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청춘만찬] 배우 유해진이 팬레터를 쓴 여배우는 누구?
입력 2018-08-28 04:22:00
수정 2021-05-25 18:14:15
7살 때 아역부터 시작해 온 연기···아직도 어려워
20대 중반 첫 엄마 역할이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
△배우 윤유선 씨.
[캠퍼스 잡앤조이 = 강홍민 기자] 언제나 현실 속 엄마처럼 친근하게 다가와 있는 배우 윤유선(50)이 올해 연기인생 44년째를 맞이했다. 7살 때 영화 <만나야할 사람>으로 데뷔한 그녀는 그간 참여했던 작품 수만 100여 편이 훌쩍 넘을 정도로 다작 배우로 손꼽힌다. 아역배우부터 20·30대 여배우 그리고 국민 엄마까지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배우 윤유선의 ‘청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근황은.
현재 드라마 <부잣집 아들>에 출연 중이고, 얼마 전까지 연극 <달걀의 모든 얼굴>에 참여했었다. 꾸준히 활동 중이다.
-그동안 참여한 작품들을 찾아보니 100편이 넘더라. 정확히 몇 편인지 기억하고 있나.
그걸 어떻게 세나.(웃음) 7살 때부터 연기를 했으니 아마 그쯤 되지 싶다.
-데뷔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
7살 때 막내 이모가 엄마에게 신문에 난 영화 오디션 공고를 내밀며 유선이 연기를 시켜보면 어떻겠냐고 했다더라. 그 계기로 영화 <만나야할 사람> 오디션에 참여하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너무 어린 나이여서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집에만 있다가 촬영현장엘 다니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현장에 가면 어른들이 예쁘다 해주시니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유명인사였겠다.
입학하기 전부터 연기를 했으니 학교에서는 다 알아 볼 정도였는데, 성격이 무던해서 그런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아직도 만나고 있을 정도니까.(웃음)
-남자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그땐 아이들이 너무 순진해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인기가 많지도 않았고 그냥 툭툭 치면서 괴롭히는 아이들은 몇몇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남자 동창들이 그때 좋아해서 괴롭혔다고 고백하더라.(웃음)
-당시엔 팬레터 문화가 있었다. 하루 평균 팬레터는 몇 통 정도 받았나.
하루에 몇 십 통 정도 받았다. 얼마 전에 (윤)계상이를 통해 들었는데 배우 유해진 씨가 학창시절 때 나에게 팬레터를 썼다고 하더라.(웃음) 그땐 집 앞에 종종 남학생들이 서성이기도 했다. 그리고 예전에 오선택(前 남자 양궁 국가대표 감독) 감독님이 고등학생 때 초등학생인 나를 보고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만지지 마세요”라고 했다더라.(웃음) 주변에서 귀엽다, 예쁘다 해주니까 새침했던 것 같다.
△배우 윤유선 씨가 10대 시절 잡지 모델로 활동하던 사진.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고등학교 때 뮤지컬에 빠져 나도 저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성악을 배우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아무 말 없이 지원을 해주시더라. 고2 때부터 3학년 때까지 2년 간 성악을 배워 대학 입시 실기 시험을 보러 갔었다. 노래를 부르려는데 손과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리더라. 살면서 그때만큼 떨려본 적이 없었다. 내가 너무 떠니까 심사위원이 “너 배우 맞아”라고 물으시더라. 이건 두 번 할 경험이 아니라는 생각에 바로 그만뒀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때 엄마가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가 봐도 재능이 없는데 하겠다고 고집 피우니 안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웃음) 나도 자식을 키워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만약 성악과로 진학했다면 지금의 모습과 달라졌을까.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 오페라나 뮤지컬을 하고 있지 않을까.(웃음) 그땐 너무 좋아했었다. 사실 지금도 하고 싶긴 한데 자신이 없다.
-사춘기는 어떻게 극복했나.
딱히 사춘기의 고비는 없었다. 그 시절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머니 덕분이다. 어머니께서 굉장히 지혜로우셨다. 큰 욕심 없이 재미있게 연기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셨다. 오히려 사춘기가 이십대 후반에 찾아왔다.
