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외부인개방, 누구를 위한 것일까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서해림 대학생 기자] 지난4월, 동국대 과잠을 입은 두 명의 남학생이 숙명여대 캠퍼스 내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는 글이 대나무숲에 제보됐다. 가해 학생은 학교 내부에서 여학생의 어깨를 강제로 끌어안았고, 여학생이 반항하자 발길질을 한 후 도주 중 경비원에 의해 붙잡혀 경찰에 연행되었다. 가해자가 올린 2차 사과문에서는 숙명여대에 무단 침입해 피해를 주고 많은 학우를 두려움에 떨게 한점을 사죄 드린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같은 달, 서울여대에서 오전 수업시간 도중 강의실에 마스크를 착용한 의문의 남성이 몰래 들어와 강의실 계단을 기어 다닌 일명 ‘가마 할아범’사건이 발생했다. 최초 제보 학생에 의해 가마 할아범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여섯 발로 걷는 캐릭터)이라 칭해진 이 남성은 수업 조교가 ‘남잔데..’라고 내뱉는 소리에 달아났다고 한다. 이후로도 두차례 가마할아범은 학교에 나타났고, 셔틀버스 정류장부터 맴돌며 자전거를 타고 학교까지 들어와 호루라기를 불며 교내를 활보하다 결국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역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유난이라며 외부인이 들어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학생들이 외부인 출입에 민감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학교는 일부 학생(기숙사생)들의 주거공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여자기숙사 1층 방충망을 뚫고 침입한 괴한이 잠을 자고 있던 여학생을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은 범인을 발로 차고 로비로 뛰쳐나왔고 범인은 도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의해 붙잡혀 조사 중이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캠퍼스 내에서까지 확산되며, 특히 여대 내에서는 강의실, 화장실 내 몰카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큰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덕성여대, 성신여대, 동덕여대에서는 보안경비업체가 전담 종합상황실을 구축해 학생들의 안전을 보호에 나섰고, 성신여대의 경우 위급한 상황 발생시 종합상황실로 연락이 가도록 구축된 비상벨 150여개를 교내 설치했다. 덕성여대는 기존 학생수면실의 출입문이 개방돼 있었으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외부인 출입금지를 문구를 부착했고, 상황실에서 학생증을 등록 후 등록한 학생증을 리더기에 태그한 후 출입할 수 있도록 통제를 강화했다.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문제는 범죄 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여대 게시판에는 최근 몇 개월간 지속적으로 기숙사생들과 주말에 학교 도서관을 방문한 학생들이 겪은 불편함에 관한 글이 게재되었다. 주말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교내 잔디에 텐트를 치고, 꽃을 꺾어 캠퍼스의 조경을 훼손하는 등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잔디밭과 인접한 기숙사 화장실(기숙사 건물은 학교 관계자 외 출입금지)을 사용하겠다며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며 외부인 출입통제 강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글이 빈번히 보였다. 최근에는 인근 아파트 주민 측에서, 단지 내 초.중등학생 통학로를 50m 단축하기 위해 서울여대 교내 담장에 출입문 개설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에 서울여대는 재학생들을 상대로 시행한 <외부인 출입통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중 총 응답자 743명 중 86.4%가 ‘외부인의 캠퍼스 출입에 불편함을 느끼시나요?’ 라는 물음에 ‘예.’라고 응답했다.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로는 소음, 쓰레기처리 불량, 건물 출입 및 이용, 자연훼손 순이었고, 나날이 학생들과 주민들의 갈등은 깊어져만 가고있다. 덕성여대에서는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내에 들어와 흡연을 하는 등 도를 넘은 행동이 지속되자 허가된 장소 외 모든 건물 출입 통제를 시행했고, 같은 사건 재발 시엔 교내 출입 금지를 명하기도 했다.
2000년대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캠퍼스 담장 허물기> 사업은 대학들이 지역사회와의 통합을 지향하며 인근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집 주변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만, 위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면서 학생들의 입장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닌 주민들이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학 내에서 외부인 완전 통제란 어려운 일이며, 대학부속 유치원, 초등학교가 대학교 내에 있는 학교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또한 교문을 걸어 잠그고 학점교류생과 외부 손님 등에게 일일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캠퍼스 개방 취지는 좋지만 학교 개방으로 이어진 범죄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불편함을 줄여나가기 위해선 체계적인 보안 대책이 필요하고, 적절한 선에서의 통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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