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이직률 조사] 내가 가고 싶은 기업의 이직률은?

80개 대기업·금융사·공기업 이직률 최초 공개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최근 기업 인사팀에서는 신입 사원 채용 시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직원’을 선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입사 후 2~3년 내 신입 사원 이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사팀 출신의 한 컨설턴트는 “인사팀의 역량은 직원들의 근속 연수로 판단된다. 그런데 신입 사원의 이직률이 높아지니 인사팀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김범준기자bjk07@hankyung.com

이직률이직률은 다른 직장으로의 전직과 해고, 정년퇴직, 희망퇴직, 근무 중 사망 등 회사를 떠나는 근로자 수를 집계한 수치를 말한다. 보통 퇴직률도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전문가들은 이직률을 통해 근로자가 느끼는 불확실성, 불만족의 정도나 기업 구조의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직은 조직의 인적·지적 자원의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또 인건비 감소나 채용에 따른 비용 증가와 같이 비용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수치를 나타내는 이직률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숨어 있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얼마나 친화적인지, 구성원과 잘 화합하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는지부터 임금 수준 등의 직무 만족까지 기업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꽤나 의미 있는 수치다.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근로자가 회사에 대해 불확실성 또는 불만족을 갖고 있거나 기업 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있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의 안정성이나 지속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직률에 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6 신입 사원 채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신입 사원의 27.7%가 1년 안에 퇴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입 사원 1년 내 퇴사율은 2014년보다 2.5%p, 2012년보다는 4.1%p 높아졌다. 전체 이직률은 감소하는 반면, 신입 사원 퇴사율은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선발한 인재들이 사표를 던지고 떠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큰 손해다. 또다시 빈자리를 채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년 신입 사원 채용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경제조사2팀의 손석호 팀장은 높아지는 조기 퇴사율의 원인으로 ‘공채 위주 채용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 팀장은 “스펙, 학벌 등 ‘사람’ 위주의 채용을 하다 보니 직무에 맞는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직무를 중심에 두고 그에 맞는 사람을 뽑는 ‘직무 중심 채용 방식’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기업은 신입 사원의 조기 정착화 방안을 마련하고, 취준생 개인 차원에서도 직업 탐색의 기회를 갖고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국내 최초로 대기업 및 금융, 공기업 80곳(이직률을 공개한 기업 대상)의 이직률을 조사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이직률 변화와 기업별·업종별 분석을 더했다. 2016년 이직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2015년까지 자료만 정리했다. 또 오랫동안 이직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권기욱 건국대 교수를 만나 이직률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조사를 진행하며 접촉한 기업 중 일부는 ‘내부 인사 정보’라는 이유로 이직률 공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아예 이직률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도 많다. 특히 신입 사원 이직률에 대해서는 더욱 민감했다. 80개 기업 중 단 한 곳만 신입 사원 이직률을 공개했다.
취업 선택의 핵심 정보… “공개 기업 늘어나야”
노무법인 명문의 송진원 노무사는 이러한 기업의 태도에 대해 “이직률은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회사를 평가하는 다양한 외부자 입장에서 기업의 가치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직률이 높게 나올 경우 구성원들이 회사에 대한 비전과 가치, 근로 조건 등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의 안정성이나 지속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직률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송 노무사는 “국민에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대해 알 권리를, 취업 준비생에게 회사를 고를 판단 기준을, 투자자에겐 간접적으로 고려할 요소를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직률 공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노동력 감소와 더불어 일할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기업의 큰 의무일 뿐 아니라 이것이 경쟁력과 연계되는 만큼 이직률은 더욱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hn0905@hankyung.com사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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