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소방 공무원 합격...“휴대폰 타이머 켜 놓고 하루 14시간 씩 공부”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책상에 앉아 가장 먼저 오늘 공부해야 할 분량을 시간대별로 나눠 ‘타임 스케줄’을 만들고, 자기 전에는 오늘 계획했던 공부를 마쳤는지 ‘O·X'로 표시했어요. 하루에 14시간 씩 공부하며 4개월 만에 소방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소방 공무원의 길로
조종찬(25) 소방사는 지난 2016년 2월 수원소방서 정자119안전센터에서 근무를 시작, 갓 1년을 넘긴 신임 소방관이다. 조 씨는 센터에서 관내 화재 예방 활동에 주력하는 예방단 업무를 맡고 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의 도시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1학년을 마치자마자 군대에 간 뒤, 제대 후 4개월 만인 지난 2015년 하반기 소방 공무원 채용 시험에 합격했다.
조 씨가 소방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소방 공무원이신 아버지를 따라 소방서를 자주 찾았고 소방관들의 생생한 근무 현장을 직접 보고 들으며 ‘아버지 같은 소방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이 때문에 학창시절 장래희망을 적어낼 때는 늘 ‘소방관’을 꼽았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소방관이 되는 것을 반대하셨고, 성적에 맞춰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입학했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가 아니라 힘들었어요. 바로 휴학하고 군대에 갔는데, 군대에서 틈틈이 행정법총론을 공부한 덕에 제대할 때는 한 과목은 이미 뗀 상태였어요. 제대한 후 제가 그동안 공부를 해왔다는 걸 말씀드리고 앞으로의 계획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리면서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소방 공무원 채용 시험은 ‘원서 접수-필기 시험-체력 시험-신체 검사 및 적성검사-면접 시험’ 단계로 진행된다. 비중은 필기 75%, 체력 15%, 면접 10%로 필기 시험 비중이 가장 높다.
필기 시험은 국어와 한국사, 영어를 필수 과목으로 하며 소방학개론, 행정법총론, 소방관계법규, 사회, 과학, 수학 중 2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체력 시험은 악력, 배근력, 윗몸 일으키기, 제자리 멀리 뛰기,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왕복 오래 달리기 등 6가지로 치러지고, 면접은 1단계 집단면접과 2단계 개별면접으로 진행된다.
필기 시험 위해 14시간씩 공부… “자격증 따 놓으면 가점”
조 씨는 필기 시험 준비를 위해 곧바로 노량진 고시촌으로 갔다. 그리고 짜놓은 계획표에 맞춰 하루를 보냈다. 오전 8시에 일어나 한 시간을 헬스장에서 운동한 후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는 공부에만 집중했다. 책상에 앉아있는 동안에는 항상 휴대폰 타이머를 켜 놓았는데, 처음에는 집중하지 못 해 들락날락 하느라 하루 6~7시간에 불과했던 공부 시간이 일주일이 지나면서 12시간까지 늘었다. 나중에는 식사 시간마저 줄여 가며 14시간씩 공부했다.
국어 과목은 비문학을 위주로 공부하며 사자성어를 많이 외워둔 것이 도움이 됐다. 영어는 학교 수업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으로 독해와 어법, 어휘를 익히는 데 중점을 뒀다. 국사 역시 학창 시절 배운 내용을 꾸준히 반복 학습하며 기초 실력을 다졌다.
선택 과목으로는 소방학개론과 행정법총론을 선택했다. 조 씨는 “군대에서 행정법총론을 공부했기에 선택과목은 소방학개론 학습에 집중했다”며 “소방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하면 소방학교에 입교하는데, 그 때를 위해 소방학개론과 소방관계법규를 선택해 미리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종찬 소방사가 필기 시험을 준비하며 만들었던 스케줄표.

그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 그날 공부할 양을 배분해 시간대별로 수첩에 적었다. 계획한 분량에 대한 공부를 끝내면 ‘O’를 표시하고, 미처 하지 못 한 부분에는 ‘△와 X’를 표시해가며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했다. 부족한 부분을 꼼꼼하게 공부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또 조 씨는 “자격증이 있으면 필기시험에서 최대 5점까지 가점을 받을 수 있는데, 나는 대형운전면허와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이 있어 가점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을 준비해두는 것이 일종의 팁”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기초 체력 관리와 마인드컨트롤… 체력 시험과 면접에 도움
체력 시험은 평소 하루 한 시간씩 꾸준히 운동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평소에 운동을 하며 기초 체력을 길렀고, 학원에 가서 체력 시험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다”며 “공부한다고 운동을 뒷전으로 미뤄두는 수험생들이 있는데, 평소에 틈틈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면접 시험은 한 달 가량 다른 수험생들과 스터디 모임을 구성해 준비했다. 시사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많은 도움을 얻었다. 집단면접에서는 양성 평등과 역차별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는데,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내세우기보다 다른 사람들과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다대일로 진행된 개인 면접은 평소 자신의 국가관과 가치관 등을 꾸준히 생각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마인드컨트롤을 해 두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조 씨는 설명했다.

“‘무조건 된다’… 자신을 믿으세요”
그는 소방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무조건 붙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는 “남들에 비해 짧으면 짧다고 볼 수 있는 준비 기간지만,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그래도 그 시간동안 최대한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꼭 붙어서 소방관이 될 것이라는 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소방 공무원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꿈을 이루면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아버지를 보며 가졌던 꿈을 이뤘고, 이제는 내가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취업이 어렵다보니 취업 준비생과 수험생 모두 걱정이 많을 텐데, 뻔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걱정과 고민, 압박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yena@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상단 바로가기