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공공기관 채용박람회 ‘AI면접’ 응시해보니… “면접 합격 가능성은 36%입니다”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이도희님의 면접 합격 가능성은 36%입니다.”

날벼락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18일 열린 ‘2021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다.

매년 연초가 되면, 기획재정부는 대규모 공공기관 채용박람회를 열고 한 해 공공기관의 채용계획을 발표한다. 또 각 기관의 인사담당자가 직접 현장에 참가한 구직자를 만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박람회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인사담당자 채용설명회 외에 부대행사로 공공기관 모의토론면접, 블라인드 공개모의면접, 블라인드 자기소개서 컨설팅, NCS직업 기초능력검사, 인성검사, AI모의면접 등 부대행사도 준비됐다.

특히 지난 한해 코로나19로 언택트 채용이 활발해지면서 AI면접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6월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신입직 구직자 38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 채용시장을 이끌 트렌드 1위로 ‘화상면접 등 AI 면접으로 대체(48.7%)’가 꼽혔다.

이를 반영해, 이번 공공기관 채용박람회에서는 온라인으로 AI모의면접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웹사이트에 가입해 쿠폰(매일 선착순 400명)을 발급받으면, 1년간 5회 AI모의면접에 응시할 수 있다.

공공기관 AI모의면접 해보니
공공기관 채용박람회 홈페이지에서 쿠폰을 받고 ‘입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모의면접 운영 대행기업의 홈페이지로 넘어간다. 이곳에서 새로 가입을 한 뒤 이전에 받은 쿠폰 코드를 입력하면 총 5회의 모의면접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



완료 후에는 바로 면접에 응시할 수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점검한 뒤 준비가 끝나면 바로 면접을 시작하면 된다. 질문은 기출문제 15만개와 AI면접 기출문제, 내가 설정한 나만의 질문으로 구성된다.

질문에 대한 답은 30초, 60초, 90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질문을 받고 답변 준비 시간을 가진 뒤 응답을 하면 면접이 완료된다.


준비시간이 주어지고, 내가 응답 시간도 선택할 수 있지만, 3초의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답할 차례가 되니 머리 속이 하얘진다. 아마 면접 준비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앞에 면접관이 아니라 내 얼굴이 보이니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화면이 아닌 허공을 쳐다보는 습관도 나온다. 예전에 토익스피킹 시험에 응시할 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어찌저찌 3개 질문이 끝나면, 내 면접 점수는 AI분석을 통해 바로 받아볼 수 있다. 결과는 종합 리포트와 함께 세부분석, AI 면접위원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종합 리포트를 통해서는 내 면접 합격 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 면접 준비 상태는 어떠한지, 전체 영상 중 내 순위는 상하위 몇 %인지도 알 수 있다. 결과에 따르면 1인 최다 연습 횟수는 2800회에 이른다.



공공기관 AI면접은 올해도 계속… KCA는 AI전형 평가
“이도희님은 친화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친화성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인관관계와 관련된 성격 요소입니다. 이 성향이 높을 경우 면접상황에서 호의적이고 이타적인 이미지로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타인과의 접촉이 잦은 직무에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AI는 호감도, 집중도, 신뢰감, 활기참, 침착성 등 면접에 필요한 역량 10가지의 평균치와 내 점수도 알려준다. 답변내용을 STT(speech to text) 기술이 글자로 한 번 변환해 발음의 정확도를 알려준다.





세부분석에서는 프레임별 시선처리, 머리 움직임, 음성 높낮이, 음성 크기, 표정 변화로 본 감정 등 태도 점수를 알 수 있다. 전체 화면에서 내 시선이 머무르는 곳이나 내 목소리 높이가 표준치를 기준으로 어디에 위치하는지, 목소리 크기를 통해서는 강조할 부분에서 제대로 강조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마지막 단계로는 대기업 채용 면접관 출신들의 평가 데이터를 모아 AI가 한 번 더 서술형의 답변을 해준다. 하지만 내 답변양이 많지 않아서인지 답변은 “면접 역량을 향상시키고 답변을 잘 준비해 연습을 하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등의 원론적인 내용이어서 아쉬웠다. 최종적으로는 이용권을 별도로 구매해 전문가에게 코칭을 받을 수 있다.

한 공공기관 채용 전문 강사는 “AI와 같은 언택트 면접에서는 기본 면접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며 “상반신 위주의 언택트 면접에서 말 끝을 흐리는 습관, 불량한 자세, 시선을 피하는 버릇 등은 특히 불리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공기관의 AI면접 바람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해양환경공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식회사 에스알 등이 올해 AI면접을 실시하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AI전형을 별도로 마련해 AI가 인적성 결과와 직무역량을 평가하도록 한다. 이 결과와 지원서 점수를 바탕으로 면접 대상자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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