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자동차도 출력하는 세상… 3D프린팅 기술은 ‘발광체’ 아닌 ‘반사체’”

[미래직업-3D프린팅 운영전문가] 한명기 인텔리코리아 이사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3D프린터 한 대만으로 하루 만에 집 한 채를 짓고, 인쇄한 차체에 브레이크, 엔진, 기어와 같은 부품을 조립해 단 세 명이 한 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세상. 3D프린팅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3D프린팅은 종이에 문서나 그림파일 등 2차원 자료를 인쇄하는 기존 프린터와 달리, 3차원 모델링 파일을 출력 소스로 활용해 입체적인 물체를 뽑아낸다. 3D프린팅 기술은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도 불린다. 단순한 모형은 물론, 인공 장기부터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못 만드는 게 없다.
한명기 인텔리코리아 이사는 “3D프린팅 기술의 발달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제작까지 하게 되는 생산기술 보편화 사회와 대량맞춤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3D프린팅 교육에 앞장…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한 이사는 10여 년 전 국내 유일의 CAD(Computer Aided Design) 개발사인 인텔리코리아에 입사했다. 국내 사업부에서 근무하며 CAD개발과 2D CAD 강사 활동을 하던 2013년 말, 그는 회사 대표에게 3D프린팅 사업을 제안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3D프린팅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조 방법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후, 마침 국내에서도 3D프린팅이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3D프린팅은 모델링이라고 부르는 설계 과정, 설계된 데이터 값을 입력해 물건을 출력하는 프린팅 과정, 출력된 제품에 도색을 하는 등 후처리하는 과정으로 진행돼요. 우리 회사는 이미 국산 CAD를 개발해 모델링을 하고 있었잖아요. 이를 확장해 3D프린팅과 연관시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어요. 대표님이 흔쾌히 승낙해주셨고, 3D프린팅 사업본부가 꾸려졌죠. 직원은 저 하나였지만요.(웃음)”
△3D프린터로 제작·출력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한 이사는 기존에 있던 어렵고 비싼 프로그램 대신 보급형 3D프린팅 모델을 개발했고, K3DPA(한국3D프린팅협회)의 전문 강사 인증을 받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3D프린팅 교육을 시작했다. 3D프린터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5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장비를 한 이사에게 선뜻 기증했다.
이후 3D프린팅을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전용 교육장을 새로 만들었고, 전문 강사를 육성할 필요성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3D프린팅 인재양성사업’의 총괄을 맡아 다수의 전문 강사를 배출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3D프린터용 제품제작’ 과정을 개발한 것도 그다.
한 이사는 “해외에서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지난 3년 간 일반인들에게 3D프린팅에 대해 알리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이 기술을 잘 활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3D프린팅 기술이 가져올 미래는?
“3D프린팅은 단독기술이 아닌 요소기술입니다. 기존 산업에 들어가 그 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3D프린팅 기술이죠. 예를 들면, 기존에 펜 하나를 만드는데 열 번의 공정을 거쳤다면 이 과정을 세 단계로 줄이거나, 아예 공정 과정을 없애 획기적인 프로세스를 만드는 등 제품의 생산 경쟁력을 높여주는 겁니다.
허허벌판에 3D프린터를 한 대 놓았다고 물건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다른 산업에 들어가야 하죠. 그런 면에서 3D프린팅 기술은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이사는 “3D프린팅 기술 발달로 사람들은 스스로 모든 물건을 ‘뚝딱’ 만들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3D프린터는 전체가 아닌 도구일 뿐”이라며 “도구를 통해 무엇을 만들지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에 3D프린팅 기술을 개인적(individual) 측면과 산업적(industry) 측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고장난 물건을 고쳐 쓰거나 기존의 제품을 재생산하는 것(renewal)’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new product)’으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DIY’에 해당하지만, ‘new product’는 상품화할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3D프린팅 기술과 CPS(가상 시스템)을 활용해 상품의 공정을 개선하면 ‘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 유연생산체제)’가 가능해져 주문 제작을 통한 상품화가 가능해진다.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 특히 ‘맞춤형 주문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한 이사는 “3D프린팅 기술의 발달은 크리슈머(cresumer. 기존 제품을 자신에 맞게 새롭게 창조하는 소비자)가 트윈슈머(twinsumer. 생각·취미·취향·반응·소비 등의 성향이 유사한 소비자)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3D프린터가 제작물을 출력하고 있다. 간단한 작업의 경우 한두 시간이면 완성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관건… 창의적 인재 양성이 중요”
“3D프린팅 운영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지식, 3D프린터를 다루는 기술은 당연히 갖춰야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낼지를 기획하고 생각해내는 창의적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현재 의료 시장에서는 개개인의 신체 조건에 맞춰 치아나 보청기 등을 만드는 3D프린팅 기술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 한 이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신체 조건이나 취향은 물론, 갖가지 상황에 맞춘 제품도 생산 가능하다”며 “예를 들면 유럽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위한 로션을 만드는데, 열흘을 갈 것인지 한 달을 갈 것인지에 따라 분량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3D프린팅 운영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과 다양한 상황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는 시장 욕구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기획하는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는 현재 ‘창의적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청년들은 자본력보다는 아이디어와 지식,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미래 시대를 살아가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창의적 사고를 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3D프린팅 운영 전문가란?
3D프린터를 조작·운영해 고객의 요구에 따라 미니어처, 액세서리, 일상용품, 개인 편의제품, 기계부품, 시제품 등을 제작·출력한다.
3D프린팅 산업의 국내 현황은?
3D프린터를 활용하는 3D프린트샵 또는 제품의 시제품(목업) 생산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 국내에는 과거에 비해 3D프린터 제조업체, 재료, 콘텐츠 업체 등이 늘고 있는 추세이며, 최근에는 조명 제품에 대한 수요와 만화 등의 캐릭터 상품을 직접 만드는 아트토이 제작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3D프린팅 산업의 미래 전망은?
3D프린터는 신 제조 산업을 창출할 핵심기술로 향후 자동차와 항공우주, 헬스케어 등 소비재 제조의 거의 모든 분야에 다양하게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3D프린팅 전문 인력 육성의 필요성도 증가함에 따라 의료, 패션, 제조, 교육 산업 등으로의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3D프린팅 운영 전문가가 되려면?
컴퓨터 프로그램 및 장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며, 미술과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지식도 갖춰야 한다. 3D프린팅마스터, 3D프린터조립전문가, 3D프린팅전문 강사 등 자격이 필요하다.
yena@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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