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평판조회? 이제는 인재검증전문가에게 맡기세요” 학력, 경력 등 검증하는 채용업계 CCTV

[직업의 세계] 인재검증전문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듯 기업에서 인재 채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사람을 채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은 인재 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 채용 시 지원자의 학력부터 경력, 인성 등을 검증해주는 직업 ‘인재검증전문가’가 각광받고 있다. 기존 평판조회서부터 인재검증까지 확인해주는 채용계 CCTV 인재검증전문가에 대해 알아보자.

△인재검증전문가 정혜련 HIRE BEST 대표

-인재검증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달라.
기업 채용에 지원자들의 학력부터 경력 등 레퍼런스 등을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이전에는 평판조회로 지인들을 대상으로 검증을 했다면 인재검증시스템은 체계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검증하고 있다.
-HIRE BEST는 인재 검증을 하는 곳인가.
HR기업인 YOU&PARTNERS의 자회사로 인재 검증만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인재검증전문기업이다. 현재까지 기업 50~60곳의 의뢰를 받아 인재 검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재검증 즉, 평판조회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국내 첫 도입 시기는 언제인가.
2008년에 국내 도입된 걸로 알고 있다. 그전에도 여러 기업에서 인재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었다. 미국이 먼저 시행했고, 2008년을 기점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을 시작으로 도입됐다.
-인재검증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기업에서 채용 시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학력, 경력 등을 검증하는 방식인데,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면 지원자에게 검증 동의서를 요청한다. 이후 출신학교부터 이전 회사의 경력사항, 지명인(추천 동료) 인터뷰 등을 통해 검증절차를 거치게 된다. 각 기관을 거쳐 지원자의 신용정보나 학력조회 등 팩트 체크가 끝나면 리포트를 작성해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한다.
-한 명의 지원자를 검증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
일주일 정도 걸린다. 검증부터 리포터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외국인의 경우엔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



-만약, 지원자가 검증 동의를 하지 않으면 진행이 가능한가.
지원자의 동의 없이 검증을 하진 않는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있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진행할 순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동의해 큰 어려움은 없다.
-지명인은 어떻게 선정하고, 인터뷰는 어떻게 하나.
일반적으로 지원자가 두 명의 지명인을 선정하는데, 추가로 필요할 경우 다른 지명인을 발굴해서 연락하기도 한다. 인터뷰 방식은 영업비밀이다.(웃음)
-추가 지명인을 발굴해야 할 경우 인맥도 동원되나.
물론이다. 직업 특성상 인맥이 넓어야 한다. 이유는 지원자가 선정한 지명인들은 대개 호의적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만 듣고 지원자의 레퍼런스를 정확하게 검증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대비해 비지명인을 발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인맥이 넓어야 한다.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신입용, 경력자용, 중간관리자용, 임원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간단하게 학력 및 경력조회, 신용파산여부 등 팩트 체크만 할 경우엔 몇 십만원 선이고, 레벨이 높을 경우 300만원 까지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인재검증이라고 하면 뒷조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보통 이직은 현 직장에서 모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직한다는 소문이 나봤자 피차 서로 좋을 게 없다. 그렇다고 지원자 몰래 하는 조사는 아니라서 엄밀히 말하면 뒷조사라곤 볼 수 없다.
-인재검증을 한 사례를 하나 말해 달라.
몇 년 전 IT기업에서 요청이 온 적이 있는데 최종면접을 앞둔 지원자였고, 합격이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였다. 지원자가 선정한 지명인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뭔가 숨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조사를 해보니 지원자가 회사를 상대로 오랜 기간 1인 시위를 한 이력을 발견하게 됐고, 그 내용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한 사례가 있다.
-보통 문제 있는 지원자의 성향이 따로 있나.
지원자에게 검증 동의서를 요청하면 시간을 끈다거나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대개 문제가 발생하더라.
-기업 채용 시 인재검증이 왜 중요한가.
HR 연구자료를 보면 CEO를 비롯해 CIO, CFO 등 높은 직위를 잘못 채용하면 기업은 연봉의 24배를 손해 본다는 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의 임원을 잘못 뽑았을 경우 24억원을 손해 본다는 말이다. 직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미스매치가 되면 피해가 크다.
-어떤 분야의 기업에서 의뢰가 많이 오나.
예전에는 바이오, 제약, IT 기업에서 주로 의뢰했다면 요즘엔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편이다. 그룹사의 경우 한 곳에서 의뢰하면 연이어서 다른 계열사도 의뢰하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기 어렵지만 국내 기업 중 절반 이상은 인재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나 예상된다.
-인재검증 시스템을 정의한다면.
인재검증은 채용업계의 CCTV다. 지원자들이 우리가 보낸 검증 동의서를 받고 허위로 기재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CCTV처럼 누군가 감시하고 검증하고 있다는 걸 인식시켜줌으로서 확실한 인재를 판가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재검증 업계 종사자는 얼마나 되나.
정확한 집계는 아직 안 돼 있다. 현재 헤드헌팅 회사에서 겸해서 하는 정도이고, 우리 회사처럼 인재검증만 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인재검증전문가의 연봉은.
HR기업 수준과 비슷하다. 경력직이 지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경력사항을 적용해 연봉을 책정한다.



-인재검증전문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우선 기본 상식이 풍부해야 한다. 신문이나 경제지를 많이 봐야 하고, 기업에 대한 상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아야 한다. 말을 어느 정도 잘 해야 지원자나 지명인에게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말이 어눌한 사람이나 임기응변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은 검증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확하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또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는 글 쓰는 능력도 필요하다.
-어떤 경력이 도움 되나.
기자출신이나 인사팀 출신도 유리하고, 헤드헌터들도 많이 지원 한다.
-이 분야의 비전은.
헤드헌팅 시스템도 처음 들어올 땐 이게 왜 필요하냐 싶었지만 지금은 안착됐다. 인재검증 역시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khm@hankyung.com[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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