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버큰헤드 정신’ 아로 새기며 책임감 있는 선장이 되고 싶어요”


[하이틴 잡앤조이 1618=정유진 기자]올해 상반기 취업을 앞둔 완도수산고등학교 3학년 표지우 군은 9월 예정된 선박직 공무원 입사를 목표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표 군의 최종목표는 선장이다. 표 군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가슴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며 ‘버큰헤드 정신(Birkenhead spirit)’으로 배에서 끝까지 책임감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버큰헤드 정신’은 1852년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큰헤드(Birkenhead)호 침몰 당시 부녀자들을 구조하고 난 뒤 물에 잠겨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말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더 큰 바다로 나가기를 희망하는 표지우 군을 만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을 소개 해달라.
수산고등하교 진학을 위해 목포에서 완도로 유학 온 표지우다. 내년 초 졸업을 해 선박 공무원이 되고 싶다. 최종목표는 선장이 되는 것이다.
완도 수산고에 진학한 계기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성적도 상위 70%일 정도로 부진했다. 원래는 학업 수준에 맞춰서 목포에 있는 특성화고에 진학하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진학 담당 선생님께서 마이스터고를 추천해 주셨다. 성적이 합격 기준에 못미쳤지만 인적성과 면접 등을 무난히 통과해 입학이 허락됐다. 주변에서도 기적이라고 했고, 특히 부모님께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지난 2년여 동안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나.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어렵게 입학을 했지만 처음에는 수업 내용을 잘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1학년 시절 적응이 힘들었다. 집과의 거리도 멀고 목포 친구들도 그리워 전학을 가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2학년 선배가 많은 도움을 주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대학진학에는 관심이 있나.
아직까지 대학 진학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선 올해 9월 치러지는 선박직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고 있다. 취업을 목표로 고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고 여유가 생기면 대학에 진학할 생각도 하고 있다. 만약 대학에 간다면 항해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공을 택하고 학교도 해양 관련 분야를 생각하고 있다.
최종 꿈이 선장이라고 했는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선장이 되기 위해서는 해기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리고 승선 경력이 필수다. 경력에 따라 자격증을 취득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현재는 해기사 5급을 취득했고 4급 필기를 준비하고 있다. 필기과목은 선박일반, 항해, 물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기는 학교가 보유한 선박을 운항하면서 항해시간을 채우고 있다.
원래 꿈이 선장이었나.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장래 희망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 당시 한 학년이 총 250명이었는데 이 중 220~230등을 했었고 반에서는 40명 중 37~38등이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진학할 학교가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행히 아버지가 조선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고 계서서 진로를 결정하는 데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항해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바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고등학교 입학 후 성적 관리는 어떻게 했나.
1학년 입학 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2학기 때부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았다. 정신을 차리고 수업에 집중했더니 처음에는 20명 중 8등을 했고, 이후 1등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꼈다. 2학년 때 부터는 1등을 놓치지 않았고 현재 전교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해기사 자격증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3학년이기 때문에 심화과정 수업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4급 필기시험과목은 4가지다. 이 중 물리 과목은 학교에서 따로 개설된 정규 수업이 없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이 과외 식으로 가르쳐 주신다. 학교에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아무래도 타 과목에 비해 부족함을 스스로 느껴 수업시간에 들었던 내용을 한번 적고 자율학습 시간에 공책에 다시 옮겨 적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물리 과목의 과락은 40점이며 커트라인은 평균 60점이다. 목포 지역은 1년에 총 4차례 시험을 치른다. 전라남도 지역에서 작년에는 2명만 채용을 했지만 올해는 7명을 채용할 계획이어서 꼭 합격하고 싶다.

운항 실습은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2학년 2학기 때 진로를 결정짓고 배를 운항하는 실습을 나가기 시작했다. 학교가 보유한 선박이 있기 때문에 이 배를 타고 완도항에서 제주도, 인천, 부산, 홍도 등을 주로 항해하고 있다. 완도에서 인천까지는 편도로만 22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4시간씩 교대로 운항을 한다. 해기사가 되려면 국가에서 정해준 승선 운항 시간을 채워야 한다. 그래야 해기사 자격증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승선 경력이 없으면 아예 시험 볼 자격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운항 경력은 필수다.
배를 운항할 때 장·단점이 있다면.
배를 타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항상 배멀미가 발목을 잡는다. 멀미가 심한 친구들은 구토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정신줄까지 놓을 정도다. 배가 출렁일 때마다 머리와 배속까지 함께 출렁인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우리 일을 하려면 정신력도 매우 중요하다.
심할 때는 멀미약을 먹어도 되지만 자주 사용하다보면 달팽이관을 마비시킨다는 얘기가 있기 때문에 지양하고 있다. 반면 배를 타야만 느낄 수 있는 묘미는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것이다.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특히 운항 중 해가 뜨고 지는 모습만 바라보면 그저 좋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선박직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는
할머니 댁이 신안 안좌라는 섬이다. 갈 때마다 배를 탔고 바다에 친숙하다. 안전한 선박 운항으로 승객들을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수 있는 선장이 되고 싶다. 또한 고용안정도 무시할 수 없다.
학교 자랑 좀 해 달라.
해양 관련 분야에서 몇 안 되는 공립 마이스터고다. 기숙사 학비가 국가지원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다. 2학년 때는 정부지원으로 교류학습 체험을 1주일간 가는데 이번에 중국 상해에 다녀왔다.
기숙사 시설도 매우 좋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24시간을 친구들과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지 않아도 친해질 수밖에 없는 사이가 된다. 학생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열정도 굉장히 높고 급식도 정말 맛있다.
마이스터고 진학을 잘했다고 생각한 적은.
마이스터고만의 가장 좋은 점은 취업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부터 진로를 결정해 공부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미래에 대해 대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향인 목포에 가면 일반고에 다니는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아무런 계획 없이 일반고에 진학해 남들과 똑같이 공부하기 보다는 전문 분야를 갖춘 학교를 선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본다면 다른 이들 보다 빠른 선택을 할 수 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도 좋은 학교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안타깝다.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직업을 선택 할 수 있는 지름길이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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