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년’이라 불리는 지옥의 삼학년, 그들의 일상

[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 김지영 대학생 기자] 대학교 3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바로 '삼학년은 사망년'이란 말이다. 3학년을 대충 발음하면 '사망년'으로 들리는데, 그 말 그대로 '힘들어서 사망할 것 같은 학년'이라며 유행하기 시작됐다.

△ SNS에 사망년을 검색하면 뜨는 해시태그들


대학교 3학년이 되면 1, 2학년 때와 달리 과제수도 늘어나고 채워야하는 전공학점수도 늘어나 자연스레 바쁘고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동시에 남학생들은 주로 군대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복학생이 되고, 여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또는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휴학생이 되는, 다양한 학생의 종류가 생기는 학년이기도 하다. 이렇듯 모든 학년을 통들어 가장 혼란의 시기를 보낸다는 3학년은 정말 ‘사망년’인지, 3학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재학생의 3학년, ‘노잼이 된 대학생활’현재 3학년 2학기 과정을 마치고 휴학 준비를 하고 있는 오주민(23) 학생은 ‘3학년은 사망년’이라는 말에 매우 동감했다. “수업내용도 어렵고 들어야하는 과목 수도 많아진 전공수업, 벅찬 팀플을 하면서 ‘사망년’임을 실감했다. 또 휴학이나 군복무로 동기들이 학교에 많이 없어 학교생활도 예전만큼 재밌지 않다. 부담스러운 학업과 재미없고 무기력한 학교생활에서 내가 ‘사망년’임을 절실히 느꼈다.”
오 씨는 3학년이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가 1, 2학년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취업과 졸업에 대한 불안·조급함에서 온다고 덧붙였다. “금방 4학년이 되고 졸업을 한다는 생각에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하고, 취업은 잘 할 수 있을지, 그동안 학점관리를 왜 이런 식으로 밖에 못했는지 과거의 나를 자연스럽게 돌아봤다. 그러다보니 현실을 자각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오 씨는 현재 휴학에 대한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끼는 중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꿈을 찾는 휴학생들을 보며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무의미 하게 3학년을 보내고 있다는 상대적인 열등감을 느꼈다. 나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빨리 스펙을 쌓고 자격증을 따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다. 현재는 곧 졸업을 한다는 생각에 당장 휴학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버리고,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도 하고, 시간이 없어 못해본 취미생활도 할 생각이다.”

△ 공무원 준비나 하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으면서도, 그 말에 제일 흔들리는 학년도 3학년이다. (사진=한경DB)


휴학생의 3학년, ‘내 꿈을 찾는 시간’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육승미(23) 씨는 현재 복학까지 한 학기 정도가 남았다. 육 씨는 현재 휴학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내 꿈을 찾는 시간으로 알차게 보냈기 때문이다. 육 씨는 "꿈이 확실하지 못해서 휴학의 목표를 '내 꿈을 찾는 것'으로 정했었다. 처음엔 휴학을 하고나니 막상 남는 게 없는 거 같다고 느껴지면서 현실 자각 타임이 오기도 했는데, 이후엔 온전한 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다보니 결국 꿈을 찾게 됐다. 휴학의 목표를 이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6개월의 휴학 기간을 마치고 복학 준비에 들어선 박미강(23) 씨는 학교 생활에 지쳐서 휴학을 하게 됐다. 박 씨는 “학과 특성상 1 ,2학년이 들어야 할 전공 과목이 많지 않았다. 그럴 때 필요한 학점을 채웠어야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3학년이더라. 급한 나머지 3학년 1학기에 5개 전공을 도전했는데 너무 힘들었고, 학교를 다니는 게 아니라 학교가 나를 잡아 끄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쉼'을 목적으로 휴학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처음엔 남들은 힘들어도 버티는 학업을 혼자만 감당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는 왜 버티지 못할까’ 고민했다는 박씨. 하지만 막상 삶에 쉼표를 찍어보니 사람은 각자의 페이스와 흐름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 군복무를 마치면 복학과 취업 준비에 놓인다.(사진=한경 DB)


복학생의 3학년, ‘멈춰진 시간을 더 빨리 돌려야 하는 막막함’1년 9개월 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으로 복학을 앞둔 조현준(26세) 씨는 군복무 기간으로 인해 남들에 비해 뒤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조 씨는 "군대를 갔을 때 초반에는 조금 억울 했다. sns를 보면 친구들은 커리어를 쌓고, 대외활동하고 여러모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나만 멈춰진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씨에게 3학년은 멈춰진 시간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과제 그 자체였다. 그래서 부담감도 컸지만 '뒤쳐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군대 선임의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 "함께 복학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앞으로의 3학년 생활에 친구관계나 학교 적응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다. 다만, 아직 나아가야 할 진로를 정하지 못해서 많이 걱정이 된다. 당장 진로를 정하진 못했지만 우선은 과탑(과에서 1등)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면서 대외활동과 취미생활도 병행해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 sns에 ‘#사망년’을 검색해보면, 게시물이 2.6만개가 확인되며, ‘#사망년화이팅’, ‘#사망년의길’, ‘#사망년그램’등의 ‘사망년’ 관련 해시태그가 다수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많은 3학년 들이 사망년의 고충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지옥의 삼학년을 넘어서면 원하는 꿈도 취업도 모두 해낼 수 있으리란 보장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이들이 ‘사망년’이란 신조어에 이토록 웃고, 우는 것이 아닐까.
moonbl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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