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진통 끝’ 3차 추경으로 만든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정작 청년들은 “차라리 떨어질 걸”
입력 2020-12-24 16:01:00
수정 2020-12-24 16:01:00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행정안전부가 올해 처음 시도한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사업이 잡음을 남긴 채 12월 18일 찝찝하게 끝이 났다.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핵심과제인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데이터 댐’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청년들은 전국 749개 공공기관에 배치돼 분산돼 있는 데이터를 쉽게 수집·가공·거래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저장소를 만드는 데 투입됐다.
하지만 사업 시작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최종 합격자가 당초 계획한 채용규모 대비 미달됐고 교육과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도중에 이탈한 인원도 상당수다.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은 올해 행안부가 3차 추경을 통해 886억원을 배정한 사업이다. 행안부는 내년에도 이 사업을 통해 2기를 약 8600명 뽑는다는 계획이다.
최종합격도 아닌데 하루 PPT 300장짜리 56시간 교육 들어야공공데이터 청년인턴 모집은 7월 22일 시작됐다. 31일까지 접수를 받고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을 선발했다. 공공데이터에 관심 있는 만 19~34세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하도록 했다. 전공이나 자격요건도 필요 없었다. 합격하면 주5일 근무에 월급 18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당초 전국에 걸쳐 8000여명 선발하기로 했던 것이 교육 및 시험을 거치는 동안 7037명만 남았다. 합격 후에도 일부가 이탈하면서 최종적으로 6335명만 근무하게 됐다. 모객이 안됐던 것은 아니다. 지원인원은 당초 모집인원의 3배가 넘는 2만5349명에 달한다.
10월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경북안동·예천)이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소요인원을 조사해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일자리 8077개를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청 저조, 교육 중 중도 이탈 등의 이유로 6335명만 채용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탈자들은 ‘교육량이 터무니없이 방대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서류전형, 교육, 시험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는데 이중 교육 과정에서부터 참가자들에게 너무 과도한 수준을 요구했다는 불만이다.
참가자들은 매일 8시간씩 총 56시간 교육을 들어야 했다. 하루치 PPT양만 300장에 가깝다. 또 당초 학력, 전공과 무관하게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SQR종류, database설계, RDBMS 등 전문적인 내용을 교육했고 750명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아직 합격한 것도 아니다. 교육을 수료했어도 마지막 단계인 시험에서 탈락하면 무용지물이다.
△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후기들
중도 포기자도 지원… 국민 세금 1억2000만원 공중에 증발교육 내용이 단순 이론 암기식이라는 데도 불만이 제기됐다. 한 참가자는 취업 커뮤니티에 글을 남겨 “IT전공자임에도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며 “게다가 강사가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 PPT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읽기만 해 강의의 필요성 자체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전공과목 중간고사 범위를 하루 만에 몰아서 공부하는 느낌”이라며 “차라리 이 시간에 다른 자격증 공부를 해서 취업하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도중에 그만두기가 억울해 억지로 교육을 마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산은 이들 중간 이탈자에게도 사용됐다. 청년인턴은 교육을 받은 뒤 교통비, 식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금 20만원을 받는데 이 단계에서 1305명이 중도 포기했고 교육이수 후에도 702명이 입사를 포기했다. 이 중 631명은 교육지원금 20만원을 받고 기관에 배치받기를 거부했다. 결국 1억2000여만원의 지원금이 증발된 것이다.
인턴 합격 후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합격자 중 일부가 서류합격 당시 ‘미배치’로 분류됐다. 미배치자들은 공공기관이 아닌 권역별로 마련된 사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게다가 지원단계에서 참가자들에게 희망 지역을 선택하게 했던 것이 무색하게, 편도 1시간이 넘는 거리로 배정된 경우도 있었다.
김형동 의원은 "현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도 부족한 시기에 급조된 아르바이트 자리로 청년들의 취업 의지를 꺾고 있다"며 "정부는 일시적으로 통계상의 청년 취업률을 높이려는 숫자 놀음을 당장 중단하고 내실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10월 16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연구원)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사업 현장을 점검하고 공공데이터 청년인턴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진 장관은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사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데이터 개방 및 품질개선 가속화를 통해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들의 경력개발과 취업을 지원하려는 취지의 사업"이라며 "공공기관의 데이터 개방과 청년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tuxi0123@hankyung.com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은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핵심과제인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데이터 댐’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청년들은 전국 749개 공공기관에 배치돼 분산돼 있는 데이터를 쉽게 수집·가공·거래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저장소를 만드는 데 투입됐다.
