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의료 시대의 새 전문직 ‘유전상담사’...“환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 필수”
입력 2017-06-15 11:41:00
수정 2017-06-15 11:41:00
[미래직업] 유전상담사최인희 서울 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전담 간호사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유전상담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유전 관련 정보를 제공해 그들이 유전 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기록이나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 발병이나 재발의 가능성에 대한 가족력, 유전학적 발병 기전, 유전학적 검사 방법·관리·예방·비용, 연구 등에 대한 교육, 병의 위험성이나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전 질환을 진단 받은 환자와 가족들이 질환을 잘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서울 아산병원에서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최인희 의학유전학센터 전담간호사는 “단편적인 모습이나 정보만으로 환자를 판단하지 않고, 환자와 그 가족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며 그들이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상담사란
유전자 검사에서 환자에게 질환이 발견됐더라도, 국내 의료 환경 특성상 전문 의사가 환자에게 5분 이상 진료시간을 할애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전문 의사와 한 팀이 되어 환자에게 명확한 유전질환정보를 제공하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유전상담사의 역할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예진을 통해 환자의 가족력과 병력, 의무기록, 사진 등의 기초 자료와 가계도 등을 통해 의심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전 유전 상담사는 생명윤리법에 의거해 유전자 검사 동의서를 받은 후 검사가 진행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유전 상담사는 질환의 예후나 재발위험도, 향후 검사와 관련된 정보 등을 제공해 그들이 유전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상담을 통해 환자 개인과 가족들이 겪게 되는 심리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그들이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같은 질환을 가진 가족과 연결해주거나 자조 모임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최 간호사는 현재 의학유전학센터에서 염색체 이상과 유전자 이상 질환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 과학 기술이 밝힌 단일 유전 질환은 6000여 종에 이르는데, 유전질환은 선천적으로 생기는 다운증후군부터 여러 개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암까지 매우 다양하다. 여러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고혈압, 당뇨병, 알츠하이머성 치매, 정신분열증 등도 발병한다.
특수 교육을 전공한 간호사, 유전상담사로 꿈을 이루다
“센터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저를 보며 간혹 ‘정말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예뻐보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 눈에는 정말 걸어 다니는 인형이 따로 없어요. 특히 일이 많거나 힘들고 지치는 날 아이들을 품에 쏙 안으면 힘이 납니다.”
최 간호사의 어릴 적 꿈은 ‘특수교사’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최 간호사가 어릴 때부터 그를 등에 업고 봉사활동을 다니셨던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학창시절 내내 봉사활동을 하며 평생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게 됐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특수교육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망설임 없이 석사 과정으로 특수교육학을 선택했어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원에서도 간호학을 전공하는데, 전 조금은 별나고 다른 경우였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 때 맘 편히 눈을 감지 못 하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학부에서 특수 교육을 전공하지 않았던 탓에 기초 지식조차 전혀 없던 최 간호사는 일반 대학원으로 진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신입 간호사로 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며, 밤샘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대학원에 출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새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을 보며 대학원 교수님도 ‘간호사라는 직업도 있는데, 왜 특수 교육을 공부하려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석사 과정 중 간호사가 특수 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을 본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최 간호사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다. 최 간호사는 그렇게 2003년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하게 됐고, 당시 유전학클리닉에서 오늘날의 유전의학센터가 되기까지 자리를 지키며 셀 수 없이 많은 환자들을 만나오고 있다. 학사에서 특수 교육을 전공하지 못 했다는 한(?)에 박사 과정까지 특수 교육학으로 마쳤다. 그는 “특수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직접 교육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환자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면서 “간호학과 특수 교육학, 두 가지 전공을 살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국·일본에서는 전문직… 유전상담사 배출을 위한 전문 과정 필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전상담사는 몇 명이나 될까. 최 간호사는 “규모가 큰 병원에는 같은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곳곳에 계실 것”이라면서도 “대한의학유전학회, 한국희귀질환재단 등을 통해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유전상담사들 개개인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아 정확한 현황이나 정보를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간호사나 의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법상 자격이 있는 분들이 유전상담 업무를 하고 계실 텐데, 로테이션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보니 고정적으로 이 업무를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전상담의 경우 환자와 그 가족의 개인적인 상황과 일상까지 알아야 가능하고, 환자 한 명의 일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 고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유전상담사가 전문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인력의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의료기관에서 유전자 검사가 진행돼 간호사가 유전상담을 맡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료기관 뿐 아니라 제약사, 공립 및 민간 연구기관, 건강검진 기관, 유전자분석 검사 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게 돼 유전상담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공중위생 영역이나 건강 산업, 기타 바이오 기업 등에서 유전 관련 전문 상담사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상담사 배출을 위한 전문 과정이 필요하다. 