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그만두고 여행 유튜버가 된 그녀의 정체는? 100일 간의 세계일주를 담은 유튜버 '쏘이'

[캠퍼스 잡앤조이=김정민 인턴기자] 요즘은 취직을 해도 갈 곳 잃은 청춘들이 대부분이다. 치열한 경쟁 속 타인을 위해 살아갈 뿐, '나'에게 투자할 시간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고 가치 있는 삶을 택한 한 청년이 있다. 노무사를 퇴사하고 올 3월부터 100일 간 네팔, 모로코, 인도, 터키, 폴란드, 헝가리, 스페인, 포르투갈 등 16개국을 여행한 유튜버 이소연(26) 씨를 만났다.

△ 모로코 사하라 사막 여행 중 (사진=이소연 씨 제공)

유튜브 채널명 : soy쏘이 1993년생 2016년 성신여대 법학과 졸업 2016년 11월~2017년 6월 법인 회사 근무 *유튜브 구독자 수 7만 3천명, 총 700만 뷰


'나' 를 찾기위해 퇴사하고 떠난 100일 간의 세계일주이소연(26) 씨는 스물 넷이 되던 해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해 회사에 입사했다. 누가보면 어려운 취업난 속 탄탄대로의 인생으로 보이지만 그녀에게도 힘들었던 실패의 경험이 있다. 이 씨는 노무사 자격증 첫 시험 때 1차 컷트라인에서 1~2점 차로 불합격 됐다. 같이 준비하던 친구들 중 이 씨를 제외한 대부분의 준비생들이 합격해 상실감은 배가 됐다. 이 씨는 “1차 떨어진 후 다른 사람보다 뒤쳐질까봐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외활동을 하면서 실패에 대한 좌절감을 극복하고, 주변에서 '독하다' 할 만큼 열심히 공부해 2년 만에 합격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해 입사한 법인회사에서 또 한번의 힘든 시기를 겪게 됐다.
이 씨는 입사한지 4개월 정도 지났을 때 회사생활을 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느꼈다. 이 씨는 “어느 날 회사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눈물이 터졌다”며, “그때부터 2주 동안 온몸에 힘이 없었고, 내 몸이 아닌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한번은 이 씨가 일을 하다가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면서 쓰러질 정도의 혼미상태가 왔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힘든 시기에 가족과 동기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우여곡절 7개월의 수습기간을 마쳤지만 본채용을 앞두고 퇴사를 선택했어요. 회사생활은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빛을 바랠 수 있는 곳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남한테 긍정적인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 이후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됐죠. 그리고 나서 제 생일과 가까워질 때쯤 갑자기 ‘히말라야 정상에서 생일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 여행이 저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생 때 부터 저축해 놓은 천 만원의 경비를 갖고 세계 일주를 하게 됐어요."

△여행 유튜브 채널 '쏘이'를 운영 중인 이소연 씨.

“많은 유튜버들이 블로그를 하다 유튜브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그런 케이스였어요. 첫 시작은 노무사 자격증 합격방법을 다룬 블로그 포스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생동감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어요. 또 여행하는 동안 공백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희노애락’이 담긴 저의 여행영상을 제작하게 됐죠. 그런데 실시간으로 올린 영상들이 하루에 1000명 이상씩 구독자가 늘면서 채널이 커지기 시작했죠. 자연스럽게 제가 원하던 재미를 찾게 돼 그때부터 여행 유튜버의 길을 걷게 됐어요.”
'히말라야 등반'으로 시작 된 100일 간의 여정“여행 준비를 거의 안했어요. 오로지 히말라야에서 생일을 맞이하자는 생각만으로 무작정 떠났죠. 네팔 다음 목적지만 인도로 정하고, 돈이 떨어지면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갔어요. 숙소도 히말라야에서 묵을 숙소만 예약했었죠. 그래서 복장도 제대로 못 챙기고 정말 열악한 상황 속에 히말라야를 등반하게 됐어요.”

△과잠만 입고 히말라야 산을 등반한 이소연씨.(사진=이소연 씨 제공)

히말라야 계획은 그녀의 열정만큼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 씨는 짐을 덜기 위해 겉옷이라곤 과잠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과잠 하나만 걸친 채 숙소에서 발도 씻을 수 없을 정도의 추위를 무릅쓰고 등반을 시작했다. 이 씨는 산을 오르는 도중 추위에 못이겨 배낭에서 비치 타올과 수건을 꺼내 온몸을 감싸며 올라갔다. 이 씨는 “길 가다 넘어진 적도 있었는데 다행히 짐 들어주는 포터가 뒤에서 잡아 줬다”며, 그녀는 “체력에 한계를 느꼈지만 운 좋게 만난 한국인에게 고산약을 받아 그 약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 씨는 5일 간의 여정을 보내고서야 히말라야 정상에 왔을 때 드라마틱한 감동보다 솔직히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녀는 정상이 아닌 등반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체력이 좀 약해요.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 중에 1등으로 앞서 나갔지만 갈수록 사람들이 곧 따라 잡더라고요. 일출을 보려했지만 정상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다 져버린 상태였어요. 하지만 날이 어두워져도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씩 내딛는 제 자신이 너무 대견해서 눈물이 났어요.”
인생 여행지, ‘미지의 세계’ 모로코 사하라사막모로코에 있는 사하라사막은 그녀의 인생 여행지다. 이 씨는 "그 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며, "사하라사막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하늘 봤던 그 순간이 여행 중 가장 행복했다"고 전했다.

