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대중도서관, 백기완 선생 관련 사료 최초 공개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2월 15일 별세한 민주통일운동가 백기완 선생에 관한 사료를 최초로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사료는 1987년 2월 13일 로버트 므라젝 등 8명의 미국의 하원의원이 김경원 주미 한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과 1987년 3월 5일 톰 포글리에타 등 7명의 미국 하원의원이 제임스 릴리 주한 미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이다.

주미 한국대사 김경원에게 보낸 외교전문. (사진 제공=연세대)


백기완 선생은 1986년 7월 19일 개최된 ‘부천서 성고문 범국민폭로대회’와 관련해 집시법 위반혐의로 수배됐다. 백기완 선생은 1986년 12월 7일 경찰에 검거돼 12월 10일 구속됐다. 평소 고문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던 백기완 선생은 건강 악화로 1986년 12월 29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건강이 회복되지 못했음에도 1987년 2월 28일 재수감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차 망명 시기(1983.12~1985.2) 미국에서 조직한 한국인권문제연구소는 이 문제를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한국인권문제연구소는 미국 내에서 한국 민주화 및 인권과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단체였다. 한국인권문제연구소와 소통하면서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미국의 하원의원들은 이번에 공개한 사료와 같은 외교전문을 보내 백기완 선생의 석방과 인권회복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게 됐다.

첫 번째 사료는 1987년 2월 13일 8명의 미국 하원의원들이 김경원 주미 한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이다. 8명의 미국 하원의원은 로버트 므라젝, 피터 코스트메이어, 매튜 맥휴, 바바라 박서, 윌리엄 레만, 팻 슈로더, 에드워드 페이간, 조 콜터로, 한국의 민주지도자인 백기완의 구속에 유감을 표명하며 양심수인 백기완의 즉각적인 석방과 인권회복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특히 과거 고문후유증으로 백기완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사안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사료는 1987년 3월 5일 7명의 미국 하원의원들이 제임스 릴리 주한 미국대사에게 보낸 외교전문으로, 7명의 하원의원은 톰 폴리에타, 매튜 마르티네즈, 제임스 오버스터, 마이크 로리, 테드 웨이스, 빅 파지오, 하워드 울페이다. 주요 내용은 제임스 릴리 주한 미국대사에게 백기완의 석방과 인권회복을 위해 전두환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내용으로, 특히 백기완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의 판단에 의하면 앞으로 수개월 동안의 치료와 치유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백기완의 건강이 나쁘기 때문에 우선 최소한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사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차 망명 시기(1983.12~1985.2) 미국에서 조직한 한국인권문제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던 것이다. 한국인권문제연구소는 1985년 2월 귀국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미창구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한국 내 인권탄압의 현실을 미국에 알리는 역할도 수행했다.

특히 한국인권문제연구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미국의 정치인 및 주요 인사들과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한국 민주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 활동을 한 것도 위와 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공개한 백기완 선생 관련 자료 역시 전두환 정권의 인권탄압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했던 한국인권문제연구소의 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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