-의외다. 삼십대를 바라보는 시점에 사춘기가 어떤 식으로 찾아왔나.
이십대 후반의 여배우라면 연기를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하지 않았다.(웃음) 친구들이랑 만나서 노는 게 너무 좋았고, 먹는 걸 너무 좋아했다. 그땐 내가 봐도 여배우로서의 매력이 전혀 없었다. 당시 했던 연기를 보면 지금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다.(웃음)
-왜 그 시점에 슬럼프가 온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전까진 들어오는 역할이 주인공이었는데, 이십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작은 역할이나 엄마 역할이 들어오더라.
-꽤 힘들었을 것 같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제파악이 빠르다는 점이다. 그땐 내가 봐도 별로였고, 나보다 예쁜 배우들이 너무나 많았다. 속상하긴 했지만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괜찮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나에게 아주 중요했던 것 같다. 만약 계속 주인공을 하면서 인기도 많았더라면 나중에 더 큰 시련을 겪지 않았을까. 주인공이 아닌 역할도 즐기면서 열심히 했다.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 배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참여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거나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작품이 있다면.
요즘엔 거의 엄마 역할을 맡지만 첫 엄마 역할이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였다. 그때가 이십대 중반이었는데, 그 캐릭터를 맡으면서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40년이 넘게 배우라는 직업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 윤유선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장르다. 40년이 넘었어도 할 때마다 새롭고 어렵다. 얼마 전 나문희 선생님을 뵈었는데 지금도 ‘내가 하는 연기가 맞나’라는 생각을 하신다더라. 선생님 말씀에 공감이 많이 됐다. 사실 이것(연기)보다 더 재미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어렵지만 연기가 재미있고, 촬영현장에 가는 것도 너무 즐겁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하나보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거나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지금까진 착한 엄마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나쁜 엄마를 한번 해보고 싶다.(웃음) 최근에 참여했던 연극에서 나 스스로가 뻔뻔함이 부족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래서 아주 뻔뻔하고 못된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살아가면서 끈기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직업을 40년 넘게 해오고 있지 않나. 살아보니 모든 분야에 끈기가 있을 필요는 없더라. 내가 잘하고 하고 싶은 분야에만 끈기가 있으면 된다.
khm@hankyung.com[사진=이승재 기자]
20대 중반 첫 엄마 역할이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
△배우 윤유선 씨.
[캠퍼스 잡앤조이 = 강홍민 기자] 언제나 현실 속 엄마처럼 친근하게 다가와 있는 배우 윤유선(50)이 올해 연기인생 44년째를 맞이했다. 7살 때 영화 <만나야할 사람>으로 데뷔한 그녀는 그간 참여했던 작품 수만 100여 편이 훌쩍 넘을 정도로 다작 배우로 손꼽힌다. 아역배우부터 20·30대 여배우 그리고 국민 엄마까지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배우 윤유선의 ‘청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근황은.
현재 드라마 <부잣집 아들>에 출연 중이고, 얼마 전까지 연극 <달걀의 모든 얼굴>에 참여했었다. 꾸준히 활동 중이다.
-그동안 참여한 작품들을 찾아보니 100편이 넘더라. 정확히 몇 편인지 기억하고 있나.
그걸 어떻게 세나.(웃음) 7살 때부터 연기를 했으니 아마 그쯤 되지 싶다.
-데뷔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
7살 때 막내 이모가 엄마에게 신문에 난 영화 오디션 공고를 내밀며 유선이 연기를 시켜보면 어떻겠냐고 했다더라. 그 계기로 영화 <만나야할 사람> 오디션에 참여하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너무 어린 나이여서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집에만 있다가 촬영현장엘 다니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현장에 가면 어른들이 예쁘다 해주시니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유명인사였겠다.
입학하기 전부터 연기를 했으니 학교에서는 다 알아 볼 정도였는데, 성격이 무던해서 그런지 친구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아직도 만나고 있을 정도니까.(웃음)
-남자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그땐 아이들이 너무 순진해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인기가 많지도 않았고 그냥 툭툭 치면서 괴롭히는 아이들은 몇몇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남자 동창들이 그때 좋아해서 괴롭혔다고 고백하더라.(웃음)
-당시엔 팬레터 문화가 있었다. 하루 평균 팬레터는 몇 통 정도 받았나.
