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상의 취업즉설] 블라인드 채용이 낳은 사생아, 필기시험

[캠퍼스 잡앤조이=윤호상 인사PR연구소장] 공공기관에서 NCS 도입 및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 됨에 따라 스펙이 아니라 직무 중심의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스펙 초월 채용, 스토리 중심의 채용을 해 온 사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보편화 되고 있으니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다만 이런 변화와 맞물려 직업 안정성을 추구하는 구직자들이 공공기관에 맹목적으로 지원하면서, ‘공공기관 쏠림 현상’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 한산한 곳 하나 없이 붐비는 공공기관 채용 박람회. (사진=한경DB)


이런 탓에 공공기관에서도 필기시험이 중요한 필터링 도구로 자리 잡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 사교육을 없애자고 도입한 NCS,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사교육을 폭증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기존 학원 강사, 취업 강사들까지 필기시험 대비 강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실 NCS 도입 초기부터 우려가 된 부분이다.
체계적인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필기시험만 보면 된다는 막연한 지침은 각 공공기관의 필기시험 유형과 문제를 기준 없이, 상이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채용이 진행되다 보니 공공기관도, 출제 기업도, 구직자도 보이지 않는 혼란에 빠지게 됐다. 이 과정 속에서 교육기관 및 강사들의 상술이 성행하자, 구직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필기시험을 위해 금전적인 지출을 하고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도 이게 맞는 것인지 모르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이렇게 가르치는 것이 맞는지 모른다. 이렇게 사교육 시장은 또 기형적으로 팽창하는 중이다.
기준 없이 높아지기만 하는 난이도 과연 해법일까직무 중심, 블라인드 채용 확대, 채용 결과의 신뢰성 확보 등의 이유로 각 공공기관들은 서류전형을 더욱 간소화하고 있다. 그래서 서류전형보다는 필기시험에서 1차 당락을 결정하려고 하는데, 구직자가 쏠리니 필터링을 위해 시험도 덩달아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필기시험에 대한 세밀한 지침이 없어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출제 기업도 NCS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예제 수준의 쉬운 문제를 출제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기관별로 다른 시험 유형과 문제, 그리고 점점 더 높아지는 시험 난이도는 구직자들에게 혼란과 어려움을 줄 뿐이다.
그럼에도 구직자들은 맹목적으로 공공기관에 지원하는 쏠림 현상에 자신까지 보태고 있는 중이다. 서류전형 없이 SSAT만 보던 삼성그룹에 구직자들이 맹목적으로 도전하는 것처럼 공공기관에 아무런 준비 없이 도전하는 현상도 보편화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과거 삼성그룹은 서류전형을 부활시켰다. 다만 공공기관은 삼성그룹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류전형을 강화하는 것은 쓸데 없는 스펙을 보지 않겠다는 블라인드 채용 기준에 반대되기 때문이다.
논란은 많겠지만, 금융 공기업들이 시행하는 통합 필기시험 형태를 도입하면 구직자들을 향한 희망 고문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유사한 성격을 가진 기관들의 필기시험은 유형 통일 및 공동 출제를 하는 등의 통합 필기시험 시행한다면 구직자들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물론 면접전형 강화 등의 2차적 보완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직자들도 체계적인 필기시험 준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본인이 가고 싶은 기관으로 목표를 집중해야 하며, 이에 맞는 필기시험 준비를 벼락치기식이 아니라 꾸준히 습관화해서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강의 수강을 비롯하여 모의 테스트, 스터디 등의 다양한 방식 또한 도전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본인만의 오답노트만큼 필기시험에서의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걸 잊지말자.

윤호상 (insateam@hotmail.com)대우통신 인사팀 출신의 취업 및 인사 전문가로 현재 인사PR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국경제TV ‘취업의 전설’ 고정 패널 및 한림대 겸임교수, 대구가톨릭대학 산학협력교수를 거쳤다. 무엇보다 차별적인 취업, 진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소통하는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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