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오밍아웃?’,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오·싫·모’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김영준 대학생 기자] “오이요? 냄새도 맛도 식감도 다 싫어요. 오이가 수분 보충에 좋다고요? 그냥 물 마실게요.”
“지하철 잡상인 아저씨가 오이채 써는 기계를 파시면서 오이를 제 앞에서 썰어대고 있었죠. 지하철 안에 퍼지는 오이 냄새 때문에 그냥 지하철을 내려버렸어요”

사진 출처-MBC<마이리틀텔레비전>, JTBC<냉장고를 부탁해>, tvN<윤식당>

지난 3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오싫모)’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됐다. 이 페이지는 현재 약 10만 팔로워를 돌파한 상태며, 회원들은 오이 트라우마에 대한 경험과 각종 오이 패러디를 올리며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어느 택시 기사가 오이를 먹으며 운전을 한다는 ‘오싫모’ 제보 글에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살인 미수로 신고 안하셨나요?” 등 절로 웃음 짓게 하는 댓글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왜 유독 오이를 싫어할까? ‘오싫모’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과 댓글들을 보면 대부분 오이 특유의 향에 유독 민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오이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고 김밥에 넣은 오이만을 골라내기도 한다.
이 특유의 향을 내는 주 성분은 ‘오이 알코올’이라고도 불리는 ‘2,6-노나디엔올‘이다. 미국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 연구팀은 오이 향을 싫어하는 이유로 인간의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TAS2R28‘ 유전자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TAS2R38’ 유전자는 쓴 맛에 민감한 정도에 따라 민감한 PAV와 둔감한 AVI 두 타입으로 나뉘는데, 오이 혐오자들은 쓴 맛을 100배에서 최대 1000배나 더 느끼는 PAV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오이뿐 아니라 오이를 썬 도마에서 손질한 다른 재료에서도 반응하거나 비누, 피클 등 2차 가공 상품에까지 반응할 정도로 예민한 사람도 있다고 발표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오이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수박이나 참외를 먹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더 심할 경우 박목 박과 식물인 멜론, 참외, 수박, 애호박 모두 싫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오싫모’ 페이지에는 짜장면, 냉면, 김밥에서 오이를 빼고 먹으면 주위 사람들이 “이 시원하고 맛있는 걸 왜 안 먹어?” 라며 편식 하는 사람 취급을 한다는 제보가 쏟아져 나온다. 이에 ‘오싫모’ 페이지 관리자는 “회원들이 오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못 먹는 것“이라며 “결국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오이’가 아니라 오이 취식에 대한 선택권을 무시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갖는 것은 개인의 선택과 취향인데, 개인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회구조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오싫모’ 회원들은 “여전히 오이는 싫지만 오이는 죄가 없다”며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대화하며, 올 여름 다 같이 ‘큐컴버프리(cucumber-free)’ 냉면을 즐기고 싶다”고 전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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