최 간호사는 “국내 일부 대학원이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개설해 임상유전학, 상담기술, 유전의료 윤리와 법규 등의 교육과 임상실습을 실시하고 있고, 대한의학유전학회에도 유전상담사 자격인정시험을 통해 유전상담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인 배출 과정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도 유전상담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문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전상담사, 환자와 가족 구성원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알아야”
“유전 질환은 그 환자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가족 구성원 전체를 봐야 합니다. 모두가 함께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공감하고, 배려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최 간호사는 유전상담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학은 특히 어려운 학문이지만 의학적인 지식은 공부하면 습득할 수 있다”며 “환자나 그 가족들은 의학적인 지식보다 위안과 공감, 함께 가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날 보호자 한 분 께서 저를 찾아와 ‘우린 가족인데’라는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 말 한 마디와 ‘선생님 힘내세요’라며 안아주는 환자들에게서 힘과 에너지를 얻습니다. 매우 보람 있는 일이예요. 앞으로도 계속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INFORMATION]
유전상담사란환자와 가족들에게 유전 관련 정보를 제공해 의학적·사회적·심리적 측면에서 유전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이 적절한 대응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유전상담사의 현재미국과 일본에서는 유전상담사가 전문직으로 자리 잡았다. 유전상담사는 병원, 대학교, 연구소, 개인 클리닉 등에 소속돼 암, 근육위축증, 섬유증 등의 신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내담자와 가족들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잠재적 소인을 식별한다. 국내에서도 1980년부터 희귀질환이나 유전질환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미국의 유전자 검사법을 도입해 임상유전 전문 진료를 시작하고 있으나, 전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유전상담사의 미래 전망최근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질환을 진단하거나 예방하는, 이른바 ‘맞춤 의료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전상담서비스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질병의 예측과 예방이 가능하고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유전상담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전상담사가 되려면 유전상담사로 일하는 데 과학과 수학 기반의 지식이 필요한 만큼 4년제 대학에서 생물학, 심리학, 생명과학, 보건의료 등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유전상담학을 공부해야 한다. 유전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인정하는 대학원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임상실습사례를 분석해 대한의학유전학회에 제출해야 한다.
yena@hankyung.com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유전상담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유전 관련 정보를 제공해 그들이 유전 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건강기록이나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 발병이나 재발의 가능성에 대한 가족력, 유전학적 발병 기전, 유전학적 검사 방법·관리·예방·비용, 연구 등에 대한 교육, 병의 위험성이나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전 질환을 진단 받은 환자와 가족들이 질환을 잘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서울 아산병원에서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최인희 의학유전학센터 전담간호사는 “단편적인 모습이나 정보만으로 환자를 판단하지 않고, 환자와 그 가족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며 그들이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상담사란
유전자 검사에서 환자에게 질환이 발견됐더라도, 국내 의료 환경 특성상 전문 의사가 환자에게 5분 이상 진료시간을 할애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전문 의사와 한 팀이 되어 환자에게 명확한 유전질환정보를 제공하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유전상담사의 역할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예진을 통해 환자의 가족력과 병력, 의무기록, 사진 등의 기초 자료와 가계도 등을 통해 의심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전 유전 상담사는 생명윤리법에 의거해 유전자 검사 동의서를 받은 후 검사가 진행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유전 상담사는 질환의 예후나 재발위험도, 향후 검사와 관련된 정보 등을 제공해 그들이 유전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상담을 통해 환자 개인과 가족들이 겪게 되는 심리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그들이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같은 질환을 가진 가족과 연결해주거나 자조 모임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최 간호사는 현재 의학유전학센터에서 염색체 이상과 유전자 이상 질환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 과학 기술이 밝힌 단일 유전 질환은 6000여 종에 이르는데, 유전질환은 선천적으로 생기는 다운증후군부터 여러 개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암까지 매우 다양하다. 여러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고혈압, 당뇨병, 알츠하이머성 치매, 정신분열증 등도 발병한다.
특수 교육을 전공한 간호사, 유전상담사로 꿈을 이루다
“센터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저를 보며 간혹 ‘정말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예뻐보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 눈에는 정말 걸어 다니는 인형이 따로 없어요. 특히 일이 많거나 힘들고 지치는 날 아이들을 품에 쏙 안으면 힘이 납니다.”
