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비대면 OT 앞둔 대학 새내기들 “술로 얼룩진 신입생 맞이는 옛말”
입력 2021-02-08 14:02:33
수정 2021-02-08 15:17:16
코로나19가 바꾼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 풍경
줌으로 선배에게 ‘학교생활 멘토링’ 듣고 ‘온라인 소모임’ 참가해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서울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모습.(사진=한경DB)
“자기소개 영상은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 “랜선 신환회 때는 뭘 입으면 좋을까요?”
21학번 신입생들이 사상 초유의 비대면 OT를 앞두고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질의응답을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합숙 새터’, ‘1박 2일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음주 가무를 즐기며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던 기존의 새내기 OT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오는 10일 서울대는 온라인 화상회의시스템 줌(ZOOM)을 활용한 ‘비대면 새내기 OT’를 진행한다. 각 단과대별로 진행되는 비대면 신입생 환영회는 재학생 멘토단이 중심이 된 ‘대학생활 멘토링’이 주가 될 예정이다. 서울대 학생지원과 관계자는 “OT는 1부와 2부로 구성되며 1부는 대학 생활 전반에 대한 소개를 하고, 2부는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친목 도모의 장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대상은 수시, 정시 글로벌 전기모집 합격생 전원”이라고 안내했다.
연세대 중앙새내기맞이단은 지난달 16일과 17일 양일간 21학번 수시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정기 정모회를 개최했다. 새내기맞이단 재학생들을 필두로 ‘게임 모임’, ‘술 모임’, ‘N수생 모임’ 등 소모임을 기획해 신입생들의 다양한 관심사에 맞는 이색 환영회를 선보였다. 또 같은 달 22일에는 고려대학교 중앙새내기맞이단과 함께 합동 ‘교류 정모’를 진행해 ‘미니 연고전’, ‘질의응답’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연세대학교 21학번 신입생 줌 소모임 안내 공지.(사진=연세대 중앙새내기맞이단)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소규모로 진행하는 비대면 캠퍼스 투어 ‘걸어서 시대 속으로’를 오는 18일까지 실시한다고 6일 발표했다. 신입생 및 편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해당 투어는 총학생회 1~2인과 신입생 2인이 함께 짝을 지어 학교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학교에 대해 궁금한 점 등을 질의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참여는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SNS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원래는 1월 말에 계획돼 2월 초까지만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신입생들의 신청이 쇄도해 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식사나 카페 방문 등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각 학과 개별적으로 새내기 새로 배움터 행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중앙대 인문대학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단과대별로 명확한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인문대 학우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각 학과별 대체 행사에 사용할 ‘행사 별 방역 매뉴얼’을 제작 중에 있다”며 “단과대 규모 새내기 새로 배움터 행사 취소에 따라 대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결정 및 논의사항이 있다면 신속하게 전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학 측이 직접 나서 ‘비대면 환영회’ 이끌기도
그런가 하면 대학 차원에서 직접 나서서 비대면 환영회를 진행한 곳도 있었다. 이화여대는 지난 4일 2021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를 대상으로 대학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 ‘이화와 함께 꿈을 향해 비상하라(이하 이꿈비Ⅱ)’를 개최했다. 식순에는 이화여대 교수들이 직접 출연하는 ‘미리 듣는 대학 강의’, 재학 중인 학생들이 전하는 ‘선배가 들려주는 이화의 이야기’, 코로나19로 캠퍼스 방문이 어려운 신입생들을 위한 ‘영상으로 만나는 캠퍼스’ 등이 구성됐다. 이윤진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축하사를 통해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오늘의 결실을 맺은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한다”며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으로 시대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는 이화의 도전에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입학생들을 격려했다.
숙명여대는 23일 비대면 통합 ‘입학식·신입생 환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총 3부로 구성되는 행사는 유튜브 라이브와 줌을 통해 동시 생중계된다. 식순으로는 장학금 수여와 축하 영상 상영 등과 더불어 ‘신입생 경품 추첨 행사’도 진행해 21학번 새내기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21학번 신입생 장 모(21) 씨는 “올해도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취소될 줄 알았는데 비대면으로나마 신입생 환영회를 참가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하루빨리 동기들의 얼굴을 보고 인사하고 싶다”는 기대를 전했다.
새내기 맞이 ‘온라인 플랫폼’ 개설한 학교도 있어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모바일 웹 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새내기 맞이 프로젝트 ‘인트로:이공이일, 이곳이길’을 진행한다고 3일 발표했다. 해당 웹페이지는 실시간 화상채팅 방식이 아닌 상시 접속이 가능한 콘텐츠 관람 및 소통 방식으로 구성되며, 오는 17일부터 내달 5일까지 3주간 게릴라식으로 운영된다. 프로젝트는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 모두 참여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만 있으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외대 학생회 측의 설명이다. 김나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본 행사가 일방적인 영상 업로드를 넘어 소통형 콘텐츠로 코로나19로 단절된 대학 내 공동체 문화를 재생산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2021 새내기 맞이 프로젝트 포스터.(사진=한국외대 총학생회)
대학가 노력에도 학생들 아쉬움은 여전해…“반수 고민하고 있어요”
서울 소재 모 사립대학교 20학번 김 모(21) 씨는 지난해 대학에 합격한 뒤 전면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자 학교에 대한 애교(愛敎)심도, 대학생이라는 실감도 들지 않아 반수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21학번은 비대면으로나마 환영을 받겠지만, 저 같은 20학번은 코로나와 같이 입학하는 바람에 아무런 축하도 받지 못했다. 아직도 동기들 얼굴을 다 모른다”며 “학교에 애착이 들지 않아서 반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학번 대학생 허 모(21) 씨는 “작년에 입학할 때 입학금 40만 원가량을 냈는데 학교로부터 아무런 신입생 안내나 혜택 등을 받은 것이 없다. 학교생활과 시설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을뿐더러 입학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도 없다”며 “같은 코로나 시대에 입학한 신입생인데 20학번은 버림받은 학번같이 느껴진다. 21학번과 합동 OT·입학식을 진행해도 전혀 이상함이 없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jyr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