하지만 사업 시작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최종 합격자가 당초 계획한 채용규모 대비 미달됐고 교육과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도중에 이탈한 인원도 상당수다.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십은 올해 행안부가 3차 추경을 통해 886억원을 배정한 사업이다. 행안부는 내년에도 이 사업을 통해 2기를 약 8600명 뽑는다는 계획이다.
최종합격도 아닌데 하루 PPT 300장짜리 56시간 교육 들어야공공데이터 청년인턴 모집은 7월 22일 시작됐다. 31일까지 접수를 받고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을 선발했다. 공공데이터에 관심 있는 만 19~34세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하도록 했다. 전공이나 자격요건도 필요 없었다. 합격하면 주5일 근무에 월급 18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당초 전국에 걸쳐 8000여명 선발하기로 했던 것이 교육 및 시험을 거치는 동안 7037명만 남았다. 합격 후에도 일부가 이탈하면서 최종적으로 6335명만 근무하게 됐다. 모객이 안됐던 것은 아니다. 지원인원은 당초 모집인원의 3배가 넘는 2만5349명에 달한다.
10월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경북안동·예천)이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소요인원을 조사해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일자리 8077개를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청 저조, 교육 중 중도 이탈 등의 이유로 6335명만 채용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탈자들은 ‘교육량이 터무니없이 방대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는 서류전형, 교육, 시험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는데 이중 교육 과정에서부터 참가자들에게 너무 과도한 수준을 요구했다는 불만이다.
참가자들은 매일 8시간씩 총 56시간 교육을 들어야 했다. 하루치 PPT양만 300장에 가깝다. 또 당초 학력, 전공과 무관하게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SQR종류, database설계, RDBMS 등 전문적인 내용을 교육했고 750명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아직 합격한 것도 아니다. 교육을 수료했어도 마지막 단계인 시험에서 탈락하면 무용지물이다.
△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후기들
중도 포기자도 지원… 국민 세금 1억2000만원 공중에 증발교육 내용이 단순 이론 암기식이라는 데도 불만이 제기됐다. 한 참가자는 취업 커뮤니티에 글을 남겨 “IT전공자임에도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며 “게다가 강사가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 PPT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읽기만 해 강의의 필요성 자체를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전공과목 중간고사 범위를 하루 만에 몰아서 공부하는 느낌”이라며 “차라리 이 시간에 다른 자격증 공부를 해서 취업하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도중에 그만두기가 억울해 억지로 교육을 마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산은 이들 중간 이탈자에게도 사용됐다. 청년인턴은 교육을 받은 뒤 교통비, 식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금 20만원을 받는데 이 단계에서 1305명이 중도 포기했고 교육이수 후에도 702명이 입사를 포기했다. 이 중 631명은 교육지원금 20만원을 받고 기관에 배치받기를 거부했다. 결국 1억2000여만원의 지원금이 증발된 것이다.
인턴 합격 후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합격자 중 일부가 서류합격 당시 ‘미배치’로 분류됐다. 미배치자들은 공공기관이 아닌 권역별로 마련된 사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게다가 지원단계에서 참가자들에게 희망 지역을 선택하게 했던 것이 무색하게, 편도 1시간이 넘는 거리로 배정된 경우도 있었다.
김형동 의원은 "현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도 부족한 시기에 급조된 아르바이트 자리로 청년들의 취업 의지를 꺾고 있다"며 "정부는 일시적으로 통계상의 청년 취업률을 높이려는 숫자 놀음을 당장 중단하고 내실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10월 16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연구원)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사업 현장을 점검하고 공공데이터 청년인턴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진 장관은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사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데이터 개방 및 품질개선 가속화를 통해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들의 경력개발과 취업을 지원하려는 취지의 사업"이라며 "공공기관의 데이터 개방과 청년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