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리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현직자 평판 조작으로 얼룩진 '잡플래닛'

[한경잡앤조이=장예림 인턴기자] 취업준비생 및 이직자들이 기업 평판 조회를 위해 이용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에서 또 한 번 일부 기업의 리뷰 조작 정황이 드러났다.
한 취업준비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평점이 괜찮은 회사 후기들을 자세히 보니 죄다 해당 회사 현직자가 남긴 후기들이었다”며 “기업들이 평판 관리를 위해 리뷰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골자의 게시글이 화제가 됐다.
잡플래닛은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들 및 이직을 희망하는 직장인들이 기업들의 평판과 복지, 연봉 등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리뷰를 공유하는 ‘취업 정보 공유 플랫폼’이다. 구직자들은 플랫폼을 이용해 전·현직자들이 익명으로 남긴 면접 후기, 회사 분위기 등을 보고 채용에 대비한다.
하지만 이 취업 정보 공유 플랫폼에 등록된 일부 기업들이 자신들 기업의 별점을 높이기 위해 현직자를 대동해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하고, 부정적인 리뷰는 삭제하는 식으로 평판을 관리하고 있어 잡플래닛을 이용하는 구직자들의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화제가 된 해당 게시글에는 “입사 제안이 온 회사 리뷰를 보는데 신기할 정도로 단점이 없어 후기를 4페이지까지 넘겨가며 봤더니 업체 담당자가 일일이 후기를 확인하고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며 기업들의 평판 조작 정황을 짚어냈다.
이어 “평점 좋은 후기들은 보기에도 영혼이 없고 검열받은 느낌의 후기들이었다. 거의 현직자가 작성했고, 솔직한 후기들은 4페이지가 넘어서야 나왔으니 앞에 얼마나 조작 후기가 많이 쓰였는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글은 삽시에 댓글 70여 개가 달려 구직자들의 우려를 실감케 했다.
△평판 조작 정황을 지적하며 전직자가 남긴 잡플래닛 기업 리뷰.(사진=독자 제공)구직자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이뿐만 아니다. ‘해당 플랫폼 리뷰를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누리꾼은 “잡플래닛은 돈을 지불하고 리뷰를 보는데 저런 거짓 리뷰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뭐가 진실인지 확인을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잡플래닛에서 기업의 리뷰, 연봉, 면접 후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10900원에서부터 최대 27000원까지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각 이용권의 가격에 따라 연봉 탐색 서비스, 맞춤 기업 찾기, 직군별 만족도, 프리미엄 뉴스 등 구직에 도움 되는 자료가 추가된다.
돈을 들여 이용권을 구매했다는 한 취업준비생 누리꾼은 “개인 사비를 내고 기업 리뷰를 보고 있는데 어느 정도 걸러서 봐야겠다”며 “오히려 퇴직자분 의견을 중요히 봐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12월 22일 공개된 잡플래닛 기업 정보 및 이용 현황.(사진 제공=잡플래닛)

이렇듯 기업 정보와 리뷰를 얻기 위해 잡플래닛을 이용하는 사람은 월평균 230만 명. 월평균 페이지뷰는 1억 7천만 건 가량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잡플래닛이 공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잡플래닛 이용자가 남긴 리뷰의 수는 자그마치 527만 건(2020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국내 5인 이상 기업의 95%는 잡플래닛에 기업 평판 정보가 등록돼 있다는 것이다. 구직자 및 이직자들 사이에서 취업준비 시 필수 관문 중 하나로 여겨졌던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 관람하기’는 일부 기업들의 ‘평판 조작’ 행위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기업리뷰 및 연봉정보, 면접후기 등은 잡플래닛 회원들이 구직자들의 알권리 및 선택권 보장을 위해 자발적으로 작성한 게시물”이라며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성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기업 현직자가 삭제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이는 잡플래닛 운영진 또한 마찬가지”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김 이사는 “최근들어 잡플래닛에 등록된 업체 중 직원들을 독려해 좋은 리뷰를 쓰도록 권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해당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업들이 안 좋은 리뷰들을 신고해 블라인드 처리가 되도록 하면서 좋은 리뷰 작성을 독려한다는 것”이라고 사안의 원인을 조명했다.
이어 리뷰가 블라인드 처리되는 과정에 대해 “사이트 내 게재된 게시물로 인해 발생한 권리침해를 근거로 차단을 요청하는 개인 혹은 기업이 존재한다”면서 “게시물 신고접수는 기업을 위해 마련된 절차가 아니라 사이트 내 유통 중인 게시물로 인해 민·형법상 권리침해를 입은 주체라면 누구나 접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잡플래닛은 홈페이지 내 커뮤니티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이트에 등록된 정보에 대해 불법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이유로도 임의 삭제 및 수정을 하지 않으며, 작성자가 어떠한 댓가를 받았다는 증거가 확보될 시 해당 정보는 즉각적으로 삭제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잡플래닛 기업 리뷰 조작 정황을 지적한 게시글 작성자는 “잡플래닛이 틀린 후기만 올라온다고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라며 “현직자가 짧은 기간 동안 몰려들어 좋은 후기만 쓰며 전직자의 좋지 않은 후기를 밀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주의 깊게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지예 이사는 “잡플래닛 리뷰 서비스를 악용하려는 일부 기업에 강경대응하고 플랫폼을 보다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jyrim@hankyung.com [사진=게티 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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