시험 전환과 관련한 학교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요청했다.

△12월 9일자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공개한 공개질의서 전문.(사진 제공=한양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예체능계 재학생들은 어떨까. 이들에게 비대면 시험 원칙은 통하지 않았다. K 대 무용과에 재학 중인 김 모(21) 씨는 학교 측이 제안하는 ‘교수 재량’ 원칙이 야속하다고 한다. 김 씨는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숨이 차거나 탈의실에서 의상을 갈아입을 때는 마스크를 벗기도 한다” 며 “강의실에 학생들 다 불러 놓고 비대면으로 시험 볼 사람 손 들으라고 하는데 그렇게 물으면 눈치 보여서 누가 손을 들겠냐. 15명 정도 되는 소수과인데...학교 측에서 강단 있게 전면 비대면 하라고 잘라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비대면 시험으로는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며, 기존의 상대평가 방식 대신 ‘선택적 패스제’와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S 사립대 재학생 A 씨는“아무리 카메라를 2-3대 사용해서 비춘다 한들 사각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부정행위가 나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모든 학생이 동일한 환경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비대면 시험과 관련해 정확한 대책 마련과 구체적인 평가 방식을 내놓은 학교도 있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은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 격상과 관련해 기말시험을 ‘전면 비대면’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불가피한 경우를 고려해 대면시험 동의 매뉴얼과 구체적인 평가 방식도 내놓았다.
이화여대는 기말고사 대면시험을 교수 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는 방침에서 ‘전면 비대면 시험’ 체제로 바꿨다. 이화여대 교무처 관계자는 10일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오름에 따라 2학기 종강일까지 강의는 비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고, 기말시험은 대면시험 이외의 방법으로 전환해 운영된다”고 전했다. 이어 “교수님들의 재량에 따르긴 하지만 대면시험이 아닌 구술이나 필기, 레포트 제출 등의 방법으로 실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3일 긴급공지를 통해 기말시험을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고려대 교무처장은 “11월 30일 이후 본교 학생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관련해 자가격리된 학생이 61명에 이르는 상황”이라며 “기말시험은 과제물로 대체하거나 비대면 시험으로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전했다.
성적평가를 위해 대면시험이 불가피한 교과목의 경우에는 수강학생 전원의 동의를 받고, 학장 또는 원장 등 소속기관의 장에게 보고한 후 대면시험을 시행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jyr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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