최 간호사의 어릴 적 꿈은 ‘특수교사’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최 간호사가 어릴 때부터 그를 등에 업고 봉사활동을 다니셨던 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학창시절 내내 봉사활동을 하며 평생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게 됐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특수교육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망설임 없이 석사 과정으로 특수교육학을 선택했어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원에서도 간호학을 전공하는데, 전 조금은 별나고 다른 경우였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 때 맘 편히 눈을 감지 못 하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학부에서 특수 교육을 전공하지 않았던 탓에 기초 지식조차 전혀 없던 최 간호사는 일반 대학원으로 진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신입 간호사로 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며, 밤샘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대학원에 출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새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을 보며 대학원 교수님도 ‘간호사라는 직업도 있는데, 왜 특수 교육을 공부하려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석사 과정 중 간호사가 특수 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을 본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최 간호사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다. 최 간호사는 그렇게 2003년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하게 됐고, 당시 유전학클리닉에서 오늘날의 유전의학센터가 되기까지 자리를 지키며 셀 수 없이 많은 환자들을 만나오고 있다. 학사에서 특수 교육을 전공하지 못 했다는 한(?)에 박사 과정까지 특수 교육학으로 마쳤다. 그는 “특수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을 직접 교육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환자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면서 “간호학과 특수 교육학, 두 가지 전공을 살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국·일본에서는 전문직… 유전상담사 배출을 위한 전문 과정 필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전상담사는 몇 명이나 될까. 최 간호사는 “규모가 큰 병원에는 같은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곳곳에 계실 것”이라면서도 “대한의학유전학회, 한국희귀질환재단 등을 통해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유전상담사들 개개인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아 정확한 현황이나 정보를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간호사나 의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법상 자격이 있는 분들이 유전상담 업무를 하고 계실 텐데, 로테이션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보니 고정적으로 이 업무를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전상담의 경우 환자와 그 가족의 개인적인 상황과 일상까지 알아야 가능하고, 환자 한 명의 일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 고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유전상담사가 전문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인력의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의료기관에서 유전자 검사가 진행돼 간호사가 유전상담을 맡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료기관 뿐 아니라 제약사, 공립 및 민간 연구기관, 건강검진 기관, 유전자분석 검사 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게 돼 유전상담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공중위생 영역이나 건강 산업, 기타 바이오 기업 등에서 유전 관련 전문 상담사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상담사 배출을 위한 전문 과정이 필요하다. 최 간호사는 “국내 일부 대학원이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개설해 임상유전학, 상담기술, 유전의료 윤리와 법규 등의 교육과 임상실습을 실시하고 있고, 대한의학유전학회에도 유전상담사 자격인정시험을 통해 유전상담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인 배출 과정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도 유전상담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문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전상담사, 환자와 가족 구성원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알아야”
“유전 질환은 그 환자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가족 구성원 전체를 봐야 합니다. 모두가 함께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공감하고, 배려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최 간호사는 유전상담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학은 특히 어려운 학문이지만 의학적인 지식은 공부하면 습득할 수 있다”며 “환자나 그 가족들은 의학적인 지식보다 위안과 공감, 함께 가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날 보호자 한 분 께서 저를 찾아와 ‘우린 가족인데’라는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 말 한 마디와 ‘선생님 힘내세요’라며 안아주는 환자들에게서 힘과 에너지를 얻습니다. 매우 보람 있는 일이예요. 앞으로도 계속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INFORMATION]
유전상담사란환자와 가족들에게 유전 관련 정보를 제공해 의학적·사회적·심리적 측면에서 유전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이 적절한 대응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유전상담사의 현재미국과 일본에서는 유전상담사가 전문직으로 자리 잡았다. 유전상담사는 병원, 대학교, 연구소, 개인 클리닉 등에 소속돼 암, 근육위축증, 섬유증 등의 신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내담자와 가족들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잠재적 소인을 식별한다. 국내에서도 1980년부터 희귀질환이나 유전질환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미국의 유전자 검사법을 도입해 임상유전 전문 진료를 시작하고 있으나, 전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유전상담사의 미래 전망최근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질환을 진단하거나 예방하는, 이른바 ‘맞춤 의료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전상담서비스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질병의 예측과 예방이 가능하고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유전상담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전상담사가 되려면 유전상담사로 일하는 데 과학과 수학 기반의 지식이 필요한 만큼 4년제 대학에서 생물학, 심리학, 생명과학, 보건의료 등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유전상담학을 공부해야 한다. 유전상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대한의학유전학회에서 인정하는 대학원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임상실습사례를 분석해 대한의학유전학회에 제출해야 한다.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