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채용에서는 안타깝지만…’ 불합격 통보를 전하는 인사담당자의 속마음

[송진원의 자소서 클리닉]
Hand of interviewer


[캠퍼스 잡앤조이=송진원 베러유(better you) 취업컨설팅 대표 공인노무사/취업컨설턴트]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제한된 채용인원으로 인해 이번 채용에서는 안타깝게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동동 뜨게 하는 불합격 통보. ‘뛰어나다’는 말로 시작해서 마음을 들뜨게 하고는 ‘안타깝지만’ 불합격이라고 한다. 처음 지원한 인턴사원 채용 면접에서 나 역시 비슷한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게 불합격이라는 건가?’, ‘대체 왜 떨어졌다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할까?’, ‘그렇게 안타까우면 합격시켜주면 되잖아!’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몇 년 후 기업의 인사담당자로 채용을 진행하면서 매년 몇 천명에게 불합격 메일을 보내고 SMS를 돌렸다. 마음 졸이며 기다렸을 소식이란 걸 알기에 상투적인 표현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메일을 받으면 그나마 위로가 될지 고민하고 인터넷에 검색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불합격한 지원자도 ‘뛰어난’ 게 맞고,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거였다.
전형별 결과를 통보하는 날, 채용담당자 역시 전화기 앞에서 마음 졸이고 기다린다.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와 그들의 부모님이 전화를 걸어온다. 그리고는 ‘대체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냐’고 묻는다. 정말 죄송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드린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불합격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몇 번의 채용과정을 진행하면서 너무나 훌륭한 지원자를 많이 만났고, 그 지원자를 불합격시키는 이유는 어떤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회사 채용기준에 차고 넘쳤다. 천명 이상의 지원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건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가 이렇게 적은 인원(직무별)을 채용한다. 채용 직무가 5개라면 총 선발 인원이 100명이라해도 20등 안에는 들어야 합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합격한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불합격에는 이유가 없다는 게 결론이다.
그럼 합격자는 뭐가 달랐을까? 무엇이 합격하는 이유가 되었을까? 최종 합격하는 사람은 매 전형 운이 좋았고, 운을 잡기 위해 매 전형 최선을 다해 기회를 만들었다. 최종합격부터 입사 지원 시까지 거슬러 가보면, 합격자는 자신을 선호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면접관을 만났고, 잘 풀 수 있는 필기시험 혹은 인적성검사 문항을 만났고, 마침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줄 기업에 때맞춰 지원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들은 겸손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면접관에게 자신을 표현했고, 필기시험에 철저히 준비했으며, 자기소개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오래 전부터 이들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채울 경험과 지식을 치열하게 쌓아 올렸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채워온 사람에게도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성실히 살아온 결과가 좋은 기업에 빨리 입사하는 것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믿고 기다리면 행운의 하루가 한번쯤은 찾아온다. 그 기분 좋은 날, 나 대신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지원자에게 덜 미안하기 위해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8주의 인턴이 끝나고 정직원 전환여부를 통보 하는 날이 채용담당자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날이었다. 얼마나 절실한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얼마나 잘 하는지 아는 친구들을 다시 취업전쟁터로 보내는 게 정말 마음 아팠다.
열심히 했지만 불합격한 친구들은 ‘자신의 능력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바꿔야겠다’고 했다.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정말 한 끗 차이였다는 것, 모든 것을 다시 돌려 첫 날로 돌아간다면 다른 결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였다.
불합격 통보에 크게 좌절할 것 없다. 합격에 너무 우쭐할 필요도 없다. 정말 지속적으로 불합격 한다면 그건 회사에 대한, 입사 전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한 달 먼저, 한 한기 먼저 취업한 친구들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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