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가 변질됐다? 대학생이 바라본 미투운동

△사진=YTN 캡처 화면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이현정 대학생 기자]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이 뜨겁다.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급 감독인 와이스틴의 30년간의 성추문 고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한국에도 불을 지폈다. 2018년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검사 조직 내 성추문 폭로는 미투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미투 운동은 사회 구조가 권력형 성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미투 운동의 본질을 해하는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미투 운동 부작용에 대해 알아봤다.
첫째, 허위사실 유포다. 대표적으로 영화배우 곽도원 사태가 있다. 곽도원은 허위 폭로글로 인해 미투 운동의 희생양이 됐으며, 우리의 말 한 마디면 끝난다는 식의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곽도원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에게 금품을 요구 받는 등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미투 운동을 악용한 꽃뱀이라며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윤택 피해자 중 한 명이자 음악극단 콩나물 대표인 이재령이 곽도원 발언에 적극 반박했다. 협박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녹취 파일과 문자내역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령은 증거물을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하겠다며 곽도원과 진실공방을 펼쳤다. 네티즌들은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미투 운동이 진실을 가려내기 위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사태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둘째, 펜스 룰(Pence rule)이다. 펜스 룰은 미국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2002년 당시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펜스 룰은 남성들이 미투 운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애초에 여성과 접촉을 하지 않고 의심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펜스 룰은 여성과 남성을 가로막는 벽을 형성하는 부작용을 초래해 여성 직원과는 대화 단절, 식사도 같이 하지 않는 등 극단적인 보호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 직원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남성들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방어책이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KBS News 연예수첩 화면 캡처

셋째, 피해 여성에게 사태의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로 배우 故 조민기 씨가 자살하자 성추행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를 들 수 있다. 조 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청주대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죽음 이후, 오랜 고통 끝에 용기를 냈던 피해자들은 각종 욕설과 비난을 받으며 또 다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 씨의 죽음 이후 일부 네티즌들은 조 씨의 죽음을 청주대 학생들의 탓으로 돌리며 악의적인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아닌 피해 여성에게 사태의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힘들게 용기를 낸 가해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째, 여성과 남성의 성 대결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권력형 성폭력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미투 운동의 본질과 달리, 미투 운동은 성 대결로 변질됐다. 여성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인식하며, 남성은 여성혐오적 태도로 여성을 프로불편러라고 규정짓는 등 여성과 남성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미투 운동은 왜곡된 사회 구조를 바로잡고 권력형 성폭력에서 벗어나 가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미투 운동의 본질이 변질되지 않도록 잘못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차별적인 폭로와 비판, 성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여론몰이가 아닌 건전한 사회 운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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