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판매왕 달인콘서트…"영업은 고객의 마음을 얻는 일이죠"

▲ 20일 오후 7시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달인콘서트’가 열렸다.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영업은 이성보다 감성이 우선이다. 이성은 고객이 판단하는 것이다. 물건에 감성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영업사원의 역할이다.” 기아차 정송주 부장(47)과 현대차 송재열 차장(45), 두 영업의 달인 모두 감성의 중요성 이야기했다.
정 부장은 “영업은 고도의 심리전이다. 영업사원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 차장은 “영업을 한다고 꼭 말을 잘할 필요는 없다. 대화의 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달인의 열띤 강연에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달인콘서트’가 열렸다. 달인콘서트는 한국경제신문이 직장인의 역량 업그레이드를 위해 개최하는 행사다. 매달 영업·마케팅·인사·재무·생산·디자인 등 각 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이들을 초청해 비결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 주인공으로 12년 연속 기아차 영업왕에 오른 정 부장과 지난해 현대차 트럭 판매왕인 송 차장이 나섰다. 달인콘서트는 1부에선 정송주·송재열 판매왕 두 명의 강연이 열렸으며, 2부에선 판매왕들이 현장에서 즉석 컨설팅해주는 ‘영업 고민 해결’ 코너가 이어졌다. 이날 현장에는 150여 명의 참석자가 참여했다.
이날 기아차 영업직 인턴을 경험한 예비 영업인들도 현장을 찾았다. 김순기(경희대 호텔경영 4) 씨는 “영업은 기술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연 청취 후 제품의 가치에 감성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트럭 누적 판매 800대 돌파…현대차 송재열 차장

현대차 ‘트럭 판매왕’ 송재열 차장은 달인콘서트에서 한 대에 1억6000만 원 하는 트럭을 판 본인의 영업철학을 이야기했다. 2002년 11월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2017년 2월 누적 판매 800대를 돌파했다.
그가 영업의 방식을 깨달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영업직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해 12월 31일 밤 11시, 서비스센터도 운영되지 않던 날 한 고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차에 문제가 생겨 도로위에 멈춰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늦은 시간이지만 직접 현장을 찾았다. 전문기사가 함께 가지 않았던 상황이라 당연히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지만, 늦은밤 현장을 찾아준 그에게 고객이 고마움과 신뢰를 표했다고 한다.
송 차장은 “고객은 어디에 정해져 있지 않다. 소중한 인연은 영업사원이 직접 만들어 가야 한다. 내가 좀 힘들더라도, 고객이 만족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의 영업 비결은 ‘판매보다 판매 이후’에 있다. “대형 트럭 운전자는 차가 고장 났을 때 가장 괴롭다. 많은 짐을 실은 채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안 뒤 직접 운전자들의 정비를 도우며 신뢰를 쌓았더니 그분들이 동료에게 나를 추천해 줬다.”
다른 전략은 ‘맞춤 서비스’다. “구입처 특성, 대형 트럭의 용도 등 해당 업체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설계팀과 회의한다. 그 설계에 맞게 공장에 생산을 요구한다. 관련 법규도 미리 파악해 운행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는 영업의 세 가지 핵심 비결로 ‘철저하게 고독해져라’ ‘지극히 계산적이어야 되라’ ‘과감하게 버려라’를 이야기했다. “영업에는 정답이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애착을 두고, 지금보다는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12년 연속 영업왕…기아차 정송주 부장

12년 연속 기아차 영업왕에 오른 정송주 부장. 달인콘서트에서 그는 본인이 오랜 시간 영업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지침서 형태로 소개했다.
1994년 기아차 생산직으로 입사했던 정 부장은 1999년에 영업직으로 부서를 전환했다. 전환 첫해 그가 팔았던 차량은 34대다. 그는 다음 해인 2000년 총 99대를 팔아 지역부 판매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2005년 전국판매 1위 달성 후 줄곧 영업왕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영업사원의 ‘학습’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본인의 손해를 줄이면서 고객에게 할인을 해주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구매 시 발생하는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런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정 부장은 “회사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원칙과 융통성을 적절히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주변에 유사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 에피소드를 활용해 차량을 판매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에게도 초보 영업사원이었던 적이 있다. 생산직에서 영업부서로 이동 후 3개월 동안 그가 판매한 차량은 1대였다. 그는 “서울 망우지점으로 발령을 받았었다. 주변 일대가 공동묘지로 판매가 쉽지 않은 지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부터 다져갔다. 신입 시절 아침 7시에 출근해 차를 다 닦았고, 전 직원 책상을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차를 닦으면서 내가 고객에게 어떻게 이 차를 설명할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업은 내부에서부터 시작이다. 직원들과의 융화가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전단을 돌리는 것도 요령이 있다. 전단은 항상 고객의 손 높이에 맞춰 전달해야 한다.”
영업은 지속적인 계획 설계가 필요하다. 한번 손에 들어온 고객 자료는 꼼꼼히 챙기고, 지속해서 유지하고 관리한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정 부장은 “기존의 고객이 새로운 고객이다. 기존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여 기존의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해 오는 것, 이것이 바로 새로운 미래의 고객을 창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고객일수록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주변에서 까다로운 사람으로 인정하는 사람을 설득해, 계약을 성사시켰다면 후에 고객들은 ‘그 까다로운 사람을 만족하게 한 영업사원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 영업사원을 찾는다.”
정 부장은 고객에게 차를 판매하고 나면, 쌀을 보낸다. 쌀을 보내는 이유에 대해 그는 “밥 먹을 때마다 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Q&A] 판매왕에게 묻다
강연이 끝나고 판매왕들이 현장에서 즉석 컨설팅해주는 ‘영업 고민 해결’ 코너가 이어졌다. 판매왕과 현장 참가자가 나눈 이야기를 Q&A로 엮었다.
전대경(취업준비생, 기아차 영업 인턴 경험)“영업 사원은 말을 잘해야 한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고민이다.”
송 차장 : 영업은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 상대의 이야기에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정 부장 : 말에도 온도가 있다. 고객들이 자기 이야기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객보다 더 부드럽고, 낮은 자세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영업사원은 프로다. 타이밍에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본인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다만, 내가 이끈다고 느끼지 못해야 한다.
“고객이 가격 할인을 요구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송 차장 : 신뢰를 주는 것이 먼저다.
정 부장 : 계약서를 먼저 쓰고 협상을 해야 한다.
김태양(개인 사업자, 휴대폰 매장 운영)“직원과 어떻게 친밀감을 쌓을 수 있나?”
정 부장 : 직원들에게 어떻게 지시하는지 스스로의 행동을 돌이켜 봐야 한다. 내가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송 차장 : 직원들을 이끌 수 있는 자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한 권 추천해 달라.”
정 부장 : 설득의 심리학,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송 차장 : 이외수 저자 책을 추천한다.
“고객을 대할 때 이성과 감성 중 중요한 것은?”
송 부장 : 이성은 고객이 판단하는 것이다. 영업사원은 감성을 전달해야 한다.
정 부장 : 이성을 이기는 것이 감성이다.
“제품의 가치를 불어넣은 자신만의 비법은?”
정 부장 : 영업은 제품 기술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공과대학 출신이 판매를 잘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제품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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