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3일후 확인 가능, 필름 카메라의 향수 느껴보세요”...퇴근 후 직장인들이 만든 인기앱 ‘구닥’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지난 7월 7일 앱스토어에 공개된 사진 앱 ‘구닥(Gudak)’은 출시 열흘 만에 국내 앱스토어 유료 앱 전체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고, 태국 앱스토어에서도 유료 앱 1위를 달성했다.
구닥은 필름카메라를 모티브로 만든 이색적인 사진 앱이다. 앱을 다운받은 후 촬영을 시작하면 필름 1개가 생성되는데, 하나의 필름 당 24장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필름을 다 쓰기 전까지는 촬영한 사진을 볼 수 없고, 마지막 필름을 쓴 시점부터 3일 후에야 촬영한 사진의 확인이 가능하다. 촬영을 할 때도 기본 사진 앱처럼 액정 화면 전체로 피사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예전 필름카메라처럼 작은 뷰파인더로만 볼 수 있다.
구닥을 만든 Screw Bar Inc.의 마케터 조경민 씨는 “Un do(조금이라도 잘못되거나 실수하면 바로 다시 돌아가서 다시 해볼 수 있는)가 만연한 시대에 순간의 선택이 주는 ‘스릴’을 다시금 되살릴 수 있는 일회용 코닥 카메라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며 “‘구닥 모멘트’를 잠시나마 되살려 볼 수 있는 ‘불편한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이라고 설명했다.

△ 구닥 앱을 만든 사람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채정우, 최정민, 조경민, 강상훈 대표. 사진에는 구닥 앱 필터를 적용했다.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 모여 만든 앱, 인기순위 1위
Screw Bar Inc.은 4명의 정예 멤버로 이루어져있다. 독특한 것이 있다면 이들 모두 ‘본업’이 따로 있는 직장인들이라는 것. 압구정 아트필 유학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강상훈 대표 외 프로그래머 채정우 씨, 의류 유통업을 하는 최정민 씨, 온라인 마케터 조경민 씨 등은 모두 직장 생활을 하며 앱 개발에 참여했다. 퇴근 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작당모의를 하던 이들은 2년여 간의 준비 끝에 구닥 앱을 완성했다.
지난 2015년 가을, 강상훈 대표는 앱 개발을 기획하면서 함께 할 멤버를 물색했다. 프로그래밍, 마케팅, 세일즈 등 각각의 분야에서 이름난 실력자들을 찾았고, 그중 ‘재미있게 놀자’는 취지에 동의한 이들이 지금의 멤버가 됐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 저녁 8시에 모여 저녁식사를 한 뒤 앱 개발 회의를 한 시간 정도 진행했다. 회의는 각자 생각한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소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들이 회의를 점령했지만, 이들은 더 이상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황당하고,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올만한 아이템을 실제 앱으로 개발해 만들면 굉장히 재미있는 놀이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구닥이다.
“요즘에는 사진을 찍는다기보다 고른다는 성격이 강해진 것 같아요. 의미 없이 찍은 수많은 사진이 추억보다는 ‘용량’으로 인지된다는 점이 아쉬웠죠. 저희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가치를 두고 싶었고, 그 사진을 ‘추억’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한 장 한 장 마음을 다해 찍고, 그걸 소중히 간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떠올리게 됐죠.”

△ 촬영 시에는 화면 속 작은 뷰 파인더로 피사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일회용 필름카메라 재현한 사진 앱, 3일 지나야 촬영한 사진 볼 수 있어
촬영한 사진을 3일 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필름카메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방식이다. 사실 촬영 후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긴 논의 끝에 3일이라는 결론을 낸 이유는 옛날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면 ‘3일 후에 찾으러 오세요’라는 말을 떠올렸기 때문. 이들은 사진관에 인화된 사진을 찾으러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기다릴 앱 사용자의 모습을 기대했다.
“망각의 시간이 3일이라고 해요. 하지만 3일이 지날 즈음 기억을 되새기게 되면 그건 장기기억, 즉 추억으로 변한다고 하죠. 3일이라는 망각의 시간을 뚫고 온 사진이 ‘3일 전에 이런 추억이 있었지’라고 선물처럼 다가오길 바란 마음도 있어요.”
필름카메라를 그리워하는 소수의 마니아층에서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을 것이라 예상하며 출시한 구닥은 열흘 만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인기 앱 1위로 올라섰다. 3일을 기다려야 사진을 만날 수 있다는 독특한 방식과 옛 필름 카메라의 색감을 재현한 아날로그 감성이 많은 이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 구닥 앱으로 촬영한 사진
Screw Bar Inc.은 구닥 앱을 추가적으로 보완하며 업데이트 중이다. 한 장 한 장 아껴 담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작게 뷰파인더를 디자인했는데, 답답하다는 의견이 많아 뷰파인더를 확장했고, 유리 반사 효과도 최대한 줄였다.
“얼마 전에는 셀카를 찍을 수 있게 바꿔달라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 중입니다. 현재는 아이폰에서만 앱을 사용할 수 있는데, 안드로이드용 앱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있고요. 앞으로도 저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재미있는 일을 계속 할 생각이에요. 다른 무엇보다 ‘재미’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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