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학 총장 "여태껏 하나의 연세 아니었다" 발언에 학생들 "총장님, 그럼 제가 학교를 그만 둘까요?" 연대 원주캠 통합 논란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김혜선 대학생 기자] 8월 23일 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대학역량진단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연세대 원주캠퍼스(이하 원주캠)가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됐다.
대학역량진단평가는 전체 323개의 대학교 평가를 통해 자율개선, 역량강화, 재정지원제한 1,2 유형으로 총 4단계로 분류한다. 평가는 재정, 비리 여부 등을 반영해 1단계와 2단계 평가의 합산으로 결과를 낸다. 점수가 80점을 넘지 못하면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되고, 선정된 학교들은 정원 감축이라는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재정을 지원받게 된다.

△역량강화대학 및 재정지원제한대학 현황.(사진=한국교육개발원)


교육부는 대학역량진단평가의 평가방침을 공개했다. 1단계 진단은 대학 운영의 건전성,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 학생 지원 등 대학의 교육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2단계에서는 전공 및 교양 교육 과정, 지역사회 협력 및 기여, 재정과 회계의 안전성을 통해 평가를 내린다.
원주캠은 1단계와 2단계 모두 감점으로,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음에도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됐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윤방섭 연세대 원주부총장과 12명의 처장, 부장급 인사들이 사임서를 제출했다.
학교 측은 문제 해결 방안을 구축하고자 총장 직속 특별위원회인 ‘원주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만들었다. 이는 1차 대학역량진단평가 결과에 따라 원주캠의 경영혁신 전략기획을 위해 8월 1일부터 구성됐다. 혁신위는 학생 중심의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강구한다는 취지로, 원주캠 교수와 본교 교수로 구성됐다.
김용학 총장 “하나의 연세는 없었다” 발언 논란9월 19일 유튜브 ‘연세원주’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에서 김용학 연세대 총장의 채플 강연 중 돌발 발언을 한 학생이 이슈가 됐다. 이 학생은 “혁신위원회가 아닌 총장과 교수 등 학교 구성원과 회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달라”며 “하나의 연세를 주장하면서 우리는 배제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채플 강연 중 김용학 총장과 학생이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연세원주)

이에 김 총장은 “여태까지 하나의 연세가 아니었다”라며 “거버넌스와 재정은 독립적이었고, 원주캠에 대해 결재한 게 없고 행정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또한 김 총장은 이날 학생들의 발언에 “그럼 그만 둘까요?”라고 말해 비난을 샀다.
학생들 “그럼 제가 학교를 그만 둘까요?”이에 학생들이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원주캠 학생회관 게시판에는 ‘그럼 제가 학교를 그만 둘까요?’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위 대자보는 역량강화대학선정으로 실추된 학교 이미지와 채플 시간 중 김용학 총장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연세대 원주캠 학생회관 게시판에 부착된 대자보.


대자보를 게시한 조승표(인문과학부 15학번) 씨는 학교 소셜미디어 ‘에브리타임’을 통해 “학교가 너무나 비정상이었고 그냥 말하고 싶으니까 했을 뿐”이라며 “부디 여러분 목소리가 더 잘 들리는 학교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또한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 및 중앙운영위원회,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토론회’가 시행됐다. 토론회는 안건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진행하며, 학교 측과 학생들은 역량강화대학선정, 학생들의 복지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토론한다. 토론회는 9월 28일 1차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10월 11일 3차까지 진행됐으며, 4차 토론회의 날짜는 미정인 상태다.
‘one university, multi-campus’로 전환…본교, 분교 통합 논란학교 측이 원주캠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낸 메일이 또 다른 논란을 가져왔다. 메일에는 채플 강연에서 논란이 됐던 발언과 혁신위의 기본 방향이 언급돼 있었다.
김용학 총장은 논란이 됐던 “여태까지 하나의 연세가 아니었다”라는 발언에 대해 “이 말의 진위는 현재 원주캠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앞뒤 맥락을 보지 않고 제 발언이 왜곡돼 전달됨으로써 원주캠 가족들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돼 유감스럽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혁신위의 기본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학교 측은 ▲본교-분교 체제에서 one university, multi-campus로 전환 ▲캠퍼스 및 단과대학 명칭 변경 ▲강의 및 연구 교류 활성화를 이야기했다. 특히 ‘one university, multi-campus’로 전환이라는 내용은 캠퍼스 이원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황유진(국제관계 17학번) 씨는 “신촌캠과 같은 학교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통합 논란이 일었을 때 조금은 의아했다”라며 “같은 이름을 쓰고 연세재단 아래 있지만 사실 본교, 분교는 교육부 분류상 행정적인 업무가 독립돼 있는 서로 다른 학교가 맞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연세재단이 충분한 지원과 재정 안정화에 힘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졸업생들의 동문회기금이 신촌캠으로 흘러가는 등 재정이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은데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본교, 분교 통합 논란…학교 측 입장은?본교 학생들은 페이스북 연세대 대나무숲을 통해 “원주캠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메일을 보낸 것이 불만스럽다”라며 “본캠 학생들에게 아무런 공지 없이 통합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굉장히 충격적이다”라고 토로했다. “성적이 달랐는데 어떻게 같은 학교라고 할 수 있냐”,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민등록증을 통합시키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원주캠 학생들은 “우리도 메일로 통보를 받았다”라며 “인신 모욕은 삼가주길 바란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혁신위는 논란을 일으킨 one university, multi-campus로 전환에 대해 “본교, 분교로 구분할 때 발생하는 분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원주캠과 신촌캠 구성원들 및 이사회와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신촌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10월 4일 김용학 총장과 진행한 면담을 공개하며 이 논란은 점차 줄어들었다.
비대위가 공개한 내용에 의하면 김용학 총장은 “실질적으로 통합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 아니라 원주캠과 오해를 풀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기적인 비전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one university, multi-campus는 원주캠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궁극적인 비전을 이야기한 것이지 통합, 이원화는 고려해본 적이 없고 실현할 수도 없다”라고 일축했다.
김 총장은 “혁신위의 안이 신촌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절대로 신촌캠이 희생하는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원주캠 학생들은 “동정심에 슬쩍 손들어주고 빠진 느낌이 든다”라며 “결국 다시 메일로 인해 비난받게 된 건 우리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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