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반짝임을 들여다 보다 ‘Humans of University’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원민지 대학생 기자] 대학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바쁜 일상 속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거나 소통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프로젝트가 있다.
대학 캠퍼스를 누비며 사소한 반짝임에 주목하는 사람들. 거리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는 Humans of Seoul의 스핀오프 버전으로 시작된 Humans of University가 바로 그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세영(서울대·SNU), 김유진(고려대·KU), 이주연(한국외대·HUFS)을 만났다.
-어떻게 Humans of University를 시작하게 됐나요?
유진 인터뷰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만 다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일상 속 사람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사람들이 평범함에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연 원래 Humans of New York 페이지를 즐겨봤어요. 그러다가 Humans of Seoul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알고 보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학교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우리 학교에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세영 서울대가 워낙 넓다 보니 서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서 이 플랫폼이 굉장히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소통’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면 소통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주연 맞아요. 대학들이 개인주의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프로젝트가 대학생들의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Humans of University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유진 Humans of Korea University는 KUSPA라는 문화 컨텐츠 동아리에서 추가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요. 이번 학기는 12명이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11명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진 촬영, 편집을 다 같이 하고 1명은 인스타그램을 관리하고 있어요.
주연 처음에는 저랑 포토그래퍼 친구 둘이서 시작을 했어요. 제가 인터뷰도 하고 번역도 하는 식으로 운영을 했었는데, 그 후로는 정식 모집을 해서 지금은 20명 정도 활동하고 있어요. 크게 인터뷰 팀, 번역 팀, 포토 팀이 있고, 인터뷰어랑 포토그래퍼가 2인 1조로 인터뷰를 나가면, 번역 팀에서 번역하고 페북에 업로드를 하고 있어요.
세영 저희는 7명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3명은 포토그래퍼고 4명은 인터뷰어에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다 같이 모이기도 어렵고, 소규모로 제대로 하고 싶어서 전체 인원이 8명을 넘지 않게끔 하고 있어요. 인터뷰는 보통 3명이 같이 나가요. 2명이 나가서 한 명이 사진을 찍고 한 명이 인터뷰를 하면 질문이 막힐 때 인터뷰어가 혼자 뻘쭘해 하더라고요. 한 명을 더 붙이면 덜 뻘쭘할 것 같아서 3명이 인터뷰를 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주로 어떻게 선정하나요?
유진 그냥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인터뷰해주세요”라고 해요. 가끔 학교 행사나 축제처럼 특별한 행사들이 열릴 때는 ‘이런 분을 소개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면 기념일별로 캘린더에 적어 두는 편이에요. 그런 것을 제외하고는 다 게릴라 인터뷰로 진행하고 있어요. 평소에 왔다갔다 하면서 궁금했던 분들한테 말을 많이 걸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말을 걸 수는 없으니까 이걸 계기로요. 그리고 최근에는 학교 방송국이랑 콜라보를 진행해서 서로 인터뷰 대상자를 협의하기도 했어요.
주연 2인 1조로 나가서 랜덤으로,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해요. 밖에 나가서 주변에 있는 가게들이나 카페들에 가서 인터뷰하는 경우도 있고요.
세영 학생의 경우에는 따로 약속을 잡지 않고 ‘재밌겠다’ 싶은 사람을 붙잡고 인터뷰를 해요. 학생인데 따로 약속을 잡고 인터뷰를 하게 되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교직원 분들의 경우에만 먼저 이야기를 하고 찾아가는 편이에요.
-인터뷰할 때 자신만의 팁이 있나요?
유진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의심을 하게 되잖아요. 최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명함을 만들었어요. 페이지를 팔로우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명함을 보여 주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좋은 답변이 나오기 때문에 좋은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방학 때 Humans of New York이나 Seoul 같은 곳의 인터뷰를 참고해서 좋은 질문목록을 만들고 우리끼리 좋았던 질문들도 모아 놓는 식으로 노하우를 쌓아 가고 있습니다.
주연 저는 어떻게든 공통점, 공통 관심사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저희 학교가 좁다 보니까 무슨 과, 몇 학번이라고 하면 거의 아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식으로 신뢰도를 높이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 여기 학교 소속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과잠을 입거나 학교 에코백을 매기도 했어요. 그리고 인터뷰라고 밝히면 오히려 부담을 느껴서 굳어 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라기보다는 소소한 대화를 나눈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애초에 너무 바빠 보이는 사람은 인터뷰를 안 하는 게 팁인 것 같아요.
세영 사실 가장 좋은 팁은 이야기를 잘해 줄 것 같은 사람을 고르는 건데, 그건 오래 활동을 해야 얻을 수 있는 팁인 것 같아요. 회의를 할 때마다 그 주의 키워드를 정하고, 그 키워드로 예상 질문이랑 예상 답변을 생각해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 키워드 질문을 첫 질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옛날’, ‘어릴 때’ 이런 것들이 키워드가 될 수 있겠네요.
-인터뷰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유진 이 장소를 되게 잘 알아서, 이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시는 분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다른 학교도 그렇겠지만 안암의 상점과 학생들 간에는 끈끈한 뭔가가 있어요. 얼마 전에는 원래 구멍 가게였다가 편의점으로 바뀐 가게의 주인 아주머니를 인터뷰했었어요. 20년 넘게 운영하시다 보니까 학교의 역사를 다 알고 계시는데 지금은 절대 볼 수 없는 학교 풍경 이야기를 해준 게 기억에 남아요.
주연 제가 4차례나 수업을 들었던 원어민 교수님이 기억에 남아요. 교수님이 늘 밝은 모습이셔서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제가 수업을 수강하는 기간에도 암 투병 중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계속 병원 다니시면서 항암 치료 받고 계셨다고. 인터뷰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라서 많이 놀랐었어요.
세영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꼬깔콘을 들고 학교를 지나 가시던 분을 인터뷰했던 거에요. 꼬깔콘이 너무 눈에 띄어서 ‘인터뷰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인터뷰를 했는데 진짜 제가 이제까지 봤던 사람 중에서 가장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었어요. 그 때 같이 인터뷰하던 형이 요즘 슬럼프가 오고 힘들다고 했더니, 인터뷰이가 “오늘 저녁에 시간 돼요? 저랑 술 마셔요” 이러더라고요. 그게 진짜 기억에 남았어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유진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평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게, 이제는 다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서 특별해 보여요. 그래서 제 주변에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대화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아요. 어떤 질문을 해야 좋은 답변이 나올까 고민을 하다 보니까 평소에 대화할 때도 상대방이 대답하기 편하게 질문을 하는 식으로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주연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예전에는 좀 무서운 일이었어요. 요즘에는 이걸 하면서 ‘다른 사람도 다 똑 같은 사람이구나’ 느끼게 되고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 것 같아요.
세영 프로젝트를 통해서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되면서 사람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사람이 각 개인으로서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마냥 좋았던 건 아니에요.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만남의 순간이 너무나 짧잖아요. 그런 단발성 관계를 수십 번씩 하다 보니까 역으로 허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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