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자리신문고, 기자가 직접 울려봤다

청와대 분수대앞에 설치된 신문고는 출입이 통제된상태로 보존되고 있다.신문고가 설치된 대고각은 1993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때 건립되었다. 2008.03.10 /양윤모기자yoonmo@hankyung.com
청와대 분수대앞에 설치된 신문고. 사진=한국경제DB


6월 초, 새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안을 새롭게 발표했다. 일자리 분야에는 얼마나 예산을 배치했나 살펴보던 중 한 곳에 눈길이 갔다. ‘취업성공패키지 예산 1350억 원 추가 투입’.
몇 년간 꾸준히 취업준비생을 취재해오면서 정부의 구직활동 지원사업인 취업성공패키지 경험자도 여럿 만나봤다. 그러나 대개 좋은소리 보다는 쓴소리가 많았다.
쓴소리의 대다수는 상담내용의 질에서 비롯됐다. 사전 상담결과를 그대로 읽는다든가 질문에 ‘그 분야는 잘 모른다’며 소극적인 답을 하는 상담사도 있다고 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상담 외에도 직업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하는데 이 강의 역시 기술직에 특화된 경우가 많다는 비판도 나왔다. (관련기사 : 정부 예산 늘어나는 ‘취업성공패키지’… 부실 상담 악순화 해소될까)
그러던 차에, 새 정부의 핵심사업인 일자리위원회 공식 홈페이지가 열렸다. 그리고 위원회 홈페이지 안에는 누구나 일자리 관련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일자리신문고 웹페이지도 추가돼 있었다. 그래서 취성패를 들고 직접 신문고를 울려보기로 했다.


민원 신청 후 답변까지 걸린시간 ‘3주’
6월 16일, 본격적으로 글을 남기러 일자리위원회(www.jobs.go.kr)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일단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의 간략한 정보를 적어야 했다. 민원 제목은 ‘취업성공패키지를 개선해 주세요.’ 취재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해 글을 남기고 전송버튼을 눌렀다.
열흘 뒤, 일자리위원회로부터 신문고에 남긴 이메일 주소로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민원을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로 전달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회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나흘 뒤, 이번에는 발신인 국민신문고 공식계정으로부터 민원이 고용노동부에 정상적으로 신청 및 접수됐다는 이메일이 왔다. 국민신문고는 지난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설한 온라인 정부민원 통합 접수창구다. 어쨌든 약 2주 만에 민원이 드디어 제 길을 찾았다.



최종 회신은 7월 7일 도착했다. 신문고를 울린지 21일, 그러니까 정확히 3주 만이다. 이메일에는 ‘답변첨부파일’이라는 이름의 html파일이 함께 들어있었다. 파일을 열자 정말로 고용노동부 관련 분과의 답변이 도착해있었다.
‘강사의 질’에 대한 지적에는 “올해부터 민간위탁기관 선정기준에 상담인력 급여수준 등을 추가하고 상담사 1인당 관리인원을 규제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올초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교육분야 다양화’의 경우 “문과계열 취준생을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훈련과정 개설을 확대하고 올해부터 고용부 미승인 훈련과정 수강에도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4차 산업혁명 대비 훈련과목으로는 클라우드, IoT를 언급했다. 문과생에게 IoT라…. 얼핏 연결이 잘 되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개선과정 수시로 공개해야
큰 틀에서는 답이 됐지만, 3주간의 기다림에 비하면 속시원한 편은 아니었다. 올해 새로운 규정이 대거 추가됐다고 하지만 주변의 목소리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 내용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궁금했다. 다만, 답변에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넣어 추가 궁금증을 전화로 물어볼 수 있도록 한 점은 편리해 보였다.
또한 그동안 민원은 여러 차례의 전달과정을 거쳐야 했다. 일자리신문고에서 국민신문고를 거쳐 2주만에 고용노동부에 도착했다. ‘차라리 기존 국민신문고에 올리는 게 빠르지 않을까’라는 의구심도 생겼다. 이에 대해 일자리위원회 운영지원부 담당자는 “일자리신문고는 일자리 사업에 특화돼 있고 관련 부처로 전달하기 전, 좋은 제안은 위원회가 중간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자리위원회는 민원 내용을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고 있다. 7월 7일 기준 일자리신문고에는 2800여개 민원이 등록됐다. 위원회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공무원 추가채용을 요청하는 건의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청년·여성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대·중소기업간 및 정규·비정규간 격차해소 순이었다.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정부정책에 날을 세운채 격앙된 글도 있었다.
정부가 언제나 발생하는 찬성과 반대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한정된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 의견을 적극 들으려한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이러한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신문고에 쏟아진 건의사항들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공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무조건 ‘개선할 것이다’라 단정짓기 보다는 각 관계부처들의 의지와 적극적인 행동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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