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와 함께 공생하는 성신여대'···학생들과 양보경 총장의 배려로 목숨 구한 길냥이 '민현이'

[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 서성희 대학생 기자] 성신여대에는 자주 보이는 길고양이가 몇 마리 있다. 언제, 어떻게 캠퍼스에 자리 잡은지도 모를 이 고양이들은 어느샌가 성신여대 제 2의 학생이 되었다. 이번에 그 중 한 마리인 치즈 고양이 '민현'이가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이 됐다. 고양이들의 성신여대 입성기와 민현이 때문에 뭉쳐야 했던 성신여대 학생들의 이야기까지, 추운 겨울 마음이 따뜻해지는 고양이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성신여대 캠퍼스의 치즈 고양이 민현이.


성신여대 언덕을 오르다보면 요즘 자주 보이는 고양이들이 있다. 캠퍼스가 마치 제집인양 널브러져 있는 길고양이들이다. 사람이 두렵지 않은지 길 한복판에 당당하게 누워 오후의 햇빛을 즐기는 모습이 여유롭기까지 하다. 2, 3년 전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길고양이들은 성신여대 캠퍼스 안에 완전히 터를 잡았다. 사람을 피하지 않는 것을 보면, 학생들의 마음을 빼앗아 밥과 간식도 얻어먹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이름까지 붙여진 터줏대감 고양이가 네모, 퉁실이, 민현이, 삼색이, 근엄이, 그리고 뉴냥이까지 6마리나 된다. 이 중 네모, 퉁실이가 가장 오래됐고, 그 뒤를 이어 민현이 삼색이, 근엄이 그리고 최근 보이는 뉴냥이가 차례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고양이가 학교 안에 자주 보이기 시작한 것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고양이가 완전히 캠퍼스에 어우러지기 위해서도 딱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이전에 학교는 고양이를 챙겨주는 학생들의 활동을 저지했다. 정확한 이유는 없었다. 성신여대 졸업생이자 현재 조교로 활동 중인 정보경(심리학과, 13학번)씨는 “그냥 ‘안 돼’여서 더 답답했다. 한창 타 대학은 캠퍼스 내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에 관심이 많아지고, 그 귀여운 아이들을 챙겨주자는 취지로 동아리들도 생기려던 시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작은 생명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몇 학생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성신여대 안에 동물을 돌보는 동아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 이제는 캠퍼스 안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길고양이들.


달라진 캠퍼스 분위기에 고양이도 춤췄다
그러다 변화가 생겼다.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이 취임하고 학교 자체가 모든 일에 ‘학생 주도’의 분위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캠퍼스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풍토가 생기자, 고양이들을 귀여워하고 알아봐주는 학생들도 더 많이 나타났다. 치즈 고양이 민현이도 그즈음 캠퍼스 안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는 학교 밖에서 생활을 했지만, 밥을 챙겨주는 학생들이 생기자 아예 캠퍼스에 둥지를 튼 것이다. 캠퍼스 안에 숨어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던 네모와 퉁실이도 민현이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눈에 더 자주 보이기 시작했고, 하나 둘씩 학교 커뮤니티에 이 아이들의 귀여운 사진과 함께 목격담이 올라왔다. 자칫 반대 여론이 생길 법도 한데, 의외로 고양이들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양이가 무서워서 다가가진 못하더라도 안에 있는 아이들을 챙겨주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바뀐 캠퍼스 분위기 탓인지 학교도 이제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정 씨는 3년 전 캠퍼스 안의 아픈 고양이를 구조한 이후로 꾸준히 학교 안팎의 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졌다. 민현이를 챙겨주며 원래 캠퍼스에 있던 다른 고양이도 알게 됐다. 그러다 고양이들을 주기적으로 챙겨주는 학우도 알게 됐다. 지금은 사람의 손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게 거리를 두며 밥을 챙겨주고,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는 정도의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던 중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 민현이가 아픈 것 같다는 사진과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보경 씨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 빨리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저녁에 구조해서 병원으로 데려갔다”며 아찔한 상황을 떠올렸다.

△ 학생들의 모금으로 수술을 무사히 받은 민현이.


민현이의 절뚝거림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엑스레이 결과, 고관절과 다리를 이어주는 대퇴골두 부분에 골절이 있었다. 병원에서는 높은 곳에서 떨어졌거나 누구에게 밟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돈이 문제였다. 수술비는 약 184만원이나 청구됐다. 민현이를 병원에 데려간 정보경 씨는 자신이 부담할 생각을 했으나, 이 소식을 안 학교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모금 이야기가 시작됐다.
5일의 기적, 180만 원의 모금이 이뤄지다
그렇게 정보경 씨와 두 학우가 공동으로 모금을 진행했다. 모금 이야기를 올린 지 5일 만에, 약 180만원의 목표액이 달성됐다. 처음 검사 비용인 30만원은 이미 정 씨가 결제를 해서 모금액 중 30만원이 그대로 남기도 했다. 두 총괄자는 투명성을 위해 영수증과 모금 현황을 모두 정리해 커뮤니티에 공개하고, 민현이의 수술경과와 상태를 계속 업로드 했다. 남은 모금액은 어디에 쓰일 예정이냐는 질문에 정 씨는 “대용량 사료 보관통을 구매했고, 곧 겨울용 물그릇을 구매할 예정이다. 인식표나 집을 원하는 학우들도 있었으나 이 물품들은 사람 손을 탈 위험성이 큰 물건들이다. 또 아직까지 모든 사람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기에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어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민현이는 다행이 수술 결과가 좋았다. 하지만 병원 생활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적응하지 못해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채 방사했다. 병원에서도 차라리 움직이는 것이 재활에 좋다며, 방사를 추천했다고 한다.
매년 도시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학대하는 사람들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길고양이와 사람의 공존 역시, 작지만 꽤나 마찰을 많이 일으키는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실질적으로 길고양이들에게 피해를 입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도시와 지구가 온전히 사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미워하고 배척하는 마음보다는 성신여대 학생들처럼 공생하는 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moonbl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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