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에서 아나운서로 꿈 바꾼 서울대생···7년차 아나운서 김기혁 씨
입력 2019-01-02 11:33:00
수정 2022-10-28 13:14:49
△김기혁 MBN 아나운서. (사진 제공=김기혁 아나운서)
[캠퍼스 잡앤조이=김에나 기자/윤소원 대학생 기자] “지금까지 삶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던 적이 두 세 번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면 그렇게 가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또 몰라요. 제가 다른 것에 꽂히거나 제 삶을 더 재밌게 만들어줄 포인트가 생기면 또 다른 도전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학창시절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김기혁(34) MBN 아나운서는 어느덧 7년 차 스포츠뉴스 앵커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MBN ‘스포츠 8’과 ‘스포츠야’라는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인생에서 몇 번의 터닝 포인트를 거쳤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교사를 꿈꿨던 청년, 카메라 앞에 서다
“대학생 때 같은 과 선배의 추천으로 우연히 행사 진행을 맡았어요. 관객들이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웃는 모습에 짜릿함을 느꼈어요. 그 일이 마음 한 쪽에 있던 방송이라는 꿈을 꺼내 준 계기가 됐죠.(웃음)”
고등학생 때 그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당연히 공대를 갈 생각이었지만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갑자기 진로를 변경했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체육교육과로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전공을 살려 교사 또는 교수가 목표였던 그는 문득 방송을 통해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 제대 후 스물네 살이 되던 해, 그는 아무런 대책 없이 휴학을 선택했다. 아나운서라는 꿈을 위한 고민 상담을 하거나 조언을 얻을 사람이 없어 방황하던 중 다행히 학교 선배이자 현재 MBC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인 아나운서를 만나 모든 상황을 하나둘씩 정리할 수 있었다. 카메라 테스트, 필기, 뉴스, MC 등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항목들과 자신이 할 일에 대해서도 정리해 나갔다. 지망생들끼리 스터디도 하고, 서로 피드백도 해주면서 4~5년의 아나운서 준비 과정을 거쳤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탈락의 고배도 수없이 마셨다. 언어영역에 약한 편이라 글을 잘 못 써서 필기와 논술에서 계속 떨어졌다. 혼자서는 나아지기 힘들 것 같아 학원도 다녔다. 그렇게 필기를 통과하니 면접에서도 매번 탈락했다. 시험에 계속 떨어지면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자신의 길이 맞는가에 대한 의심과 자책도 많이 했다.
“최종 합격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어요. 지금도 원하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으니 카메라 앞에 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김기혁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자신의 다양한 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김기혁 아나운서)
“지금 하고 있는 모든 방송을 사랑해요. ‘스포츠야’라는 방송은 5년 가까이 해서 가장 많이 정들었고,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에요. 예전에 ‘신세계’라는 예능에서 방청객들과 연예인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사실 제 분량은 얼마 안 됐지만 MBN에 와서 처음 한 예능이었고, 주변 반응도 좋아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웃음)”
7년 차 아나운서인 그는 방송 일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항상 즐겁고 새로운 느낌이라고 말한다. 특히 뉴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4행시를 소개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더욱 인상 깊은 뉴스를 전달하고자 열심히 아이디어도 짰었다. 뉴스를 본인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회사에서 ‘뉴스는 뉴스답게 해야 한다’며 경고를 받기도 했다며 그는 웃어보였다.
또 가끔 직업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에 부딪힌다는 작은 푸념도 늘어놨다. ‘아나운서가 왜 저래?’라는 시선들 때문이라고. 김 씨는 “물론 이 직업을 선택해서 감수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러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나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는 색깔을 가져라”
그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진 개성과 본인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지금 방송 쪽은 천편일률적인 시험과 준비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며 “당연히 기본적인 소양이나 실력은 갖춰야겠지만 거기에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더 눈에 띄고, 나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조언했다.
“준비생과 아나운서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고 종이 한 장만 뛰어넘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해보세요. 사실 그 차이는 별 것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부담이 작아질 거예요.(웃음)”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