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AI, 인간과 직업③] AI 시대 속 살아남을 직업은? 인간, 그 본질적 단어에서 해답을 찾다

-AI의 완전한 직업 대체에는 한계가 존재, '가치판단'·'창의'가 키워드-대학생 "사라질 직업으로 세무사·회계사 꼽혀…꿈꾸는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에 걱정"-현직 관계자가 들려주는 직업 생태계 이야기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권정인 대학생 기자] 4차 산업 혁명. 이 흐름은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과 함께 일상생활의 판도를 뒤집고 있다. 특히 직업 시장의 변화는 눈길을 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9월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서 2022년까지 1억 33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로봇이 기존 일자리 7500만을 대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4차 산업 혁명으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지만, 그에 상응해 수많은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예견된 직업 시장의 변혁으로 대다수 구직자는 고뇌에 빠졌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인공지능 시대, 직업 선택에 변화 있나'를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53명 중 80.4%가 ‘AI로 대체되지 않는 직업군을 고려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는 많은 구직자가 직업 선택에서 ‘AI의 대체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세무·회계를 전공하고 있는 권용대(강남대, 21) 학생은 “사라질 위험도가 높은 직업엔 항상 세무사, 회계사가 속한다”며 “꿈꾸는 직업이 AI로 인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도로 발전된 AI는 직업의 위기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 속 살아남을 직업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인간’이라는 본질적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영역은 AI의 완전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 기사에서는 그러한 영역을 ‘가치판단’과 ‘창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관련 직업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가치판단’과 관련된 판사, 의사. AI로 완전 대체 힘들어‘가치판단’이란 두산백과사전에서는 ‘사실판단에 대한 규범적 판단으로, 넓은 의미의 대상에 적극적·소극적 평가를 내리는 평가판단’이라고 정의돼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주체자의 가치관이 개입된 판단’이다. 물론 AI는 셀 수 없이 많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데에는 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주관을 잣대로 의사결정을 하는지는 명확치 않다. 아울러 AI가 내린 결정의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결론적으로 가치판단과 관련된 분야는 AI의 완전 대체가 어렵다. 그러한 직업에는 판사, 의사, 수의사 등이 있다.



이에 권순탁 수의사는 “AI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통해 수의적 진단을 내릴 수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진단을 위한 도구일 뿐, 간호와 치료에는 단순 약물과 치료 확률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라면서 “수의학은 생명존중과 관련된 윤리적 분야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진정한 창의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워…‘창의’ 직업 살아남아지난 2016년 영화감독 오스카 샤프와 인공지능 연구자 로스 굿윈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인공지능인 ‘벤자민(Benjamin)’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벤자민이 시나리오를 쓰도록 수십 편의 영화, SF 시리즈물의 시나리오 정보를 입력했다. 그 결과 벤자민은 ‘태양샘(Sunspring)’이라는 제목의 단편 SF 영화를 완성해냈다. 이 ‘태양샘’이라는 작품은 ‘48시간 도전’이라는 대회에서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상위작 10개에 속했다. 물론 최종적으로 수상 순위에는 들지 못했고 ‘보통 이상으로 뛰어나나, 시나리오에서 유기적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적, 창의적인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왜 AI 시대 속 창의와 관련된 직업이 살아남는다는 것일까.
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공지능은 입력된 데이터 값을 탐색, 모방하여 무언가를 창조해낸다. 이는 인간의 ‘창의’와는 차이점을 가진다. 인간의 ‘창의’는 통찰, 부화, 노력 등을 포함하는 고차원적인 사고과정을 통해 발현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창의적 사고체계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창의’와 관련된 직업에는 작가, 작곡가, 디자이너, 공연기획자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지선 방송작가는 “작가는 문장 한 줄을 작성할 때도 핵심 단어를 서두에 제시해 이목을 집중시킬 것인지, 뒤에 제시해 궁금증을 유발하게 할 것인지, 혹은 전혀 다른 단어를 사용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공지능을 이용해 특정 정보, 키워드의 검색은 가능하더라도 감성 자극을 위해 활용할 표현을 결정하는 일, 이야기를 흥미롭게 쓰는 일은 하기 어렵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쓴 글은 맞춤법은 정확하나 마음은 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권두현 미래문화재단 공연기획자는 “공연이나 이벤트 기획은 목적한 바를 예술적 감성 테마를 통해, 인간의 감성을 행위로 이끌어내는 창의적 영역”이라며 “인공지능은 가령 관객들의 동선 최단화, 소리전달의 과학적 검증, 시각적 변화 부여 등으로 창의적 문화판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이는 데이터 정보에 의해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인공지능은 공연기획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지만, 문화이벤트의 판벌림, 참여자에 대한 모객 성향 등은 여전히 인간의 창의적 영역에 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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