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운동에 나선 KBS 성우… 이규석 남북언어문화연구소장 “취업에서도 ‘통일’을 고려할 때”
입력 2017-11-16 02:50:00
수정 2017-11-16 02:50:00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앞으로 취업 시장에서 ‘통일’이라는 요소를 꼭 고려해야 합니다. 젊은이들 각자 통일이 됐을 때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능력을 개발하고, 자신의 활동 무대를 북한으로까지 확장시켜 생각하며 넓은 세상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 갈등이 고조되면서 ‘통일’의 중요성이 잊히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이 통일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통일이라는 화두에 대해 고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통일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가 있다. 이규석 남북언어문화연구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6년 연구소를 개소한 이 소장은 북한이탈주민 언어 교육과 통일 연극 등을 개최하며 통일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정치적·지역적·종교적인 성향으로 통일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통일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어떠한 입장에도 휘둘리지 않고 통일 운동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탈북이탈주민 언어 교육에 나선 KBS 성우, 통일연극 기획·출연까지
이규석 소장은 지난 1999년 KBS 성우 공채 27기로 입사했다. ‘VJ클럽’, ‘이것이 인생이다’, ‘TV는 사랑을 싣고’ 등 다수의 TV, 라디오 방송에서 활동하던 그는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를 전공하며 ‘북한영화 화술에 있어서 억양의 시기적 변화 연구’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남북한 동시 프로그램을 제작해 교류의 물꼬를 트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예를 들면 정치색이 없는 애니메이션 남북한 동시 더빙 등이 그것이었다.
이 소장은 그길로 KBS 한민족 라디오방송 부장을 찾아가 그의 소개를 통해 2015년 통일시민단체 (사)새조위와 인연을 맺고 북한이탈주민을 실제로 만나게 됐다. 1년간 그들에게 언어 교육을 실시해 본 그는 이듬해 연구소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언어 교육을 시작했다. 이 소장은 “북한사투리의 도드라진 억양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서 당당하고 적극적인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돕는 것이 연구소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북한이탈주민 대상 언어 교육에는 3년간 100여 명이 참여했다. 통일교육협의회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실시되는 교육은 두 달 과정으로, 모두 일대일 수업으로 진행된다. 개개인마다 북한 사투리의 억양이 다른 데다, 서울말을 잘 하는 사람이더라도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등의 습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일대일 수업을 진행하며 모든 사람의 음성을 녹음하고 분석해 개개인의 차이점에 맞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언어 교육들은 대부분 ‘표준어’를 익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죠.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외국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정확한 발음의 차원을 넘어서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서울말 억양’을 교육하는 게 급선무죠. 북한 사투리의 억양을 가려서 남한 사람들에게 차별과 손가락질을 덜 받을 수 있는 ‘서울말’ 말이에요. 방송인이나 외국인을 위한 언어 교육과는 반드시 차별화 되어야 해요.”
그는 언어교육을 매년 진행하면서 통일을 대비한 종합적인 ‘언어교육지침서(매뉴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소장은 “이 매뉴얼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다양한 언어 문제와 사례들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고 효율적인 언어 교육과정을 만들고 싶다”며 “단순히 언어교육만이 아닌, 그들의 심리적 상처로 인한 자신감 약화 등도 명상이나 심리코칭을 통해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해법까지도 언어교육의 범주로서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통일연극 ‘풍계리 진달래’의 한 장면 (오른쪽)이규석 소장이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언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규석 소장 제공
이 소장은 (사)새조위의 지원을 통해 지난해 ‘자강도의 추억’, 올해 ‘풍계리 진달래’ 두 차례의 통일연극 공연을 진행했다. 그는 “문화적인 장르가 사람들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연극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일연극의 기본적인 기획과 구성을 이소장이 직접 챙겼다. 특히 통일연극에는 실제 북한배우와 남한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소장도 각 연극에 건설현장 작업반장 역, 조선족 마약판매상 역으로 직접 출연했다. 마약 판매상 역할을 맡기 위해 실제 10kg의 몸무게를 감량하기도 했다고.
이 소장은 “통일운동으로서 효과만 있다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문화적 장르, 즉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춤과 노래 등 모든 것을 다 활용하고 싶다”며 “내년부터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연극’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첫 연극 공연을 마친 후 몇몇 고등학교에서 공연을 해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공간적 문제와 예산 문제 등으로 실행되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래서 최근부터 본격적으로 연극공연에 필요한 장비나 소도구들을 최소화하고, 각본을 축소시키는 등 <연극기법과 라디오드라마기법과 강연>의 세 형태를 융합시킨 '강연극'을 준비하고 있어요. 전국의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통일연극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통일'의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같은 친구로서 탈북청소년을 차별하지 않아야겠다는 실천적 생각을 갖게 해주고 싶습니다.”
“청년들, 자신의 능력을 펼칠 무대를 북까지 확장해야”
이 소장은 “통일이 되면 단순 수치상으로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구직 수요 등까지 고려한다면, 시장 자체가 커졌다 해도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일자리의 이동은 훨씬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현재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갖고자 하는 직업이 통일이 됐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으로 가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 일을 북한에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고려해 일자리를 선택하고, 그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통일 코디네이터’ 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통일 이후에는 남북한 간의 언어적 차이와 갈등을 조정해줄 역할, 남한을 북한에 알려 서로가 융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 등이 필요하다”며 “또 의료 및 복지 등의 상담가, 상처 심리 치료 및 코칭, 문화 알리미, 언어교육담당 등 한 사람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통일 코디네이터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청년들을 중심으로 양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이 소장은 “통일만 되면 무조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남한과 북한 모두 경제적으로 가난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금물”이라고 말했다.
“통일은 현재 우리 세대든, 다음 세대인 후손이든 꼭 맞아야 할 과정 중 하나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현재 직장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들도 각자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고, 이 능력을 북한, 또 그 이상까지로 활동 무대를 넓혀 발휘할 준비를 하길 바랍니다.”
yena@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