하루에 몇 십 통 정도 받았다. 얼마 전에 (윤)계상이를 통해 들었는데 배우 유해진 씨가 학창시절 때 나에게 팬레터를 썼다고 하더라.(웃음) 그땐 집 앞에 종종 남학생들이 서성이기도 했다. 그리고 예전에 오선택(前 남자 양궁 국가대표 감독) 감독님이 고등학생 때 초등학생인 나를 보고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만지지 마세요”라고 했다더라.(웃음) 주변에서 귀엽다, 예쁘다 해주니까 새침했던 것 같다.
△배우 윤유선 씨가 10대 시절 잡지 모델로 활동하던 사진.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고등학교 때 뮤지컬에 빠져 나도 저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성악을 배우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아무 말 없이 지원을 해주시더라. 고2 때부터 3학년 때까지 2년 간 성악을 배워 대학 입시 실기 시험을 보러 갔었다. 노래를 부르려는데 손과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리더라. 살면서 그때만큼 떨려본 적이 없었다. 내가 너무 떠니까 심사위원이 “너 배우 맞아”라고 물으시더라. 이건 두 번 할 경험이 아니라는 생각에 바로 그만뒀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때 엄마가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가 봐도 재능이 없는데 하겠다고 고집 피우니 안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웃음) 나도 자식을 키워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만약 성악과로 진학했다면 지금의 모습과 달라졌을까.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 오페라나 뮤지컬을 하고 있지 않을까.(웃음) 그땐 너무 좋아했었다. 사실 지금도 하고 싶긴 한데 자신이 없다.
-사춘기는 어떻게 극복했나.
딱히 사춘기의 고비는 없었다. 그 시절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머니 덕분이다. 어머니께서 굉장히 지혜로우셨다. 큰 욕심 없이 재미있게 연기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셨다. 오히려 사춘기가 이십대 후반에 찾아왔다.
-의외다. 삼십대를 바라보는 시점에 사춘기가 어떤 식으로 찾아왔나.
이십대 후반의 여배우라면 연기를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하지 않았다.(웃음) 친구들이랑 만나서 노는 게 너무 좋았고, 먹는 걸 너무 좋아했다. 그땐 내가 봐도 여배우로서의 매력이 전혀 없었다. 당시 했던 연기를 보면 지금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다.(웃음)
-왜 그 시점에 슬럼프가 온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전까진 들어오는 역할이 주인공이었는데, 이십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작은 역할이나 엄마 역할이 들어오더라.
-꽤 힘들었을 것 같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제파악이 빠르다는 점이다. 그땐 내가 봐도 별로였고, 나보다 예쁜 배우들이 너무나 많았다. 속상하긴 했지만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괜찮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나에게 아주 중요했던 것 같다. 만약 계속 주인공을 하면서 인기도 많았더라면 나중에 더 큰 시련을 겪지 않았을까. 주인공이 아닌 역할도 즐기면서 열심히 했다.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 배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참여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거나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작품이 있다면.
요즘엔 거의 엄마 역할을 맡지만 첫 엄마 역할이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였다. 그때가 이십대 중반이었는데, 그 캐릭터를 맡으면서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40년이 넘게 배우라는 직업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 윤유선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장르다. 40년이 넘었어도 할 때마다 새롭고 어렵다. 얼마 전 나문희 선생님을 뵈었는데 지금도 ‘내가 하는 연기가 맞나’라는 생각을 하신다더라. 선생님 말씀에 공감이 많이 됐다. 사실 이것(연기)보다 더 재미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어렵지만 연기가 재미있고, 촬영현장에 가는 것도 너무 즐겁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하나보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거나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지금까진 착한 엄마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나쁜 엄마를 한번 해보고 싶다.(웃음) 최근에 참여했던 연극에서 나 스스로가 뻔뻔함이 부족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래서 아주 뻔뻔하고 못된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살아가면서 끈기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직업을 40년 넘게 해오고 있지 않나. 살아보니 모든 분야에 끈기가 있을 필요는 없더라. 내가 잘하고 하고 싶은 분야에만 끈기가 있으면 된다.
khm@hankyung.com[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