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하나로 대기업 사표 던진 20대 청년의 창업 아이템은?···커피 마시면서 그림 그리는 드로잉카페 ‘성수미술관’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커피를 마시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드로잉카페 ‘성수미술관’은 작년 10월 성동구 성수동에 1호점을 오픈했다. 중3 때부터 친구사이였던 권효민(29)·이재욱(29) 성수미술관 공동대표는 작년 7월, ‘드로잉카페’라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준비했다. 기존에 없었던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에 시작만 하면 대박 날 아이템이라 호언장담을 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문을 열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픈 이후 한 달 간 단 한명의 손님도 오질 않았다. ‘창업은 현실’이라는 불문율을 오롯이 경험한 두 대표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손님들이 방문하고, ‘이색 카페’, ‘독특한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성수미술관은 올 3월 마포구 연남동에 2호점 오픈하고, 하반기 3호점 오픈을 계획 중이다.

△권효민·이재욱 성수미술관 공동대표.

성수미술관은 어떤 곳인가이재욱 대표 : 성수미술관은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다. 성수점은 작년 10월, 연남점은 올해 3월에 오픈했다. 보통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화실에 가거나 장비가 있어야만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수미술관으로 오시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권효민 대표 : 오전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1인당 22,000원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와 스케치 된 도안이 제공되며, 시간은 2시간이다.
재욱 : 보통 80%가 예약고객, 나머지는 현장 고객인데, 주말의 경우엔 100% 예약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말에 지나가다 들르는 분들이 헛걸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떤 도안들이 준비돼 있나효민 : 15가지 스타일의 도안이 준비돼 있다. 그 도안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색칠하는 방식인데, 애니메이션부터 자연, 도시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도안이 있다면재욱 : 요즘엔 크로아티아를 배경으로 한 풍경 도안이 인기다. 다양하게 색칠할 수 있어서인지 많이들 찾으신다.
성수미술관에서 도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효민 : 인터넷으로 도안을 찾아 선택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 고객들이 그림을 그릴 때 뭔가 그리고 싶은 도안들로 선택한다.
재욱 : 너무 어렵거나 반대로 너무 쉬운 건 선택하지 않는 편이다.
효민 : 처음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을 땐 도안이 없었다. 벽에다가 그림을 그리는 걸 생각했었는데, 관리가 너무 힘들 것 같더라. 그래서 이젤을 놓고 전지 사이즈의 도안을 선택하게 됐다.

처음 그림을 그리는 고객들은 2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겠다재욱 : 2시간 안에 그림을 완성하는 분들이 40%정도 된다. 처음엔 시간을 조금 늘려볼까도 생각했었는데, 늘리더라도 완성을 다 못하시더라. 그래서 시간 안에 완성을 못하는 분들에겐 예약이 없을 시 시간을 조금 더 드리기도 한다.
효민 : 완성하지 못한 고객들의 그림을 2주 정도 보관해두는데 재방문 시 반값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성수미술관을 방문하는 주요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효민 : 주로 20대 여성들이 많이 방문하는 편이다. 연남점은 외국인들도 많이 온다.
재욱 : 커플이 가장 많고, 친구들끼리 오는 분들도 많다. 최근엔 혼자 오셔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 그리는 1인 고객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떤가효민 : 워낙 리액션이 커서인지 몰라도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더라.
‘미술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전시공간으로 알고 들어오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재욱 : 연남점은 연트럴파크에 있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전시공간인줄 알고 들어오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한번 둘러보고 나가시더라.(웃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카페’라는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효민 : 작년 7월 일본여행을 갔었는데, 우연히 공익광고를 보게 됐다. 어린아이부터 학생, 청년 노인들이 나와 그림을 그리는 광고였다. 그 광고를 보고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도 창업에 관심이 많아 친구인 재욱이에게 말을 했는데, 반응이 좋더라.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창업 전에는 뭘 했나재욱 : 화장품 회사를 다녔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늘 새로운 문화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효민이의 제안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효민 : 나도 마찬가지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올 6월까지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에서 근무를 했다. 대학 때 기계과에서 벤처중소기업학과로 전과를 할만큼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와 창업을 겸하다가 퇴사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효민 : 월급이 삼백만원 조금 넘었다. 매장이 두 곳이라 알바를 한 명 뒀는데, 월급이 200만원 정도 나가더라. 사실 초반에는 장사가 안 돼 월급으로 메운 적도 있었는데, 바빠지면서 월급에 미련두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고 있다.
매출은 얼마나 되나효민 : 성·비수기 차이가 조금 있지만 매장 한 곳당 월 2천만원 정도다.
친구끼리 동업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의견다툼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떤가재욱 : 공동창업이었지만 효민이가 합류한 건 얼마 안됐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오픈부터 운영까지 혼자 도맡아했다. 말이 공동 창업이지 솔직히 없는 사람(효민) 취급했다.(웃음) 같이 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불만이 많아질 것 같더라. 그래서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창업을 시작한 것 같다.
효민 : 의견다툼은 준비할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많지만 아마 재욱이가 없었다면 창업을 못했을 것 같다.
창업 준비기간 또는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재욱 : 처음 성수점을 오픈하고 한 달 간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효민이는 출근했고, 혼자서 가게를 지키는데 마치 감옥에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오픈하면 엄청 잘 될 줄 알았는데···이게 현실이구나 싶더라.
효민 : 창업한 지 얼마 안됐지만 힘든 순간은 너무 많았다. 특히 운영방식을 결정할 때 둘의 의견을 좁혀야 하는데, 성향이 다르다보니 부딪히는 일이 생기더라.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첫 손님이 왔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재욱 : 정확히 기억한다. 첫 손님이 방문했을 때 “어서오세요”라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했다. 손님도 놀란 눈치였다.(웃음)
창업을 꿈꾸거나 현재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다. 직장생활과 창업, 두 가지 모두 경험한 선배로서 팁을 준다면효민 : 20대들은 창업에 결핍되어 있는 세대다. 아무리 잘 준비해도 성공보다는 실패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창업을 하기보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을 먼저 해보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재욱 : 본인의 삶을 돌아봤을 때 하나라도 잘 한 게 있다면 창업에 도전했으면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창업은 고민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기 싫어서라거나 유행 따라 창업을 선택하는 건 피했으면 좋겠다.
성수미술관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재욱 :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워 대기업에 넘기고 싶다.(웃음)
효민 : 10월쯤 부산에 3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출장 전문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사업도 준비 중이라 앞으로 바쁘게 보낼 것 같다.
khm@hankyung.com[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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