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내 얘긴가?...취준 공감 캐릭터 ‘토끼니’ 작가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내 얘기인가 싶은 ‘짤’을 양산하며 취준생 사이에서 팬덤을 자랑하는 감성 인형이 화제다. 3포 세대가 지닌 불만을 자조적으로 담아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토끼니’가 그 주인공.
지난 2월부터 취업 준비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SNS에 공개한 토끼니는 단숨에 팔로워 5만3000명을 넘어서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강남역 인근 스터디 카페에서 토끼니를 만났다. 토끼니는 미대를 졸업한 취준생이다. “저 같은 디자인 전공자 중에 자신이 다니던 미술 학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미술 학원과 명함 가게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취업 준비에 전념하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올 상반기 40곳의 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귀하의 우수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채용인원 탓에 부득이하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는 연락만 수십 통 받았다.
“저는 ‘헬조선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말이 싫어요. 다들 취업이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지만 얼마나 처절한지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2030 세대가 겪고 있는 상황이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취준생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담아 어려움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토끼니. 토끼니가 만드는 한 개의 에피소드는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상황의 사진 한 장과 제목, 자막으로 구성된다. 냉소적이면서도 주옥같은 ‘말빨’이 웃음 포인트.

“사진 한 장이라도 디테일에 신경 쓰려고 무척 노력해요. 여행 콘텐츠를 올릴 땐 감정을 드러내고 싶어서 패드에 비친 눈을 하트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아무도 몰라줘서 조금 섭섭하기도 했지만요.”
콘텐츠를 올리면 친구들에게서 다이렉트 메시지(DM)도 많이 받는다. “얼마 전에는 ‘커피 한잔은 밥 한 끼의 희생’이라고 콘텐츠를 올렸더니 커피 쿠폰을 보내주기도 했어요. 오히려 친구들에게 제가 위로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토끼니가 가장 애착하는 에피소드는 ‘바탕화면/취업준비/버스_기회_사랑.JPG’다.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녹여내 공감과 격려의 댓글도 많이 받았다. 토끼니가 웹툰이 아닌 포토툰을 선택한 이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다. 또 취준생이라 시간이 없는 것도 이유다.

토끼니는 취준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콘텐츠가 없는 것은 자격증, 어학 시험 준비, 봉사 활동 등을 하느라 콘텐츠를 만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취준생에게는 평범한 일상을 마음껏 누릴 마음에 여유조차 없다는 것이다.
토끼니는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반응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하라고 조언한다. 안 된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언제가 잘될 거라고 믿는다고.
“지금은 당연히 취업을 빨리 하는 게 목표예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고 하는데, 여전히 기업의 문턱이 높은 건 사실이잖아요. 취업해서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고, 돈도 모으고 싶고, 해외여행도 가고 싶어요.” 토끼니는 대통령이 팔로워하는 순간까지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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