△모로코 사하라사막에 앉아있는 이소연 씨.(사진=이소연 씨 제공)

“사하라사막에서 밤하늘을 보며 느꼈던 행복은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저에게 여행이 준 선물이 아닌가 싶어요. 미래를 위해 항상 희생하던 저였는데 그때의 기점으로 현재가 중요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이어 “향후에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이집트, 아프리카 등 남들이 쉽게 도전하기 힘든 미지의 세계로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본래 이 씨의 성격은 곡선 없는 추진력이 강한 행동파였다. 그녀는 “일단 하고나서 깨닫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런 성격이 이번 여행에 굉장히 도움이 됐다”며, “여행할 때 오랜 시간의 고민은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여행하면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컨트롤할 수 있어 좀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녀조차 홀로 여행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세계일주를 하면서 그녀를 가장 괴롭힌건 바로 ‘외로움’이었다.
“여행 초반에 한국 사람을 만나기 제일 힘들었어요. 특히 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 아무도 없는 롯지(숙소)에 혼자 있을 때 가장 외로웠죠. 통신도 잘 안됐고 적막이 흐르는 낯선 분위기에 못이겨 일기를 쓰며 버틴 것 같아요. 또 여행 하면서 저의 영상에 달린 댓글을 통해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혼자가 아닌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여행을 함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이소연 씨가 자신의 체구만한 큰 배낭을 메고 있는 모습.(사진=이소연 씨 제공)

여행으로 강해진 ‘나’, 스스로의 ‘마음상태’가 가장 중요“확실히 여행을 통해 제 자신이 강해진 느낌이 들어요. ‘히말라야도 갔는데 국내에 있는 산도 못갈까’라는 용기가 생겼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원래 행동력이 있는 편이었는데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요. 또 열악한 환경 속 생활하다 보니 정말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여행은 기대와 다른 현실을 마주할 때가 많다. 이 씨는 히말라야 정상에서 눈물이 터지고 감동받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힘들기만 했고, 치안에 대한 선입견 있던 나라들은 생각보다 안전해서 안도한 경험도 있었다. 이 씨는 여행지를 결정할 때 본인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본인의 마음 상태를 모르고 여행을 간다면 진정으로 즐길 수 없어요. 자신과 맞는 스타일을 먼저 정하고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죠. 그리고 여행은 때가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로 여행을 말하지만 거기에 휩쓸려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어느순간 비행기 표를 끊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열심히 살다 앞에 놓여진 일들이 너무 힘들고 지칠 때 직접 모은 경비로 가는 여행이 저는 가장 의미 있는 여행이라 생각해요.”

△페루 파룬호수 돌 위에 서 있는 이소연 씨.(사진=이소연 씨 제공)

‘희노애락’이 담긴 ‘100일 간의 세계일주’, 잊지 못 할 기억으로이 씨에게 여행은 ‘희노애락’이었다. 그녀는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일몰을 본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 씨는 홀로 비포장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2시간을 달려 다 지고 있는 일몰을 보자마자 여러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터졌었다. 그녀는 산전수전 다 겪고 보는 일몰과 편히 가서 보는 멋진 일몰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 곳은 이씨에게 '희노애락'을 느끼게 해준 잊지 못 할 명소로 남게 됐다. 이어 마지막으로 그녀는 외국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잊지 않고, 지금처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여행 유튜버 쏘이(soy)의 '쓸모 있는' 여행 꿀팁]
①숙소 예약할 시 지역을 정확히 파악하기-같은 이름의 숙소도 많기 때문에 지역을 먼저 정확히 보고 시내와 가까운 곳에 예약해라.
②다음 여행지의 정보는 사전에 습득하기-비행기 티켓이나 대중교통, 박물관 개장시간 등 미리 알고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③옷은 최대한 적게 준비하자-특히 여성분들은 원피스를 추천하며, 짐은 최대한 적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④혼자 여행을 떠난다면 셀카봉 갖고가기-셀카봉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원하는 여행 기록을 남길 수 있다.
⑤초보 여행자라면 동유럽을 추천-저렴한 물가와 편리한 교통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넘치는 유렵여행.

kelly7795@hankyung.com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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